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고 향기롭게 Mar 14. 2022

꼭꼭 숨어라~!

산책길에서 만난 숲 속 냥이

꽃샘추위가 강풍에 한발 물러서자, 이내 봄햇살은 두툼해지고 점점 봄의 한가운데로 시간은 우리를 데려 놓은 오늘 하루. 집에 도착하자마자 반려견 우유를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 하루 종일 주인 오기를 기다렸을 공간 속에 이런 날 산책을 못 시키면 죄책감이 클 거 같아 다른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바로 둘레길로 발걸음을 향했다.


반려견 우유는 익숙한 듯 앞서며 걸으며 봄 냄새를 맡느냐 여념이 없다. 오늘은 단둘이 우유랑 걷는 산책길이 여유롭기까지 하다. 봄을 맞이하는 나뭇가지들을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며 걷는 걸음에 봄이 따로 온다. 두툼한 외투가 살짝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겨우내 뭉툭하고 앙상한 가지들은 다시 싹이 날 거 같지 않아 보이기만 했는데 다시 봄을 맞이하듯 눈을 띄울 준비에 바쁘다. 걷던 걸음도 잠시 멈추게 하는 이 순간에 저녁을 무엇을 먹일지 고민은 잠시 미뤄둔다.


둘레길을 돌아 다시 돌아올 때쯤 숲 속 한편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을 느꼈다.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던 시선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도망갈 듯 안 갈듯 사람을 경계하듯 안 하는 듯 한 숲 속 냥이는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평소 흔히 보던 노란 길냥이들과는 조금 더 연한 빛의 숲 속 냥이는 그대로 도망가는 걸 멈추고 나와 우유를 바라보고 있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적당한 거리가 탄력을 잃을 때쯤 냥이는 훌쩍 도망가고 말 것을 짐작하기에, 멀리서나마 바라보며 다음에 보자며 지나쳤다. 산책길은 온전히 나를 위한 힐링 시간이 되었고, 가끔은 혼자서 맞이하며 걷는 산책도 참 좋았다.


보호색을 띠며 살고 있는 숲 속 냥이에게도 따스한 봄날이 되는 하루가 되었기를~~


작가의 이전글 우유가 없었던 적이 기억이 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