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연말여행 02

졸음운전사 치앙마이 도착 원님만 마야몰 발마사지

by 장하영

10시 10분 비행기라 아침 일찍 준비를 했다. 숙소가 이상하게(?) 3층부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직원들이 직접 짐을 내려준다. 위챗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길래 전화를 했더니 바로 올라와 주셨다. 수월하게 체크아웃을 하고 디디택시를 불렀다. 어제 공항에서 나올 때는 6인승 좋은 택시로 편하게 왔는데 푸동까지는 거리도 있고 해서 일반 차를 불렀다. 우리 차가 도착해서 우리를 봤는데도 저기 앞으로 가서 선다. 짐이 이렇게 많은 걸 보고도 내릴 생각을 안 하길래 짐 좀 같이 넣어달라고 했다. 궁시렁하면서 짐을 같이 옮겨주길래 속으로 ‘뭐 이런 ㅅㄲ가 다 있어.‘ 하고 차에 올라탔더니 아주 이상한 냄새가 난다. (그때라도 나는 내렸어야 했다)


바로 마스크를 썼다. 다행히 새벽이라 푸동공항까지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니 그냥 참고 가기로 했다. 얼마 후에 고속도로 같은 곳에 들어가고 나서 백미러로 기사 눈을 보는데 이 자식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국어로 “저기 아저씨, 지금 졸고 계세요?” 하니 깜짝 놀라서는 괜찮다고 한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이놈아. 옆에서 무슨 일이냐고 엄마가 묻길래 기사가 졸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놈 자식 어젯밤을 새운 건지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5초도 안되어 또 졸고, 또 존다. 그때마다 일어나라고 했더니 자기는 괜찮다고 길을 보고 있다고 하더니 음악을 튼다. 얼마나 잠을 못 잔 건지 그래도 계속 존다. 당황한 엄마가 옆에서 계속 한국말로 일어나라고 소리를 쳤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나는 얼른 디디택시 앱을 열고 고객센터에 접속했다. 그런데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자동응답 로봇이 다급한 내 마음도 모르고 5지 선다만 주르륵 내고 있다. 모르는 단어는 캡처해서 번역하고 신고 같은 버튼은 죄다 눌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눈을 감고 길을 보고 있는 건지 운전은 생각보다 스무스(?) 했는데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운행 내내 실컷 잠을 잔 운전사는 내릴 때는 알아서(?) 짐을 내려주었다. 나중에 엄마 말을 들어보니 뒤에 옷가지가 가득해서 뒷창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차에서 생활을 하는 듯했다.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생각보다 이른 수속을 마치고 마음도 가라앉힐 겸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켜 어제 산 빵을 먹었다. 수속을 하면서 디디택시 고객센터와 통화를 했는데 운행 중 위험을 느꼈다고 하니 바로 ‘사람’과 연결이 되었다. 내 상황을 겨우 설명했다. 얼마나 제대로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직원은 알아보고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너무 흥분해서 뭐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앱을 열 때마다 결제창이 뜨며 그 자식 얼굴이 계속 나온다. 볼 때마다 화가 치솟아 고객센터에 다시 연락을 했고, 나는 이번 운행에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했다. 어쨌든 해결에 48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액땜(목숨을 건 액땜이었다)이었다 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살았(?)으니 잃어버리자.


한국에서 출발하는 치앙마이행 비행기는 대부분 밤늦게나 새벽에 떨어지는데 동방항공은 시간대가 좋다. 비행시간도 한 시간 짧고, 내려도 오후 2시니까 이동하기도 편하다. 기내식으로 치킨 누들과 돼지볶음밥이 나와서 엄마와 하나씩 먹었다. 아이패드에 넣어 온 드라마를 보다가 자다가 보다가 자다가 하니 시간이 금방 갔다. 도착해서 ATM에서 돈을 인출했다. 치앙마이는 어떤 카드를 써도 수수료가 비싸서 현금을 들고 환전소를 가는 편인데 며칠 전에 블로그에서 내가 얼마 전에 중국비자 할인을 받으려고 발급한 카드가 수수료가 거의 없다는 글을 읽었다. 블로그대로 스타벅스 앞에 있는 기계에서 뽑으니 정말 수수료가 없었다. 환전소 가는 시간과 차비까지 아꼈다. 아싸-


처음이라면 150바트를 주고 시내로 나갔겠지만 나는 나름 경력직이니까 볼트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반값이다. 아싸 2-

청소 상태는 다소 아쉬웠지만 중국인인듯한 90년생 젊은 호스트가 정말 친절하다.

