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위치안부리 카페 마야몰 크렁메카 올드타운 툭툭
그리 게으르게 보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못한 게 아직도 많다. 카페도 원하는 만큼 못 즐겼던 것 같고, 올드타운도 사원투어 날 말고는 가보지 못했다. 아침에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운동하고 운동복 빨래하고 준비하고 나오면 11시에야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보고 싶었던 드라마는 한 편도 못 보고 영상도 못 만들고, 책도 제대로 못 읽은 것 같다. 여기서 진정한 휴식 같은 휴식을 보내려면 보름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오늘 아침은 간단히 요거트와 과일을 먹었다. 이제 내일 퇴실까지 냉장고를 야무지게 비우기 위한 계산이 시작되었다. 한인마트에서 산 닭볶음탕이 남아있고 나머지도 큰 무리 없이 소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저녁 메뉴는 닭볶음탕이 되었다는 이야기.
오늘 운동은 엄마와 함께했다. 나는 오늘도 러닝머신 40분을 꼬박 채우고 엄마는 옆에서 스텝을 밟았다. 요즘 제주도에서 라인댄스를 배우시는데 왜 이름이 라인댄스인지는 모르겠다. 원투 차차차 스텝인 거 같은데 아무튼 이 걸로 가끔 동네 발표회도 하고 그러신다. 개운하게 땀을 쭉 빼고 오늘은 어제 유튜브 보다가 나온 로스트 치킨 식당을 가볼 참이다. 숙소에서 250미터 밖에 안 떨어져 있었다. 과연 리뷰대로 연기가 자욱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앉았는데 여기는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시스템이 엉망이다. 자리를 안내해 주는 사람도, 주문을 받으려는 사람도 없고 그냥 요리만 하고 있다. 눈치를 보다가 종이에 메뉴를 적어 카운터로 가져다주었다. 물은 또 어디에 있나.. 싶었는데 눈치껏 물통을 찾아 두 잔을 받아왔다. 사람들은 왜 시원한 물을 먹지.. 싶었는데 또 그 옆에 박스에 얼음이 있었다. 후기에는 야채도 가져다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야채는 결국 찾지 못했다. 결국 어찌어찌 음식이 나오긴 한다. 로스트치킨 반마리와 옥수수 쏨땀을 시켰다. 이 두 개를 처음부터 먹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었다. 결국 먹고 가서 다행이다. 찰밥에 소스까지 곁들이니 담백하고 입맛이 싹 돈다. 아주 마음에 드는 한 끼다. 반 이상이 외국인 같았는데 한국인끼리는 서로를 또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는 직원 안 오니까 직접 주문하셔야 한다, 물은 여기 있다, 얼음은 그 옆에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내자가 되어준다. 잘 먹었다.
식사 후 과일과 물을 사서 집에 잠시 들렀다. 돌려놓은 빨래를 볕이 좋을 때 널어두기 위해서다. 여기는 매일 날씨가 좋아 빨래가 잘 마른다. 운동복도 매일 빨래를 해서 걸어두니 한벌 씩만 가져와도 될 뻔했다. 오늘은 낮에 올드타운을 나가볼까 했는데 4시에 잡아둔 마사지가 애매하다. 하는 수 없이 카페를 찾아 나서다 원님만 근처 고즈넉한 카페를 찾았다. 와이파이도 안 되는 곳인데 통창 위로 나뭇잎이 걸려 굉장히 운치가 있다. 사람도 적고 커피도 저렴하고. 지도앱에 잘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도 와야겠다.
어제 유튜브를 보다가 몇 가지 구매 리스트가 생겼다. 저녁에는 어찌 될지 몰라 이 숙제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마야몰로 향했다. 약국에서 태국에서 특히 저렴하다는 약을 몇 가지 사고, boots에서 비타민c 라인의 바디로션을 하나 샀다. 그리고 지하 마트로 가서 마사지샵에서 맛있게 먹은 과자와 어제 쿠킹 클래스에서 봐둔 코코넛 슈가 등을 좀 샀다. 시간이 애매해서 어제 4시로 예약한 마사지를 한 시간 미뤘다. 세 번째 방문하는 마사지샾인데 마음에 들어서 마지막 일정으로 두 시간 타이마사지를 받으려던 참이었다.
집에 들러 짐을 놓고 시간에 맞춰 마사지샵으로 갔다. 어제 예약한 내역을 확인하더니 외부에서 누구를 급하게 부르는 모양새다. 여기는 마사지사들이 실력이 균일하고 압이 세서 좋았는데 사복을 입은 덩치 큰 아줌마와 왜소한 아줌마가 급하게 들어왔다. 결론은, 영 별로였다. 엄마를 맡은 아주머니는 나중에 조카가 마사지하는 것 같은 손장난을 친 모양이고, 나를 맡은 마사지사는 압은 적당했지만 말도 없이 툭툭 치면서 자세를 바꾸라고 하는 등 태도가 불량했다. 이 마사지샵은 끝나고 꼭 주인아주머니가 어땠냐고 물으며 체크를 하는데 두 시간도 안 채우고 태도도 별로고 엄청 약했다고 말해줬다. 엄청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나도 실망이세요-
우리는 또 우리의 스케줄을 해야 했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 털이로 닭볶음탕을 해 먹었다. 반조리 제품이라 30분도 안되어 저녁을 해치우고 택시를 불러 크렁메카로 향했다. 이곳은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고 청계천 느낌의 현지 데이트 장소 같은 곳이라고 했다. 엄마랑 나는 술을 마시지도 않아 저녁에 마땅히 즐길거리가 없었기에 여기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한달살이 숙소 근처여서 눈에 익은 골목이 나와 반가웠다. 예전에는 아기들이 마이크와 스피커를 들고 나와 노래도 부르고 활기찼던 것 같은데 그보다는 덜 북적였다. 그래도 하천을 따라 정돈된 꽃들과 조명들이 멋졌다. 이곳은 주민들이 진짜 사는 곳이고 집 바로 앞에서 장사를 한다. 초등학교 때 이렇게 1층 주택 앞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던 집이 있었는데 참 맛집이었지.. ㅎㅎ
한 30분 걸으니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었다. 그냥 들어가기는 애매한 시간이라 타페게이트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한 20분 걸으니 타페게이트가 나왔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곳. 이번 여행은 아쉽지도, 지겹지도 않게 딱 적당히 놀다 간 것 같다. 엄마도 그런 시간이었기를. 안쪽을 조금 더 둘러보고 크레페 파는 곳이 있어 망고+초코 조합으로 사보았다. 볼트가 안 잡히길래 어쩌나 하고 있는데 마침 툭툭이가 지나갔다. 원남만까지 150바트를 부르시길래 바로 탔다. 엄마가 툭툭이를 궁금해하셨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주소를 설명하기 복잡해서 원님만으로 가 달라고 했는데 딱 우리 집 앞으로 지나간다. 기사님께 저기 앞에서 세워달라고 했다. 기사님은 첫인상은 무뚝뚝해 보였지만 역시나 치앙마이의 DNA를 이기지 못하고 정말 친절하셨다. 차를 세울 때도 안전한 쪽으로 세워준다고 골목 안까지 들어가 주셨다. 아저씨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버시고 행복하시길.
유튜브를 틀면서 짐을 쌌다. 망고 같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짐들은 엄마의 작은 캐리어에 몰아넣고, 옷을 기내용 가방에 넣는 전략이었다. 내 캐리어 무게도 적당한 것 같다. 커피를 낮에만 마셨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라고 하기엔 30분 이내에 잠든 것 같지만 그래도 마지막 밤이라고 조금 설치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