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센트럴페스티벌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다. 여름이기도 하고 주변에 사원이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크리스마스 기분이 물씬 나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으로도 만족도는 충분하다.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났다. 지난번 한국마트에서 사 온 미역국과 여러 가지 반찬들로 한국보다 더 한국스럽게 아침을 먹었다. 평소에 아침은 간단하게 칼로리바란스와 두유로 해결하는데 여기서는 눈만 뜨면 배가 고프다.
오늘은 글이나 좀 써볼 참으로 근처 카페를 검색했다. 근처에 카페는 많지만 또 하루에 여러 곳을 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매번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너무 어둡거나 소란스럽지 않은 곳을 원했는데 원님만 맞은편에 YELLOO라는 카페가 괜찮은 것 같았다. 아이패드와 전자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는데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2층에 햇살이 잘 들어오는 널찍한 테이블에 자리를 맡았다. 복잡한 원님만 앞 메인 도로에서 고작 50미터 정도 안쪽으로 들어온 곳인데 골목이 굉장히 조용하고 예쁘다. 맞은편이 숙소인 것 같았는데 에어비앤비였다.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 가격이나 알아볼 겸 검색해 봤는데 웬걸- 내년 겨울에 이미 예약이 다 차있다. 세상에는 참 팔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는 꼭 지내볼 참으로 하트를 눌러 리스트에 넣어두었다.
받아 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 텀블러에 옮겨 담았다. 시원하거나 뜨거운 커피 온도가 변하는 것이 싫어서 여행 갈 때도 텀블러를 가급적 챙겨 온다.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아 글도 몇 편 쓰고 여행비 정리도 했다. 카페에 오면 휴대폰만 보던 엄마도 드디어 카페에 적응을 했는지 한국에서 챙겨 온 뜨개질 책도 보고 메모 도 좀 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센트럴 페스티벌을 가기로 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다. 작년에 왔을 때도 가서 휴대폰 요금제 연장도 하고 아이패드 키보드도 사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자판에 태국어가 쓰여 있어서 나에게는 특별한 키보드다)
마야몰보다는 규모가 확실히 크다. 오자마자 지하 푸드코트에서 초밥과 수박주스를 샀다. (예전에 와서도 이 조합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ㅎㅎ) 마야몰에서 사이즈가 없어 못 샀던 운동화가 있었는데 여기서 드디어 사이즈를 찾았다. 직원이 없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직원이 오니까 저 멀리 아저씨가 나를 가리키며 저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줬나 보다. 직원이 바로 찾아와 줬다. 그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눈인사를 해줬다. 아저씨도 메리크리스마스- 매장이 많아 돌아볼 곳도 많다. 여행와서 아빠 흉만 보던 엄마가 아빠 옷을 사주고 싶었나 보다. 본인 옷보다 아빠옷만 보러 다녔지만 결국 아빠 사이즈는 찾지 못했다.ㅎㅎ 쇼핑을 하던 중에 중앙 무대에서 소리가 들려 내려다보니 산타클로스와 귀여운 루돌프가 공연을 한다. 이어서 치앙마이 댄스학원에서 오늘 발표회가 있나 보다. 다들 센스 있게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꾸미고 한국 노래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춘다. 앞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거의 가족들이었다. 누나 공연을 보러 온 아기도 있고, 가족 대출동이었다. 나도 어렸을 때 오빠 웅변대회를 따라갔던 기억이 나는데 이들에게는 올 크리스마스가 굉장히 설렜겠지 싶다. 저녁에는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아서 푸드코트에서 볶음밥 하나와 지금까지 먹을 기회를 못 찾았던 로티를 샀다. 달달하고 바삭하니 참 맛있다.
6시쯤 가야지 7시쯤 가야지 하다가 매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9시가 되어서야 택시를 잡았다. 크리스마스고 약간 시내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택시 잡는데 애를 먹었다. 현지인들도 지금 이 시간 집에 가기가 쉽지 않은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그랩이나 볼트가 없었을 때는 차 없이 어떻게 다녔나 궁금해졌다. 그랩 앱까지 다시 다운 받아봤는데도 안 잡혀서 계속 시도하다 겨우 볼트를 잡아 탔는데 운 좋게 엄청 깨끗한 차가 왔다. 동네에 다 와서 길이 많이 막혀서 좀 미안했는데 기사가 내릴 때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해 줬다. 기분이 좋아 별점 5개와 함께 팁도 좀 넣어드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짐이 좀 늘 것 같아서 핸드캐리로 들고 갈 수 있는 가방을 샀는데 여행용 옷 파우치가 쏙 들어간다. 옷가지를 기내로 들고 타야겠다는 작전을 좀 세우고 유튜브를 챙겨보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