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연말여행 05

사원투어 블루누들 라탄마켓 카페 와로롯시장 운동 장보기 마사지

by 장하영

한국에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국어로 된 투어를 신청하면 좋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가기는 귀찮고 지난번 도이수텝 야경투어는 꼬불꼬불 길을 달리니 멀미가 났던 기억이 있어서 올드타운에 있는 사원을 5곳 정도 투어해주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숙소에서 가까운 유님만 호텔 앞에서 오전 8시까지 집결이었다. 6시 좀 넘어 일어나서 아침까지 든든하게 챙겨 먹고 부지런히 나왔다. 지도만 보고 가다가 너무 이른 시간에 쇼핑몰인 원님만 안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나오는 길이 문이 잠겨있어서 당황했다. 옆에 지나가던 경비가 문을 열어주었다. (나중에 보니 굳이 원님만을 통하지 않고도 약속 장소로 갈 수 있었다) 한 가이드가 우리를 보더니 “000 씨?” 하였다. 맞다고 하니 자기가 오늘 가이드고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화장실도 다녀오라고 했다. 차가 그냥 SUV길래 일행이 더 없냐고 했더니 오늘은 우리 둘 뿐이라고 했다. 갑자기 단독투어가 되어버렸다. 가이드 토니는 한국 발음이 살짝 어눌하기는 했지만 한국이 좋아 13년이나 살았을 만큼 한국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의 ‘어디’라고 비교해주기도 하고 치앙마이에 대한 역사를 굉장히 재미있게 그리고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엄마도 말 안 통하는 나라에서 한국말로 설명을 해주니 좋아했다. 치앙마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의미 있는 사원을 돌아다니며 요일별 불상, 나의 컬러(나는 목요일에 태어나서 오렌지였다), 그리고 현재 국왕에 대한 이야기까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지식이 생겼다. 만족도 별 다섯 개였다. 그리고 덕분에 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도 많이 건졌다. 한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건지 포토스팟에서 어떻게 찍어야 되는지 딱딱 알고, 가로형 세로형 인물모드까지 알아서 척척 찍어준다. 오늘을 위해 선데이마켓에서 옷도 맞춰 입었는데 덕분에 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을 많이 건졌다.

투어는 ‘아, 이제 사원 그만 보고 싶다.’ 할 때를 아주 기가 막히게 알고는 거기서 바로 종료가 된다. 원하는 곳에 세워주신다고 해서 블루누들 앞에서 세워달라고 했다. 가이드 토니 말로는 블루누들은 태국인 입맛에는 좀 심심하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로 한 중국인이 SNS에 올려서 떴는데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고 한다. (나는 다시 먹어도 맛있다ㅎㅎ) 내 노후 목표이기도 하다. 내국인 말고 외국인들이 ‘환장’하는 아이템장사. 예를 들면 대만의 누가 크래커 같은 거다. 5년 안에 아이템을 찾아야지.


블루누들을 다 먹고 바로 타페 게이트 방향이길래 라탄 가게에 들르기로 했다. 지난 여행에서 여러 번 방문으로 괜찮은 아이템들은 다 쓸어가서인지 물건도 거의 비슷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못한 거 같기도 해서 결국 빈손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 같은 봇짐러에게는 라탄백보다 그냥 에코백과 백팩이 최고다.

이 근처에 내가 좋아해서 유일하게 두 번 간 카페가 있어서 찾아갔는데 그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만석이었다. 쉽게 자리가 날 것 같지도 않길래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다른 카페를 찾았다. ‘게이트웨이’라는 카페였는데 분위기도 좋고 친절하고 조용하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메리카노와 말차라떼를 한 잔씩 시켜서 한 시간 정도 휴식을 했다. 전자책 가지고 나왔으면 재미있게 읽었을걸, 아쉬웠다. 나와보니 오른쪽으로는 타페게이트, 왼쪽으로는 와로롯 시장이다. 확실히 여름보다 날씨가 좋으니 이 정도 거리는 여유롭게 걸어갈 수 있다. 와로롯 시장 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고 여러 번 들렀던 그릇가게를 갔다. 가격도 저렴하고 카페감성을 좋아하는 내게는 천국 같은 곳. 이번에도 참지 못하고 법랑 컵과 컵 받침, 그리고 겨우 2천 원 하는 조개모양 계란틀을 샀다. 엄마도 작은 사이즈의 절구(어디에 쓴다고 했더라..)와 티스푼을 골랐다.


그 옆으로 천을 파는 가게들이 많길래 몇 군데 들러 보았다. 재작년인가 엄마에게 재봉틀을 선물해 줬는데 가끔 내가 요청하는 주머니를 제작해 온다. 이번에도 풀리오 마사지기를 넣을만한 주머니를 만들어 왔다. 괜찮은 천이 좀 있나 찾아봤는데 엄마가 비교해 보더니 제주 오일장과 가격이 비슷하다고 했다. 종류는 엄청 많았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없었다.


망고 구경이나 할 겸 와로롯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일찍 닫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아직 한창이었다. 마야몰 지하 마트와 기념품 샵에서 망고 가격을 좀 알아왔는데 이곳이 확실히 싸다. 맛보기도 보여줬는데 맛도 괜찮아서 여기서 선물용 망고를 모두 사기로 했다. 가격은 큰 것은 120바트 작은 것은 50바트로 거의 다 정찰제인 것 같았다. 내 주변에 말린 망고 귀신들이 참 많은데 챙기다 보니 양이 꽤 되었다. 많이 사니 망고젤리도 서비스로 주셨다.


두 손도 무거워졌겠다 그랩을 불러 숙소로 돌아왔다. 볕이 좋을 때라 빨래를 돌리고 혼자 운동을 하러 갔다. 땀복을 입고 유산소 40분으로 땀을 쭉 뺐다. 씻고 동네에 마크로라는 슈퍼 마켓에 가 보았다. 김치를 사려고 갔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가장 적은 양인 깍두기를 샀다. (배추김치에는 ‘차이니즈 캐비지’라고 적혀있어서 어차피 탈락이었다) 어쨌든 깍두기를 여행 내내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우유, 사과, 과자를 좀 사고 한국 마트도 들러 깻잎까지 사서 돌아왔다. 여기서는 한국음식을 사 먹는 것도 해 먹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 환경이다.

어제 예약한 집 앞 마사지샾을 갔다. 다른 곳과 다르게 직원들 유니폼도 있고, 백인 아저씨가 사장인 듯한데 끝나고 어땠냐고도 물어봐주는 엄청 만족스러운 마사지였다. 일요일에 갔던 마수미 마사지도 정말 좋았지만 여기는 가격까지 끝내준다. 통유리로 된 가게에 저녁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는데 역시 그럴만했다. 덕분에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였다.


어느덧 여행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 많이 남은 것도 같고, 이러다 금방 끝날 것도 같은 여행의 중간 즈음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랑 연말여행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