아이의 변비, 애타는 애미 마음 (랜선 X냄새 주의)
"괴로워 정말..!"
아이는 변기에 앉아 힘을 주다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엉엉 울었다. 아이는 진심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저 쪼그만 뱃속이 얼마나 부대낄까. 그렇다. 나는 아이의 힘겨운 응가에도 마음이 무너지는 엄마다.
변비에 걸린 것이다.
우리 딸의 대장님 소장님은 굉장히 능력 있고 성실하신 분들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도통 모르겠다. 추석 전에 배탈이 나더니, 장이 안 좋아졌는지 인풋 대비 아웃풋이 2 주째 몹시 힘겹다. 1일 1똥을 하던 아이가 며칠이 지나도록 배출을 못하니 가스가 차서 가슴과 옆구리까지 아픈 지경에 다다랐다. 그 좋아하는 미술놀이를 하다가도, 자기 전 블럭놀이를 하다가도 "나 배 아파서 안 할래."하고 시무룩하게 소파에 눕는다.
평소 같으면 "저거 저거 또 잘 시간에 블럭으로 만리장성 공사 들어가지."하고 혀를 찰 타이밍인데, 블럭을 꺼내다가도 시름시름 누워 앓는 아이가 안쓰러워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나 둘 셋! 으~~~으응~~"
"다시 한번 더 으~~~으응~~"
아이 손을 꼭 잡고 변기 앞에 앉아 같이 힘을 주었다.
오만상을 쓰고 내 똥꼬가 네 똥꼬 인양. 똥을 대신 싸주는 심정으로 힘을 줘본다.
아 나오라는 아이 뱃속 응가는 안 나오고 나만 뿡뿡 신호가 온다. 이 상황에 똥 싸는 것도 미안한 애미 마음 아실는지...? (닥치고 냄새나는 이야기 그만했으면 하신다면 살포시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죄송합니다. 흑흑)
변비는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다. 괴롭지만 아이도 어찌 할 수 없는 일.
약을 먹인다거나 야채나 과일주스를 만들어준다거나 배를 문질러주는 것, 그리고 소식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언젠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깨달으며 어른이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 수많은 '마음대로 안 되는 일' 앞에 서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얼마나 애가 닳을까. 우리 엄마도 날 보며 그랬을까?
친구관계, 이성관계, 학업과 진로, 몸과 마음의 건강...
아이가 괴롭다고 울 때마다 나는 늘 이런 마음일 것이다. 책가방을 메고 털레털레 풀 죽은 모습으로 들어올 때, 방 안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 기대하고 바라던 일에 좌절을 맛보았을 때... 앞으로도 괴로운 일 앞에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손 꼭 잡고 같이 힘주고 싶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것으로 네 속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기를 바라면서...
아이는 오늘도 더부룩한 배를 안고 잠들었고, 애미만 변비에서 이어지는 깊은 상념에 홀로 깨어 있다. 고요한 가을밤 하늘에 쾌변의 염원을 담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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