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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Jan 18. 2023

모든일은 마음이 지어낸다.

일체유심조가 준 깨달음


작년 한해를 돌이켜보면 늪에 빠져 허우적하던 마음이 방향을 잃고 표류한 남파선 같았다. 배의 한귀퉁이는 부서지고 바다 한가운데 가라 앉지 않은것만해도 다행인채 외딴섬 모래밭에 표류하고 말았다.

머릿속은 얽혀버린 실타래가 되어 풀려할수록 더 단단히 얽혀 버리듯했다.

시간이 해결해줘야하겠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쉽지 않았터  명리학에 밝다는 분을 찾게 되었다. 여기까지 올때 마음은 혹시 내가 듣고싶은말을 들을수 있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의지가 부족했던 그 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불러온듯 했다.  그냥 마음 편히 들어보기로 했다. 살짝 긴장된 마음은 살짝 위트있는 말투로 웃음을 터뜨려 주었다. 말하는 족족 다 내얘기같고 다 맞고 딱 그러했다. 어쩜 이리 맞는지...하며 겉으론 최대한 표나지 않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듯한 끄덕끄덕도 적당히 지어보이며 들었다. 사이다같은 뻥 뚫리는 마음은 아니였지만 마음을 내려놓기가 조금 도움이 되는 정도로 집으로 돌아왔다. 부딪힐 일이라면 즐겁게 맞서보자라며 잠시나마 긍정의 근력을 키웠다.  그리고 몇시간 지난뒤 뭔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배우자의 생년월일을 완전히 착각하고 말았다. 남편 생일과 시아버지 생신이 비슷한 시기라 완전 다르게 보고 온 것이다. 혼자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난 무얼보고 듣고 온거지?나에게 물어보아도 허무함만 느낄 뿐이였다. 시간은 또 봄에서 여름의 가운데로 데려놓을쯤. 유한한 시간이 주는 세월의 흐름은 점점 나를 조여온다. 애써 태연한척 아무렇지 않은척하려해도 방법이 그것뿐일까? 되뇌이며 조바심이 평온함을 앞섰다. 또 불안감이 찾아왔다. 한여름 내리쬐는  햇볕만큼 마음은 쩍쩍 갈라지는 호수 바닥 같았다. 그리고 찾은 두번째 무속인의 집. 첫번째 명리학을 보러갔던 곳보다 더 긴장되었다. 처음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며 무속인과 마주 앉았다. 앞이 잘보이지 않는다는 시작의 말로 속이 좀 풀렸을까?거의 정해져버린듯한 이야기로 마음을 정리하는 척을 했다. 이왕 이리된거 또 잘 견뎌보라며 그럼 좋을거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그랬다. 남편생일과 시아버지 생신의 차 일수만큼을 남편사주로 보고 온것이다. 이렇게 남편을 또 다른이의 사주로 보고왔다. 두번 다 내이야기같고 내남편 이야기 같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야기를 듣고 왔으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뒤늦게 잔잔한 파도가 느껴졌다.


 모든일은 마음이 지어낸다는것을 말이다.

일체유심조.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무엇이든 마음이 지어내는대로 마음 먹기 나름인것이다.

어지러웠던 마음 기댈곳을 찾아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마음을 잘 다스리고 게으름과의 싸움에도 이겨내며 어지러웠던 마음도 정리정돈도 해야겠다. 무엇이든 지나고나면 보이는것을 미리 볼수도 없는 마음을 조바심 갖게 나를 괴롭히지 말자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폭설이 예고된 강원도 기후에도 바닷가엔 비가 내렸다. 하염없이 밀려오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변하는건 파도가 아닌 내마음인것을...때론 큰파도가 또 때론 작은파도가 밀려올 뿐 파도가 사리지지 않지 않은가.

두번의 말도 안되는 실수가 가져다준 깨달음에 조용히 마음을 헤아려 본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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