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고 향기롭게 Oct 14. 2021

혹시 침 감을 아시나요?



[소금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서 없앤 감. 생감에는 수용성 타닌이 들어 있기 때문에 떫은맛이 난다. 이것을 가공 처리하여 세포의 기능을 정지시킴으로써 각종 효소의 작용으로 생성된 물질이 타닌과 결합하여 떫은맛을 없애게 되는데, 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열탕 법(熱湯法):50 ℃ 정도의 뜨거운 물을 통에 붓고 외부에 상처가 없는 깨끗한 생감을 넣어 뚜껑을 꼭 닫아 밀폐상태로 만든 다음, 통 둘레를 헝겊으로 싸서 보온하여 40 ℃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두산백과




매년 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을 딴다. 지금은 단감이 대부분이지만, 떫은맛의 생감을 따서 따로 보관하여 홍시를 만들기도 하고, 생감을 침 감으로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침 감을 담그는 날.



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왠지 모를 분주함이 느껴진다. 어른들이 뭔가 하시려나 보다를 느낌으로 안다. 아버지는 커다란 김치항아리. 그러니까 김치 단지라 불렀다. 할머니께서 씻어둔 김치 단지에 볏짚으로 불을 붙여 단지 안으로 휘저으신다. 단지를 소독하시는 모습이다.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 단지는 소독을 마치고, 부엌에서 또 분주히 가마솥에 물을 끓이신다.


단지는 안방 아랫목에 자리 잡아주고, 아버지께서는 생감을 단지에 넣으신다. 이내 가마솥에 끓던 물에 소금을 녹여 대야로 나르신다. 안방 생감이 든 단지 안으로 소금물이 쏟아진다. 소금물은 생감이 잠길 정도로 채우고 나서야 마무리를 한다.


따뜻한 아랫목엔 아궁이 불로 온기를 전하고, 생감을 품은 단지는 담요로 돌돌 말아 온기를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해 놓는다.



이 상태로 4-5일 정도 지나면, 한두 개를 꺼내어 맛을 본다. 떫은맛이 없어지면 완성되는 순간이다. 생감의 떫은맛은 소금물에 모두 빼앗기고, 소금물에 간이 밴 생감은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낸다. 비록 겉모습은 소금물에 곰보처럼 변해 볼품없지만 껍질도 안 벗기고 그대로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엔 달달한 침 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생감을 침 감으로 만드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침 감을 커다란 대야에 옮겨 담고 단지는 그 역할을 다하고 안방에서 물러난다. 침 감은 한동안 우리들 간식으로 든든했다.



지금은 단감이 그 자리를 대신해 주고 있다. 드문드문 단감나무를 심은 집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단감나무들이다. 침 감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침 감이 그리워 고향마을 재래시장을 찾아봐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오늘은 시댁에서 단감이 한 박스 도착하였다. 어르신들 단감 따서 박스에 담아 보내신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다. 택배 보내기가 쉽지 않은 거 알기에 달달한 단감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단감을 보고 있으니 침 감이 생각났다.




어릴 적 단감나무 있던 친구 집 감나무가 부러웠던 적이 있었으니, 우리 집은 단감나무를 안 심고 떫은 감나무만이 있는 게 불만이었던 적이 있었다. 떫은 감은 침 감으로 재탄생되어 단감 못지않은 맛을 선사해 주었건만 겉모습도 매끈한 단감이 마냥 부러웠었다. 지금은 침 감이 그립다. 다시 한번 먹어볼 수 있을까만은 떫은 생감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



침 감을 아는 사람 있을까? 퇴근한 남편에게 물으니 침 감을 안다. 그럼 그렇지. 침 감을 먹어본 추억에 도란도란 단감으로 침 감을 소환하며 오물오물 단감을 먹는다.


침 감을 소환시킨 단감이여. 잘 먹을게요. 아버님 어머님^^






작가의 이전글 꾼이 되지못했던 아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