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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Apr 03. 2022

팔순 친정엄마가 차려주신 아침밥상

한끼의 위대한 밥상. 위로

주말아침 갑자기 친정을 가고싶다란 생각이 밀려왔다. 지난해 새해를 친정에서 보내고 명절에도 찾아가지 못한 그리움이랄까? 주말에도 일정이 잡히는 일을 하는 나에겐 토,일요일을 오롯이 쉬는날 그냥 늘어지기 바빴다. 그러나 봄바람이 나를 간지럽힌걸까? 문득 친정을 가고싶다란 굵은 생각에 벼락치기로 준비하여 출발하였다.


출발전 친정엄마께 사위인 남편이 전화드렸다. 도착하면 4~5시쯤 될거라고...조금있다 뵙어요. 하며 고속도로에 다다를쯤 도로는 이미 만차였다.

주말 서울을 빠져나가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차량들은 같은 곳을 향하는듯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코로나 이전의 익숙한 정체를 보여주는 고속도로가 웬지 반갑기도 했지만 올라오는길도 막히겠구나를 어느정도 짐작할수 있었다.


서울을 어느정도 벗어나는 순간 차량은 달리기 시작했고, 바람은 생각보다 차게 느껴지는 봄이였다. 강릉에 도착할무렵 벗꽃나무 가로수들은 아직 꽃봉우리를 피우지 못했다. 불그레 꽃망울을 가득 머금은 모습은 다음주안에는 꽃이 피겠구나...하는 정도의 조금 이른 봄꽃 구경이 되었다.


홀로계신 엄마께선 우리를 반겨주셨고, 그길로 파도소리가 그리운 자식들과 바다로 동행했다. 바람은 아직 봄을 시샘하는지 제법 차갑게 우리를 반겼다. 춥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요며칠 혼란스러운 내머릿속 잡념들을 파도소리와 바람에 날려 보내는듯 했으니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맘껏 파도에 내마음을 전해보았다.


강릉 강문바다는 우리의 최애 장소가 되었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카페에 들러 차한잔의 여유를 가져보며 친정엄마와의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누어 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부엌에선 달그락 소리가 들려온다. 친정엄마의 아침준비 하시는 소리를 자장가삼아 모르는척 더 잠을 청했다. 친정이라 가능한 권리랄까? 엄마한텐 다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 들기도 하지만 친정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 보겠느냐 말이다.


누구의 며느리로 살다가 친정에서 늘어지는 이중적인 이 마음을 보상받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밥이 어느정도 준비되었을쯤 부엌으로 갔다. 엄마께선 밥만 담으면 된다시며 빈 밥공기를 내미신다. 사위가 좋아하는 두부조림은 빠지지 않은 메뉴다. 텃밭에 심을 씨감자를 씨암닭 잡듯 깍아서 조림도 해주셨다. 들기름을 넣은 감자조림 한개 입에 넣는 순간...바로 '이맛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엄마의 맛을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팔순의 노모가 아침상을 차려주시느냐 준비하는 동안 철없는 사십대 중반의 막내딸은 친정엄마의 밥상에 위로받는 순간이였다. 친정엄마껜 아직도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모양이다. 갑자기 찾아온 상황이였기에 애들 먹을 반찬이 변변치 않으시다며 밥상에 둘러 앉았다. 외할머니의 폭신폭신한 감자조림은 아이들에게도 최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고, 아무맛도 모르시겠다는 친정엄마는 먹을게 없으니 그런거 같다시며 어여 한술 뜨라고 하셨다. 된장국에 한숟가락 말아 입에 넣는순간 친정엄마의 맛을 기억하는 세포들이 나를 다시 어린아이로 데려 놓는듯 했다.


내가 차려드려야 하는 친정엄마의 밥상을 받고보니 살짝 부끄럽기도하고 그래도 엄마가 해주시는 밥상을 먹을수 있어 또 위로가 되는구나를 느끼는 위대한 밥상이였다.


"엄마~~! 잘먹고 잘 놀다왔어요~ 또 놀러올께요~ 사랑해요~"


'근데 엄마 그거알아요? 반찬이 변변치 않다해도 엄마가 해주신 한끼가 얼마나 위대하고 위로가 되었는지 말이죠. 또 열심히 살다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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