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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Apr 17. 2022

개구리바위

죽단화가 곱게폈던 개구리바위 아래

집근처 놀이터로 놀러간다는 11살 둘째아이의 마중을 나갔다. 주택가 한 모퉁이에선 노오란 죽단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매년 그자리에 죽단화는 어김없이 피어준다.


어릴적 살던동네엔 커다란 개구리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그 바위를 맨손으로 오를려면 보통 힘이 드는게 아니다. 5미터 정도 되는 높이를 가진 개구리바위는 동네아이들의 최애 놀이터였다. 맨 밑단에서 오르려고 하면 주르륵 미끄러지기를 일쑤였고, 같이 놀던 또래 남자아이들은 단순에 오르기도 했기에 오기가 생겨 따라 올라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였다. 그 개구리바위아래 한귀퉁이엔 죽단화가 무리지어 피어있었고, 어린맘에 꽃이름도 모른채 그 노란꽃하며 매년 죽단화가 피기를 기다리기도 하였다.


개구리바위 뒤로는 산소가 있었다. 산소는 동네아이들과 뛰어놀기 좋은 장소였다. 잔디가 깔려있으니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산소를 미끄럼틀 삼아 미끄럼타고 놀다가 동네 어르신들께 눈물쏙 빠지게 혼나기도 했었다.


개구리바위 아래는 작은 개울물이 흘러 미꾸라지며, 송사리 등등의 작은 생물들을 잡아 소꿉장난하며 놀기에 시간이 가는지 몰랐다. 적당한 돌멩이를 찾아 길가에 만만한 풀을 뜯어 빻으면 그대로 엄마아빠 놀이를 할수 있었고, 번갈아가며 역할놀이를 하며 해가 지는지 모르게 놀던 시절.


할머니께선 먼발치에서 밥먹으라고 부르시면 그제서야 주섬주섬 놀던 짐챙겨 집으로 달려갔었다. 개구리바위는 동네아이들의 최적의 놀이터였기에 그 바위를 오르기위해 애쓰던 그때의 난 옷이며 신발이며 금방 구멍이 나기 일쑤였고, 선머스마처럼 논다며 할머니께 꾸중듣는것도 일상이였다.


사실 개구리바위는 일부러 오르지 않아도 편하게 올라갈수 있는 옆길이 있긴했다. 그길로 오르면 바로 개구리바위 꼭대기까지 갈수있어 꼭대기에 앉아 멍하니 내려다보며 들판에 논들과 먼발치의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순간이였다. 가끔은 영웅심리에 누워서 하늘도 보기도 했지만 조금은 무서워 오래 누워있지는 못했다. 그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노라면 어린감성에 근육이 생기는 좋은 상황들이였다.


둘째아이의 마중나가던 길에 만난 죽단화는 나를 개구리바위 꼭대기까지 데려다 놓았다. 죽단화면 보면 개구리바위아래 폈던 그 죽단화가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놓으니 말이다.


이윽고 반려견 우유와 산책길을 나섰다. 산책길을 조금 더 올라 산중턱까지 오르게 되니 온통 돌산이다. 내가사는 동네 아차산은 돌산으로 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관대한 아차산의 등산은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등산하는 연령층 폭이 매우 넓다. 우유와 등산하며 밟던 돌들이 개구리바위를 연상하기엔 충분했으니, 어릴적 뛰어놀던 개구리바위가 지금은 개발로 더이상 볼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오늘은 아차산의 넓적한 한 돌모퉁이에 앉아 내려보는 세상이 개구리바위에 올라 뛰어놀던 어린나로 데려다 놓기에 충분한 봄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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