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연말여행 01

김포공항 상하이 신티엔디 중국친구

by 장하영

취미가 비행기표 검색이라고 써도 될 만큼 휴대폰이 손이 있으면 혹시나 나만 알게 될 특가가 있나 여러 목적지를 검색해 본다. 이 글을 쓰게 된 시발점이었자 나의 마음의 안식처 같은 치앙마이는 사실 그 이후로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냈었는데 어라? 상하이 경유로 글쎄 34만 원짜리 표가 검색되었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상하이에서 좋은 시간대에 도착하여 1박도 할 수 있는 스케줄이었다. 이건 가야만 하는 표다! 그다음은 여행 메이트를 고르는 것이다. 거의 매달 출국을 하면서 여행 메이트를 바꾸고 있지만 혼자 가면 좋은 곳 갈 때마다 아쉽고, 누구와 함께 가면 또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생겨 고민이다. 그리고 이 여정은 연말을 10일이나 써야 하는 긴 여행이라 친구들은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사실 엄마는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지난번 한 달 살기 할 때도 엄마가 참 좋아할 곳이라는 생각을 했던 참에 잘 되었다 싶었다. 이번 여행은 아빠는 빠진다. 아주 조금 아쉬워 하기는 하겠지만 아빠와 함께하면 엄마가 아빠를 신경 쓰느라 맘 놓고 못 즐기기도 하는 것 같고, 아빠는 일본을 빼고는 아시아 여행 때마다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한다. 장기간 여행은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서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떠나기로 했다.


제주도에 사는 엄마가 하루 전에 서울로 왔다. 요즘은 최대한 김포공항 출/입국을 하려고 한다. 절차도 편리하고 도착해서도 김포공항 같은 상대적으로 도시 쪽 공항으로 떨어져서 이동하기도 좋다. 그래서 일본, 중국, 대만 출국을 할 때는 최대한 김포공항으로 간다. 경유로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어쨌든 익숙한 상하이로의 출국이라 수월했다. 온라인 체크인을 늦게 해서 자리는 제일 뒤쪽이었지만 (만석이라고 했다) 입국카드도 미리 입력하고 큐알코드로 인쇄되는 최첨단 시스템 덕분에 금방 나올 수 있었다. 디디택시를 불러(우버 같은 중국 앱이다.) 숙소로 왔다. 이심을 연결하는데 애를 먹어 공항에서 시간을 좀 보냈지만.

숙소에서 신티엔디로 가는 길목에 있던 멋진 벽화

숙소는 반나절만 보내고 내일 아침 푸동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라 위치를 고민했는데, 신티엔디(한문으로 신천지라는 글자인데 중국 발음대로 쓰겠음)를 무려 도보로 갈 수 있는 위치였다. 굉장히 저렴했는데 위치도 괜찮고 1층에 좋아하는 wagas 매장도 있고, 친절해서 다음에 혼자 여행올 때도 고려하면 좋을 것 같은 숙소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신티엔디로 나왔다. 한국보다 온화한 겨울날씨라 걷기 좋았다. 신티엔디는 어느 곳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올 해는 집에 트리도 안 해놓고 회사 일도 바빠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낼 일이 없었는데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상하이를 자주 오기도 했고 신티엔디는 되게 대표적인 관광지라 최근에는 동선 속에서 잠깐만 스쳐가거나 굳이 안 찾거나 했었는데 구석구석 돌아보니 트렌디한 매장도 많고(블랙핑크 로제 팝업스토어도 하고 있었다) 줄 서서 먹는 맛집도 많고 볼거리가 더 많아진 느낌이다.

