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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Mar 03. 2022

삼삼데이


불과 며칠 전과 사뭇 다른 아침 출근길 밝음이다. 어? 이 느낌 점점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골목길이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밝아진 골목길에서 설렘을 느꼈다. 겨울을 벗어나 해의 길이가 길어지는 지금 이 순간부터 하지를 맞이하는 그때까지 나도 모르게 가슴엔 설렘이 자리한다. 길어지는 낮의 길이만큼이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에너지를 얻은 시기가 매년 이때쯤인 것이다.


밝아진 아침 햇살에 코로나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확진자가 주변에도 아니 우리 가족에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고 지나가고 있다. 전면 등교하던 둘째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지만 아이들은 또 이 상황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다.


밝은 햇살에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선명한 햇살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창가로 다가갔다. 봄햇살은 점점 도타워지고 있는 초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따스한 햇살에 찬바람이 스며들어 감기 걸리기 딱 좋은 계절이니 만큼 건강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삼삼데이. 퇴근길 나누는 동료들과 저녁거리 걱정하면서 삼삼데이에 힌트를 얻었다. 고기 굽는 거야 젤로 쉽지! 김치에 고기만 구워주어도 왠지 뿌듯해지는 밥상을 상상하며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에게 삼겹살 괜찮은지 물어보고, 바로 정육점으로 향했다. 정육점은 삼삼데이를 즐기려는지 삼겹살을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통마늘을 편으로 썰고, 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뒤집어 가며 구웠다. 된장국에 김치와 며칠 전 버무려 놓은 시금치에 저녁밥상은 완성되었다. 조금 부족해 보여 김도 한 봉지 뜯어놨다. 배고프다고 밥 달라던 둘째는 고기 한 점에 밥두숟가락 가득 입에 문다. 고기를 더 많이 먹어주었음 하는 엄마 마음이 보태어 자꾸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골고루 잘 먹어주는 둘째지만 고기를 즐기지 않은 편이라 고기 한점 더 먹으라고 밥그릇 위로 한점 올려놓는다. 알아서 먹는다는 둘째는 또 한가득 밥을 떠먹는다. 고기를 저렇게 한가득 먹어주었으면 좋으련만. 나를 닮아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은 아닌가 보다. 어쩜 식성도 이리 나를 닮았는지...


둘째의 새학기 둘째날 원격수업이야기를 들어주랴, 중학교 입학한 첫째의 학교 생활을 들어주랴 내 귀가 두개인것이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삼삼데이 노릇노릇한 삼겹살이 함께한 저녁밥상 위로 오늘 하루 새 학기 이야기 꽃이 가득 핀 저녁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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