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고 향기롭게 Apr 12. 2022

수국 세송이

색깔로 위로받다.

자가격리 삼일째.

핸드폰으로 문자가 온다. 배달한것도 없는데, 상품이 몇시부터 몇시사이 도착한다고 한다. 무심한 나의 성격에 문자를 흘려 보냈다. 뭘샀는지 뭐가 온다는건지 생각이 안나는건지 오면 알겠지하는 마음에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고 뒤집어 놓았다. 침대위에서 내려올지 모르고 누워있는 격리생활이 싫지만은 않다.


만사가 귀찮은걸까? 몸이 시키는대로 움직인다. 자고싶으면 자고 먹고싶으면 먹고, 내맘대로 격리생활을 겪고보니 웬걸 은근 나한테 맞는 생활 같기고 한 이 격리 생활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휴식이 필요했단 말인가! 횡설수설은 여기까지...


잠시뒤 상품이 배송 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물마시러 나온 김에 현관문을 열고 뭐지? 하며 궁금증을 해결해보려는 순간, 상자가 길다. '내가 최근 뭐 시켰드라?'를 되내이며 보내는 사람을 보는순간 한번에 느낌이 왔다.


올해 14살 첫째아이 친구 엄마이름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 되어 서로 알고 지내다 2학년쯤 다른 지역으로 이사간 아이친구 엄마...친하게 지내다 보니 언니, 동생하며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곤했는데, 나의 자가격리 소식에 선물을 보냈던 것이다.


길다란 상자안엔 세송이의 수국이 담겨져 있었다. 수국은 내가 좋아하는 꽃중에 하나.

첫째가 7살 무렵 서래마을 한 카페에 지인의 소개로 잠시 알바를 한적이 있다. 카페에서 기르는 수국을 아침이면 밖으로 내놨다가 오후엔 들이곤 했는데, 그때 수국이 잊혀 지지 않았다. 화분에 심어진 수국은 어떤날을 흰색이였다가, 어떤날은 보라색으로, 파란색으로 색을 바꾸는 마치 식물계의 카멜레온 같은 느낌이였다.



흙의 성질에 따라 알칼리 성분이 강하면 분홍색이 였다가, 산성이 강해지면 청색으로 변한다는것을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수국의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처럼 이리 전히 변한다지만 그 자체에 매료되어 언제부턴간 수북한 수국을 볼때면 절로 미소짓게 되었다.


오늘 내게 온 수국 세송이는 색도 각지각색이다. 분홍색, 하늘색, 흰색의 수국 바라보며 가라앉았던 마음들이 꽃잎처럼 피어오르게 한다.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다. 세송이를 한손에 들고 고마운 마음 보태어 깜짝 선물의 큰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며 안부톡을 보내었다.


자가격리가 체질인듯한 내게 이런 큰 위로의 선물들이 앞으로도 내가 더 잘살아야 겠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수국이 전해주는 색깔처럼 나에게도 자가격리 해제된 날 이후론 알록달록한 날들이 기다릴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벚꽃은 엔딩에게 양보해야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