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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Mar 19. 2023

적립금 쓴적없다구요(?)

다정함에 살아남다.

내가 자주 가는 동네 마트에 적립금을 확인하던 어느날. 

'어? 많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만원에 육박한 적립금을 확인한 순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말랑말랑 해졌다. 그렇게 며칠을 지나 저녁 찬거리를 사러 또 들린 마트에선 두부랑 대파랑 라면도 고르고 계산대에 섰다. 내차례가 되었다.

"적립금 써주세요."

"3천원 단위로 가능해요."

"그럼 3천원 써주세요."

그렇게 난 3천원 할인받고 남은 적립금을 확인하고 하루 3천원만 쓸수있나보다. 혼자 생각하며 집으로 왔다. 아마도 또 손님을 오게 하려 그런가보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며칠이 지난후 마트에 갔다. 계란도 사고, 멸치도 사고 청량고추도 사고 등등 계산대에 섰다. 

"적립금 써주세요."

"적립금 다 쓰셨는데요"

"네? 적립금이 없다고요?"

"네"

이상하다. 며칠전만해도 있던 적립금이 어딜갔지? 일단 집으로 오는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적립금을 썻을까? 가끔 과일을 사오는 남편이기에 반신반의 하면서 말이다. 예상대로 남편은 아니라고 한다. 찝찝함은 바쁜 주말을 지나 마트를 지나갈때면 떠올랐다. 자주 다니는 동네마트라 궁금함을 해결하고 싶었다. 마침 살것도 있었던 터라 계산하고 나즈막히 물었다.

"혹시 제가 쓴 포인트 사용내역 확인할수 있을까요?"

"아. 잠시만요."

관리급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포인트 번호를 묻는다. 내가 쓴 적립금 내역이 나열되었다.

"2월10일 오후7시11분 샤인머스켓을 구매하시면서 적립금 다 쓴걸로 나오네요."

"어? 그래요? 전 샤인머스켓 산적이 없는데요."

"혹시 주변에 쓰신분 없을까요? 여기사용영수증 있으니 한번 확인해보세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영수증에는 신o체크 카드로 사용하였고, 체크카드 두개로 쓰는 난 순간 나도 같은카드사가 있긴한데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제일 먼저 지갑을 찾아 카드를 찾아 바로 확인했다. 카드번호가 영수증에 있는 번호와 일치하는 이유가 왜일까? 이건 무슨일이지? 

시간을 거슬러 2월10일. 그렇다! 첫째아이가 친구집으로 파자마파티를 가던날이였다. 빈손으로 보내기 뭐해서 급하게 샤인머스킷을 사서 들려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포인트로 써달라고 했었나 보다. 하루 3천점만 가능한걸로 알기에 그렇게 쓴줄말 알고 영수증 확인을 못하고 친구집으로 부랴부랴 보냈던 그날 저녁의 단상들이 스쳐갔다. 

포인트는 삼천단위로 쓸수 있다는 말은, 삼천, 육천, 구천 단위로 쓸수 있다는 것이였고, 그렇게 그날 샤인머스킷으로 남은 포인트를 다 쓴걸로 뒤늦게 이해했던 것이다. 나의 그날 행동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며칠간 마트직원을 귀찮게 굴었던 요며칠 행동들이 완전 진상이 되었구나 싶었다.  카드내역을 확인하고 마트로 전화를 걸었다. 확인해보니 내가 맞고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럴수도 있다며 웃으며 마무리를 했지만 이순간 쥐구멍이 있다면 그 누구보다 먼저 들어갈수 있는 쪼그라듬이였다.

내가 이해한 만큼 듣고 이해한 만큼 판단하고 행동하는 걸 느끼는순간, 더 겸손해져야 겠다는걸 깨달았다. 상대도 잘못할수 있지만, 나도 잘못 할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샤인머스킷을 내가 먹은 기억이 없다고 내가 산거 아니라고 그렇게 말할수 있단 말인가? 순간의 기억을 자기 합리화하기엔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래도 다행인건 다시 마트를 다닐수 있을 관계로 웃으며 마무리 했다는 것이다. 다사했던 일주일을 보내고나니, 다정함만이 나를 살게하는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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