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연말여행 04

남만해민 산책 텅스미스국수 한국음식재료 스타벅스 수영 마야몰 원님만

by 장하영

오랜만에 스케줄 없는 하루다. 느지막이 일어나 준비를 하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나는 천하의 길치라 동네를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 동네도 익힐 겸 동서남북 더 감성적으로 보이는 골목을 향해 걸었다. 걷다 보니 지난 여행에서 왔던 카페들, 네일샾도 보였다. 그 사이에 문을 닫아버린 가게도 있고, 여기저기 한창 공사 중이다. 다시 생각해도 님만에 숙소를 정하길 잘한 것 같다. 파리바게트가 배스킨라빈스와 꼭 붙어있던 것처럼 한 가게 건너 마사지샾과 카페가 붙어 있다. 그래서 좋다. 꼭 가야 될 곳이 있다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고 하루의 마무리를 마사지로 하고. 내가 술을 좋아하면 더 근사한 저녁이 되었겠지만 나는 오래 살 거라서 이 정도도 만족한다.


걷다 보니 새로 오픈한 것 같은 분위기 좋은 가게가 보였다. 구글 지도에도 안 나오는데 보니 정말 최근에 오픈을 한 것 같다. 방콕에 매장이 많은 태국식 샤브샤브와 쌀국스 브랜드 같다. Thong smith라는 곳이었는데 손님이 온통 태국인이다. 가격대는 좀 있었지만 깔끔한 분위기에서 쌀국수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엄마와 같은 메뉴로 쇠고기 쌀국수를 시키고 맵기만 달리했다. 깊은 맛이 적당했고, 한 그릇 양이 많지 않아 더욱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걷다 보니 한국마트가 나왔다. 이 전에 갔던 곳은 문을 닫고 여기는 그때 전라남도 어쩌고의 간판을 달고 있었는데 이제 합쳐진 건지 여기에서 한국 식재료 여러 가지를 팔고 있었다. 햇반과 미역국, 닭볶음탕 등을 좀 샀다. 여기에 있는 내내 엄마는 아침마다 집에서 좀 챙겨 온 젓갈과 함께 잘 챙겨드셨다. 일어나기만 하면 아침밥이 쓱쓱 나오니 나도 좋았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에서는 정리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우선 나의 통장 잔고와 보험 내역을 싹 정리해보고 싶었고, 그러려고 그동안 스타벅스에서 스탬프를 열심히 모아 아이패드 굿노트에서 쓸 수 있는 다이어리도 다운 받아왔다. 10월에 오래된 아이패드를 조카 주고 새로 장만했는데 이제는 여기에 나의 기록을 더 세밀하게 적어 보려고 한다. 다이어리 첫 장에는 올해의 목표를 8가지 정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만다라트가 있었다. 올해 내가 이루고 싶은 여덟 가지 주제를 정했다. 지난번 치앙마이를 떠나고 한국에서 잠깐 태국어 과외를 받았다. 그런데 꼬불꼬불 정말 뱀 같은 스펠링을 외우고 또 외우다가 관뒀는데 여기 오니 회화라도 좀 공부해 올 걸 후회가 된다. 올해는 중국어 어려운 단어도 많이 공부해 보고 영문법도 깊게 파봐야겠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카페에 앉아 아이패드를 열고 정리를 시작했다. 네 개 은행의 앱을 하나씩 들어가며 잔고를 입력하는데 내년에는 돈 좀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카드도 몇 개 정리해야겠다. 투자는 나와 맞지 않고 손해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앞으로 투자는 안 할 거지만 새해가 되면 은행에 대출 문의를 하며 투자성 적금을 하나 들어야겠다. 치앙마이 예쁜 카페들은 오후 5시, 늦어도 6시면 문을 닫는데 여기 스타벅스는 그래도 10시까지 한다. 나중에 밤에 또 정리할 것이 있으면 나와봐야겠다.


또 다른 새해의 목표. 필요할 때 없는 게 싫어서 평소에 필요한 물건을 2~3개씩 쟁여놓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1개보다 2개를 살 때 단가가 100원이라도 떨어지면 그걸 구매한다. 그랬더니 이사 올 때 여유 있었던 팬트리가 가득 찼다. 언제 샀는지도 모르게 쌓여있어 쓰지도 않고 또 사는 일이 발생했다. 어느 날 나 혼자 사는 집에 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음에 대해 고민해 볼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야 모르는 것이니까 너무 많은 짐을 만들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25년의 목표는 ‘꼭 필요할 때 하나씩 사기’이다. 25년에는 내 살도, 내 짐도 좀 슬림해지는 한 해를 만들어야겠다.

오늘은 꼭 수영을 한 번 해보고 싶어 더 기온이 낮아지기 전에 집에 돌아왔다. 얼마 전에 산 수영용 이어폰을 꼈다. 예전에 소니제품을 잘 쓰고 있었는데 오래되어서 그런지 충전이 되지 않았다. 새로 사려니 더 이상 출시가 되지 않는 것 같고 샥즈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을 구매했다. (디자인이 영 맘에 들지 않았는데 방법이 없었다) 어쨌든 좋아하는 노래까지 가득 담아 물속에서 휴식을 가지려는데 으- 너무 춥다. 두 바퀴 돌면 보통 몸이 적응을 하는데 물이 차서 그런지 턱 밑이 아플 정도였다. 30분 정도만 헤엄치다가 나왔다. 6월 다낭 여행에서는 하루종일 뜨거운 햇볕에 데워진 수영장 물이 저녁까지 따뜻했던 기억이 있는데 ㅎㅎ 확실히 치앙마이가 지금 겨울인가 보다.


다시 재정비를 하고 마야몰로 나왔다. 엄마가 지난번 봐뒀던 나라야 매장에서 이모들 선물을 사고 싶다고 했다. 가방을 생각하고 왔는데 양산이 생각보다 예뻐서 잉글랜드아메리카, 럭키장(내가 붙인 이모들 별명이다) 걸로 하나씩 골랐다. 그리고 저녁은 고민하다가 여기 3층에 있는 페퍼런치. 다행히 엄마도 맛있게 드셔서 둘 다 싹 비워냈다.

오늘로 예약했던 마사지를 내일로 변경하고 다시 걸어 원님만으로 왔다. 원님만 테두리 쪽으로 화이트마켓이라는 이름으로 플리마켓이 섰다. 바이올린 음악가도 있고 단발흰머리 아저씨도 있고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낭만이 넘친다. 둘러보다가 얼마 전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주토피아에 깊은 감동을 받은 조카들을 위한 주토피아 캐릭터 볼펜을 샀다.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드신 거 같은데 펜도 잘 나오고 모양도 제대로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길건너에 있는데 동선에 맞지 않아 오늘에서야 겨우 왔다. 유튜브에서 많이 본 쌀과자와 내가 예전에 와서 주식처럼 먹었던 두유, 찐빵 등을 골라왔다. 내일은 사원 투어가 있어서 부지런히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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