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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Sep 05. 2021

언니마중 2

언니의 회식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야~ 오늘 사무실 회식이라 늦어~ 지금 말고 전화하면 나와~"
언니가 회식이 있다고 한다.

언니 회식이 끝날 때까지 과연 잠 안 들고 기다릴 수 있을까? 일단 저녁 먹고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
마당에 묶여있던 강아지들도 저녁밥 달랐는지 사람만 보면 꼬리 흔들고 부산스러울 정도로 한결같이 반긴다.

어둑어둑 해짐이 넘어 캄캄한 밤이 되었다. 눈꺼풀도 덩달아 무거워지고 언니의 전화를 기다리다 잠들어 버렸다. 얼마나 흘렀을까? 벨이 울린다.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응 나야~ 이제 나오면 돼~"
"알았어~"
수화기를 내려놓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잠에 취해 다시 잠들다 다시 깨어나다를 반복하다 문득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에 잠들어 있던 남동생을 깨웠다.
"언니, 전화 왔어~ 빨리 나가자! 늦었어!"

"나도 졸리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늦었어 얼른~ 일어나!"
만만한 동생을 깨운다. 부랴부랴 채비를 하고 플래시를 들고 마당을 나섰다. 환한 마당의 불빛이 더 이상 미칠 수 없는 경계선의 어둠이 시작되는 순간의 발걸음에 한발 내딛는다. 이젠 플래시가 역할을 할 때다.
길가 풀들도 한여름 동안 많이 자라 가끔 길인지 풀숲인지 헷갈린다. 익숙한 길이기에 가능한 길로 걸음을 재촉했다.

늦은 출발 탓에 언니는 중간쯤 되는 곳에서 만났다. 겁이 많던 언니는 왜 좀 더 빨리 오지 않았냐며 조금 섭섭해했다. 아무 말할 수 없었다. 다시 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어둠과 맞먹는 미안함과 적막감이 조용히 내려앉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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