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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전문가 Sep 30. 2019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라트

때마다 읽기 _ '나 잘 살고 있나' 의심이 들 때

책을 덮으며 다시 한번 나의 꿈은 '웃기는 할머니'가 되는 것임을 확인했다.

인생에 유머는 필수다. 늘 벚꽃 흩날리는 봄이 아니므로. 푹푹 찌는 더위에도, 살을 에는 바람에도 우리는 살아야 하므로.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 하므로, 인생의 페이지들을 잘 넘기며 살아야 하므로 우리는 진창을 구르면서도 누군가를 낄낄거리게 만들 농담을 궁리해야 한다.


꼭 세기말에 출간된 애매한 포지션의 자기 계발서 같은 모양새와 제목이지만 너무 재미있고 심지어 알차다!


타임지의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로저 로젠블라트. (유명하다는데 사실 나는 잘 몰랐다.)

이 아저씨 너무 유쾌하다. 살아온 세월만큼 넘치는 통찰력과 여유를 가진 데다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와 유쾌함으로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만든다.

이 책은 <모던 매튜리티>에 연재한 칼럼들을 엮어 낸 책이다. 저자가 나름대로 선정한 58개의 인생 법칙이 이어지는데 각 장마다 내용이 매우 간단명료하기도 하고, 제목만으로 끝인 장도 있어서 두 시간이면 다 읽고도 시간이 남아 인상적인 챕터를 복기할 수도 있다.


요즘 꼰대를 표현할 때 '라떼'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나 때는 말이야~"로 대화를 시작하는 권위적이고 답답한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로, 라떼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나이 들며 이렇게 되는 사람이 대다수니까 이런 신조어까지 생겨난 것일 테다. 그래서 인생에 대해 섣불리 확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면서도 으스대진 않는 그런 어른이 더 존경스럽다. 뭔가 삶에 매이지 않고 홀가분해 보인달까? 이런 저자가 일러주는 유쾌한 삶을 위한 58가지 법칙은 그저 낄낄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익한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


"대단해"란 찬사를 조심하라, 거창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들리면 당장 도망가라, 무슨 일이든 돈 때문에 하지 말라,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앞으로 기억하며 살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어쩌면 당연한 말 같지만 누구나 명심하며 살기 어려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유머러스하먼서도 진중하게 코치한다. 무언가 큰일이 나를 짓누를 때, 우울이 나를 휘감을 때, 그냥 낄낄거리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을 때 등등 언제고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 책이다. 툭 던지는 유머 속에 삶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있다. 웃기고 똑똑한 사람은 정말 인류의 보물이다.





[밑줄 긋기]


좁디좁은 자신을 넘어 더 넓은 세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과 사귀라. 당신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질문하지 않는 사람과 사귀라. 당신의 최근 프로젝트가 성공했는가 여부를 묻지 않는 사람, 경력을 하나의 명사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사귀라. 이런 이가 당신 친구이다. _96p


제발, 두 손 모아 빌겠다. 개선의 뮤즈가 당신 귀에 대고 ‘저 사람의 잘못을 고쳐서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봐.’ 하고 속삭일 때, 힘껏 그 뺨을 내리쳐라.

당신이 그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말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당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적한 다음 정말 그들이 당신 생각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들이 당신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이다. _ 106p (낄낄!)


비록 당신이 자신을 우주의 중심이라고 확신한다고 해도 어떤 경우에는 다른 행성을 중심으로 공전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야기다. _ 113p


인생이란 두려움으로 대하거나 방어적으로 다루면 아주 위험해질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은 자신이 부상을 잘 입지 않는 이유는, 절대로 속도를 줄여서 경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고백했었다. 인생은 전속력으로 부딪치는 사람에게만 아름다운 보상을 해준다. 전속력으로 부딪치며 사는 것이 더 재미있을 뿐 아니라, 훨씬 안전하다. _ 126-127p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보다 어떻게 사는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재는 가장 좋은 척도는 그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한 사람의 생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세상은 그의 존재와 삶을 알게 된다고.

루이스는 1993년 11월에 영면했다. _ 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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