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하영 Jul 08. 2023

치앙마이 일기 1

운동 센트럴페스티벌 유심교체 디핑콘도 영상통화 마트  

6월 29일 목요일


나 혼자 맞는 첫 번째 아침.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회사 00팀에게 쫓기는 꿈을 꿨다. 이게 뭐람. 일어나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9시에 헬스장에 가니 두 명 정도가 있었다. 사고 나서 한 번도 입지 않은 땀복을 가져왔는데 정말 잘 가져왔다는 생각을 했다. 헬스장은 고무 냄새가 좀 났지만 16층에 통창으로 다 용서가 된다. 50분 유산소와 근육 운동으로 한 시간 반을 채웠다. 헬스장만 잘 이용해도 이번 여행 목적과 숙박비는 제대로 뽑을 것 같다. 바로 수영을 갈까 했지만 햇살이 많이 뜨거울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이미 많이 타기 시작해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서진이와 함께 지낼 숙소를 위해 임장을 다녀 올 참이었다. 후보는 총 세 곳이다. 지금 여기의 다른 집(다른 동), 좀 더 최신식으로 지어졌다는 10분 거리의 아스트라 스위트 센트럴 콘도, 그리고 거리는 멀지만 시설이 예술인 디콘도핑. 우선 도보 10분 거리의 아스트라 스위트 센트럴 콘도를 걸어갔다. 이 날씨의 10분은 생각보다 긴 거리였다. 그리고 중간에 큰 도로도 있고. 주변도 여기보다 갈 곳이 많지는 않아 보였다. 숙소 수영장과 커뮤니티 때문에 가고 싶었지만 이동에 단점이 많을 것 같다는 판단. 역시 땅은 직접 보러 다녀야 하나보다.ㅎㅎ 그랩 택시를 잡아 센트럴 페스티벌로 갔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고 한다. 가서 오늘까지인 유심도 바꿔야 하고 콘도랑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주변도 살펴볼 겸 갔다. 역시나 크고 있을 건 다 있었다. 우선 배가 고파서 지하 푸드코트를 갔다.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이번에 알게 된 태국음식인 카이소이를 시켰다. 테이블이 너무 낮아서 약간 쪼그려 앉는 느낌으로 요상하게 앉아 후딱 먹어치웠다. 유심을 파는 ais는 3층이라 올라갔더니 전자제품 상점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에서 고민하다가 놓고 온 무선 키보드를 사려고 봤다.  아이패드 케이스에 붙은 무선 키보드는 생각보다 비싸서 (정품도 아니었지만) 키보드만 있는 것으로 사기로 했다. 매장에 젊은 여자 직원이 너무 친절해서 그 김에 구매하고 싶기도 했다. 18,000원 정도 했는데 그리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데다가 키보드에 태국어 자판이 있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친절하게 테스트까지 해보라고 해서 해봤더니 한글도 잘 입력되고 좋았다. 그래서 이렇게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유심을 사러 갔는데 다행히 내가 한국에서 사 온 유심에 300 바트만 추가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4g에서 5g로 속도도 개선되었다. 빠르다 빨라.

쇼핑몰에서 디콘도핑으로 바로 연결되는 문이 있다고 하는데 방향이라도 보려고 해도 안에서 찾을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뜨거운 햇볕을 걸었다. 20여분 걸은 것 같은데 또 땀범벅이 되어 싸. 콘도가 모여있는 쪽은 정말 깔끔하고 좋았지만 역시나 뚜벅이인 우리에게는 무리인 위치였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재개된 줄 알았던 쇼핑몰 셔틀버스가 없다고 해서 더 이상 이 콘도의 매력은 없어졌다. 그래도 유심도 사고 키보드도 사고 소득이 많은 여정이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콘도로 돌아왔다. 너무 지쳐 숙소로 들어갈까 하다가 1층 작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젊은 여자 직원이 약간 거친 억양의 영어로 주문을 받았다.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음. 바로 이 동네의 매력이다. 내가 마음이 넓어진 건지 싫지는 않다. 더운데 많이 걸어 완전히 지쳐 있었는데 커피가 들어가니 좀 살 것 같다. 자리에 앉아 하루종일 들고만 다녔던 <나의 봉쇄일지>를 몇 장 읽었다. 카페인 수혈을 하고 얼른 방으로 들어와 치앙마이에서 처음으로 중국어 화상수업을 했다. 내가 여기로 온 것을 알고 있는 선생님이라 치앙마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수업이 끝나니 허기가 진다. 어제 님만해민 주변 한국마트에서 산 신라면과 비비고 김치, 그리고 빅씨마트에서 산 망고로 간단하게 차렸다. 김치가 익어도 너무 익었다. 어떻게 비비고 김치에서 이런 맛이 날 수가 있지. 사람들이 이 맛을 한국의 맛이라고 기억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ㅎㅎ 앞으로 여기에서 김치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엄마와 둥이들이랑 영상통화를 했다. (둥이들에게 수영장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고 공부를 마친 상진이는 내가 맡기고 온 식물을 잘 키우고 있다고 보여주었다. 너무 사랑스럽다. 방을 좀 치우고 장을 보러 빅씨마트로 갔다. 전 날 사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두유와 제로 스프라이트, 과자 우유 등등을 샀다. 손으로 들고 가야 해서 더는 못 사고 숙소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물을 한 병 더 샀다. 숙소에 돌아오니 좀 공허하다. 정적이 싫어 넷플릭스로 <스카이캐슬>을 틀었다. 집중할 수 없을 때는 지난 드라마 틀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들을 좋아하는데 이게 마라탕을 찾는 것과 같은 원리(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나오는 행동)인 것 같아서. 내일부터는 드라마도 순한 맛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작가의 이전글 치앙마이 일기 0.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