이번 숙소는 님만해민 콘도로 잡았다. 지난번 치앙마이를 떠나면서 살짝 임장을 다녔는데 동네 컨디션이 좋아서 사진을 찍어놨었다. 그 이름 그대로 에어비앤비에서 검색하니 가격대도 괜찮은 숙소가 하나 나왔다. 환율도 오르기 직전인 1,375 일 때 결제까지 다 마친 아주 알짜배기 숙소다. 1년 반 만에 다시 온 치앙마이인데 바로 지난주에 떠나온 것처럼 하나도 낯설지가 않다. 우선 짐을 풀고 바로 님만해민 주변을 돌아보러 나왔다. 전에 살던 곳은 콘도 컨디션이나 수영장은 더 좋았는데 어디를 나가려면 무조건 택시를 잡아야 해서 그게 좀 아쉬웠다. 그때는 5분만 걸어도 정수리에서 불이 날 정도의 날씨였으니 도보 20분 거리는 거의 못 가는 거리라고 보면 된다. 나는 초반에 그 더위에 크게 당하고 다시는 5분 이상 거리를 도보로 걷지 않았다. 특히 모자나 양산 없이는.

집 근처에 매일 망고를 팔던 망고청년

님만해민은 카페도 많고 그나마 길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다니기 괜찮았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이게 도로인가 싶은 길도 많지만) 골목 파악을 하기 위해 돌아봤다. 가까운 곳에 망고도 파는데 이미 한국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인지 간판에 한국인들이 흔적을 남겨놨다. 한 박스에 50바트라니.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싶다.


원님만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공눈도 날리고 플리마켓이 한창이었다. 지난 한 달 살이의 마지막도 이곳이어서 그런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 같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마음도 좀 건강해지고 더 활기 있어지고 팀 이동도 해서 새로운 일로 꽉 찬 1년을 보내고 온 후였다. 엄마에게 가이드처럼 이곳저곳을 설명해 줬다. 그리고는 대각선에 있는 마야몰로 이동했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치앙마이에서 이 정도 쇼핑몰이 어디인가 싶었던 마야몰. 지난 여행에서는 등이 홀딱 타버린 수영레슨 후(정말이지 그 수영복 자국은 1년을 꼬박 채우고 5개월은 더 문신처럼 등에 새겨져 있다가 얼마 전에야 사라졌다) 왔던 곳인데 그때 며칠 후에 올 친구를 기다리며 마셨던 차트라뮤, 페퍼런치 모든 게 그대로였다. 엄마와 함께 70%나 세일하는 운동화를 한 켤레씩 사고, 나라야에 가서 이모들 선물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 둘러봤다. 그리고는 푸드코트에 가서 볶음면과 초밥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치앙마이는 봄이고 가을이고 겨울이고 덥기만 한 줄 알았는데 저녁이 되니 제법 선선하다. 한 여름에 와서 더위 먹고 고생 잔뜩 하고 돌아간 친구가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이런 날씨면 걷기 좋아하는 우리 둘이서 이곳저곳 많이도 돌아다녔을 텐데. 다행히 엄마도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잘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서 구글로 집 앞 마사지 집을 검색해서 전화로 예약을 했다. 생각해 보니 지난번 친구랑 같이 갔던 곳인데 그때도 그냥 그랬던 마사지였는데 역시나 그냥 그랬다. 훗-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빠른 건지, 또는 엄청 오랜만에 돌아온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때 많이 생각났던 엄마와 같이 와서 좋고, 날씨도 좋고, 숙소도 30분 만에 고른 것 치고는 매우 만족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보다 마음이 건강해져서 돌아온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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