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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Apr 09. 2022

벚꽃은 엔딩에게 양보해야겠어요.

코로나가 우리가족에게도 오고 말았다.

11살 둘째는 등교길만해도 컨디션 좋아보였는데, 일하는 엄마가 연락을 받을수 없는 하교길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왔다고 한다. 집에 오자마자 체온계로 체크했을땐 38.5도 였다며 자가키트를 했더니 두줄이 나왔다고 울면서 아빠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일하는 중간 핸드폰을 체크할수 없어 놓친 아들의 전화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퇴근하며 둘째와 통화를 했다. 해열제를 먹을줄 모르겠다며 그대로 누워있다고 한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첫째 누나가 해열제를 챙겨주며 일단 내가 도착하기전 한시름 놓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잠든 둘째를 깨워 병원으로 갔다. 잠결에 엄마를 기다리며 해열제의 열일덕에 열은 떨어졌다. 아픈아이와 병원까지 걸으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홀로 반겨줄 사람없는 집에 들어와 자가키트 검사를 했다는 대견함과 열이 떨어져 다행이라 걷고 있는 이 순간들에 아이에게 고마움이였다.


병원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에도 양성이 뜨면서 드디어 우리집에도 올것이 왔나보다. 2월말 남편의 양성판정에도 살아남았던 나와 두아이는 누구라 할것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둘째는 이틀 열이 오르더니 다행히 삼일째부터 열은 더 나지 않았다. 누가 팔다리를 때린거처럼 아프다는 둘째의 몸살은 입술이 부르트면서 일단락 되었다. 열이 없기에 그나마 쌩쌩해 보여도 부르튼 입술을 보니 엄마의 마음 보태져 마음아프다.


곧이어 세살터울 누나도 심상치 않다. 목부터 아프다며 몸살 증세를 호소한다. 몸이 무겁다며 자가키트를 했을땐 음성이 연거푸 나왔지만 동생의 양성판정으로 신속항원을 해본결과 양성으로 답해주었다. 그래 한번에 걸리고 한번에 격리되었다가 한번에 일상으로 돌아오는게 오히려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엄마인 나도 양성판정을 받고 우리 가족은 사이좋게 격리생활을 슬기롭게(?)하고 있다.


코로나가 단순한 목감기 정도로만 여겼던 지난번 남편의 증상에 만만히 보았나보다. 막상 걸리고 보니, 조금은 한단계 업글된 목감기 수준이랄까? 목이 따갑고 침넘김이 쉽지 않던 둘째날에 비해 가래가 내목을 휘휘 감고 있는 기분이다. 잔잔한 두통은 첫날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이녀석이 바로 코로나란 말이였단 것이지...


주말인 오늘아침 빗소리에 잠시 깻다. 천둥소리도 동반한 빗소리가 왜그리 듣기 좋은지 말이다. 잠시 창문을 바라보며 비멍을 하는순간 소나기처럼 비는 지나갔다. 뒤이어 밝고 화사한 햇살이 창문가득이 들어온다. 비온뒤에 햇살은 그 색이 더 선명하여 눈꺼플을 위아래로 깜빡이며 지금 보는 아침에 감사함을 전해본다. 그렇다. 어젠보단 조금 더 나아진 몸이다.


주변의 지인들의 격려와 위로의 선물들이 현관문에 걸리고,  놓이고, 핸드폰으로 전해진다. 작은선물이라지만 내겐 너무큰 위로가 되어준다. 아이들 걱정하며 가져다주신 죽들이며 과일들, 끼니의 걱정을 아는 마음들이 전해져 갚아야할 고마움으로 자리잡는다.


주말 벚꽃이 만발이라 안부를 전해주는 이들의 사진속엔 새하얀 꽃들이 한가득 봄을 전해준다. 코로나의 펜데믹속에 세번째를 맞이하는 봄은 여전히 돌아와 주었고, 격리생활을 겪고 있는 지금 더 아쉬운 꽃구경을 맞이하고 있다. 비록 벚꽃은 격리해제 될 쯤 떨어지는 꽃잎으로 맞이해 줄것이지만, 벚꽃이 지고나면 또 다른 꽃들이 맞이해줄것이기에 그때 만나는 꽃들에게 더 반갑게 인사해 주려한다.


격리생활중 위로와 격려해준 모든 지인분들께 감사함을 전하며...벚꽃은 엔딩에게 양보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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