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연말여행 07

계란말이 운동 낮잠 카페1 카페2 로컬야시장 카페3

by 장하영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날이 삼일 남았다. 이동하는데 하루, 또 상하이에서 숙박을 하루 해야 하니 풀데이로는 오늘내일만 남은 셈이다. 10일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해서 글도 많이 쓰고 밀린 드라마도 실컷 보고 책도 많이 읽고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지난 여행의 복습도 다 끝내지 못했고, 하루하루 날은 가는데 휴식은 부족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엄마의 보호자로서 있는 여행지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번 사원투어 가이드 토니가 추천해 준 도이수텝 야경투어를 마지막 일정으로 넣을까 하다가 포기했다. 가는 길에 멀미를 했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마트에서 산 계란이 굉장히 실하고 좋았는데 오늘은 엄마에게 계란말이를 해달라고 했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부지런히 땀복을 챙겨 헬스장으로 갔다. 유산소와 간단한 근력 운동을 마치고 오늘은 좀 나른하게 보내고 싶어 낮잠을 잤다. 언제부터인가 주말에도 낮잠을 잘 안 자게 되었는데 여기서 처음 자보는 낮잠도 그리 꿀맛은 아니었다. 12시 30분쯤 일어나서 숙제 같은 수영을 해보기로 했다. 수영복도 다양하게 챙겨 왔는데 아침저녁으로는 춥고 뜨거운 낮에 하자니 일정 중간에 들어와야 하는 귀찮음 때문에 하지 못했다. 가장 해가 뜨거운 시간인데도 물은 차고, 필로티 구조라 해가 잘 안 들어오니 춥다. 30분 정도 하다가 이제 여기서 수영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지. 하고 생각했다.

다시 갈 채비를 하고 나왔다.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브런치 카페에 가볼 참이었다. 집에서 2분 거리에 있는 klay라는 카페인데 분위기도 좋고 리뷰도 좋았다. 점심을 놓치기도 해서 엄마는 파스타를, 나는 요거트볼을 시켰다. 커피도 맛있고, 인테리어도 내 스타일이었다. 자리가 많지는 않지만 한가할 때는 앉아서 고즈넉이 독서를 하면 좋을 것 같은 카페다.

카페를 나와 자연스럽게 원님만 쪽으로 나왔다. 분위기가 괜찮다는 카페를 구글 지도에 저장해 놨는데 여기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온다. 소화도 시킬 겸 날도 좋길래 엄마에게 걸어가 볼래? 했더니 좋다고 한다. 아빠와 함께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ㅎㅎ 걷는 걸 좋아하는 엄마와 여행을 오니 가능한 일이 되었다. (참고, 나 아빠 좋아함) 걸어오길 잘했다. 주욱 일직선으로 걷는 길이었는데 새로운 가게들도 많고, 택시 타고 다니느라 구석구석 보지 못했던 곳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 즈음 갔는데 로컬 야시장도 크게 열리고 있었다. 규모가 큰 식당도 많이 나오고 멋진 카페들도 많아서 부지런히 지도에 저장해 놨다.

오늘의 두 번째 카페는 coffice. 요즘 mz들에게 핫하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후기를 봤는데 거의 마감 무렵이라 그런지 손님은 두 테이블 정도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커피와 빵을 시켜 앉았다. 관광지와는 떨어져 있어 현지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리 특별하지는 않고 기대보다는 아쉬웠던 카페였다. 아이패드를 좀 끄적이다가 카페 마감시간에 맞춰 카페를 나섰다. 동네가 예쁜 거 같아서 구경을 했는데 1층짜리 집들이 정갈하게 있고 끝에는 입장료가 있는 카페&식당 타운도 있었다. 다음에는 치앙마이에 오면 자전거라도 빌려서 다녀야겠다. (오토바이면 더 좋겠지만 무서워서 스트레스 쌓일 것 같다ㅎㅎ) 어쨌든 새로운 동네를 발견해서 좋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부자스멜 동네인 것도 좋았다.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더니 엄마가 아까 지나온 로컬마켓에 가보자고 했다. 위치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쭉 직진만 해왔던 거라 감을 믿고 출발했는데 머지않아 큰 규모의 로컬 시장이 나타났다. 저녁을 위해 한 바퀴 쭉 들러보았다. 옷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았다. 흰색 옷만 깔끔하게 정리해서 파는 곳이 있었는데 엄마에게 어울릴만한 긴 기장의 셔츠도 있었다. 얼마냐니 100바트란다. 세상에, 안 살 수 없다. 사장님도 (너무 당연히) 정말 인상이 좋으셨다. 치앙마이는 연말마다 와서 내 마음속의 화를 좀 덜어놓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초밥도 사고 돼지고기 덮밥도 사고 음료도 사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불맛이 가득한 게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집에 들어오니 8시가 되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10시까지인 스벅은 얼마나 있을 수 있나를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나왔다. 근처 블루커피가 새벽 한 시까지 한다길래 여유 있게 글이나 쓸 겸 짐을 챙겨 나왔다. 치앙마이에서 망고 사 오기 빼고는 처음으로 혼자 하는 스케줄이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 달라고 하고 집을 나섰다.

블루 커피는 지나다니다 본 곳이었다. 굉장히 번화한 곳에 있는 곳인데 치앙마이에서는 드물게 늦게까지 한다. 커피는 많이 마셨고, 배도 불러서 메뉴를 고민하다가 레몬티를 시켰는데 아주 맛도리다. 2층 테이블이 생각보다 불편해서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다들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각자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치앙마이에 온다면 여기를 자주 올 것 같다. 10시남짓 밀린 글을 몇 편 쓰고 굉장히 보람된 마음으로 돌아왔다. 슬슬 짐을 싸야 해서 그동안 사놓은 기념품을 캐리어에 담아봤다. 벌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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