아, 그리고 신티엔디는 추억이 많은 스타벅스가 있다. 두 번째 상하이에 왔을 때 설날이라 아무 곳도 문 연 곳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이 신티엔디 스타벅스였다. 그래서 여기에서 오랜시간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도 올 때마다 그때를 그렸었는데 이 스타벅스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11월에 올 때만 해도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공사현장 앞에 이별을 고지하며 커피차를 마련해 놓은 센스 있던 스타벅스.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쌀국수와 파인애플 볶음밥으로 점저같은 식사를 하고, 좀 더 둘러보다가 나는 중국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어 엄마를 숙소에 데려다주었다. 1층 wagas에서 연어 샌드위치와 주스를 포장해서 올라갔다. 사람도 적당하고 내일 아침 비행기만 아니면 한번 더 들렀을 텐데 아쉽다. 그리고 방에서 좀 쉬다가 엄마에게 이것저것 당부(?)를 하고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다시 신티엔디를 찾았다. 지난번에 중국 핸드폰 번호도 살려서 중국 공유 자전거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어서 이번에도 자전거로 이동했다. 좋아하는 도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행복이다. 혹시 아직도 자전거를 못 타신다면 삶의 질을 위해서 내년에는 꼭 도전해 보시길.


평소에는 가이드 역할로 상하이를 많이 찾아서 구석구석 볼 수 있는 일이 드문데 이번에는 신티엔디를 정말 열심히 둘러봤다. 그리고 아까 엄마랑 왔을 때 사람들이 죄다 들고 가던 빵봉투를 따라가니 멋진 빵집이 있었다. 빵 가격도 매장의 화려함에 비해서는 소박해서 내일 아침용으로 몇 개 골랐다. 쨍한 초록색 봉투의 화려함이 소비욕구에 한 몫하는 것 같다. (빵맛은 괜찮았다) 그리고 중국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 가서 대기표를 뽑았다. 맛집이라더니 역시 앞에 10 테이블이 있었다. 친구가 도착했고 주변을 좀 둘러본 후에 대기가 빠지면 오기로 했다.


이 친구는 5년 전, 회사에서 중국 사업에 열을 올릴 때 중국 대행사 직원으로 만났다. 처음부터 되게 귀엽고 다정했는데 지금은 내가 다른 팀으로 옮기고 회사에서도 더 이상 국내에서 중국 관련 광고 일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중국 갈 때마다 연락해서 만난다. 나보다 7~8살은 어린것 같은데(나이를 물어봤지만 내가 까먹었을 것이다) 나랑 취향도 비슷하고 이 친구가 소개해주거나 알려준 곳을 가면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10월에는 코로나 이후로 처음 상하이를 가게 되어 미리 연락을 해서 식사나 함께하려고 했는데 무려 8시간을 같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카페거리를 구경하고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보고 저녁 식사에 샤오미 매장까지 둘러보고 9시가 넘어서야 헤어졌다. 정보도 많고 내가 물어보면 바로바로 찾아주고 뭘 사더라도 쿠폰도 챙겨주고 아주 도움이 많이 되는 친구다.

이번에 소개해준 식당도 광동음식이었는데 신티엔디에 올 때마다 앞에 조형물이 귀여워서 지나갈 때마다 보곤 했는데 여기에 이렇게 맛있는 식당이 있을 줄 몰랐다. 친구들에게 다음에 오면 꼭 데리고 오겠다고 카톡을 보냈다. 식사를 하면서 휴대폰은 살았는데 전화가 받는 것은 되고 거는 게 안된다고 했더니 바로 고객센터에 물어봐주었다. 거기서 왈, 오랫동안(코로나 전에 쓰던 번호다) 안 써서 매장에 와서 신분 인증을 한번 해야 된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되면 한번 들러야겠다. 그리고는 최근 서예를 배운다면서 멋진 작품을 선물해 줬다. 방문 붙이고 인증샷 찍어서 보내줘야겠다. 이번에는 꼭 내가 사려고 했는데 역시나 또 쿠폰을 써야 한다며 본인이 결제를 하고야 말았다.

이번에도 이 친구는 새로 열린 팝업이나 요즘 중국에서 뜨는 브랜드, 상하이 한정 제품 같은 핫한 정보를 한 보따리 풀어내며 나를 데리고 다녔다. 지난번에 그렇게 길게 만나고도 사진 한 장이 없어서 너무 후회했는데 이번에는 꼭 사진 찍자고 하며 헤어지기 전에 큰 트리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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