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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Apr 15. 2022

산책

자가격리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나왔다. 자가격리가 체질인가? 할정도로 집콕생활은 내게 휴식이 되어주었고, 반강제 격리생활을 했던 우유의 산책을 동행했다. 사실 반려견 우유에겐 미안했지만 격리후 꼭 산책을 해주고 팠는데 그마저도 며칠 지난뒤 바닥난 나의 체력도 업시킬겸 우유의 산책을 동기삼아 걸었다.


격리된 기간동안 산책길엔 많은 변화가 보였다. 벚꽃은 엔딩에게 양보했지만 그 뒤에 많은 꽃들과 나무마다 돋아난 새싹들이 익숙했던 산책길에 새로운 봄을 로그인 시킨 기분이였다. 입구에 폈던 목련은 어느새 꽃잎을 다 떨군채 내 시선은 매화나무가지 끝에 곱게 핀 매화꽃에 올인해 있었고, 조금 걷다보니 진달래는 온대간대없고, 그자리엔 푸른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 있었다.


보다 싱그러움에 가까워가는 기분이랄까? 지루할 틈이 없다. 잠시뒤 만난 복사꽃은 그색이 참 영농하다고 해야할까? 개복숭아는 산복숭아라고도 하는데 이 열매는 어릴적 먹었던 맛을 잊을수 없다. 제법 빨갛게 익은거 한입 베어먹는순간 그안에 벌레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고, 놀래서 '엄마야'하며 풀숲으로 내동댕이 쳤던 기억들이 오버랩 된다.



먹거리가 충분히 않았던 그시절 개복숭아 나무에 매달려 깡충깡충 복숭아를 따던 생각을 하면 봄에 이리 곱게 폈던 꽃잎의 결실인것을. 꽃처럼 비록 풍성한 열매가 아니였어도 그때 그시절 내겐 픙성한 간식거리임에 틀림없었다.

여느꽃보다도 어여쁜 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뽑내는 개복숭아꽃. 복사꽃아래 도원결의를 맺을만 하지 않았나 싶은 풍경이다. 한참을 복사꽃아래 머물다 요리보고 조리보며 어쩜 내가 살던 동네 사계절을 공원에서만 찾다가 아차산 둘레길에서 만난 봄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우유의 산책은 오히려 나의 산책이 되어 날마다 일어나는 하루지만 똑같지 않은 나날들에 오늘도 어떤 하루가 마무리 되어줄지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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