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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May 11. 2022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올해 중학교 입학한 첫째딸아이는 이번주 내내 마음이 조급하다.
낼과 모레 수학 단원평가가 있다고 긴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동네 학습지 센터에서 2시간 넘게 수학문제를 풀고 늦은저녁 귀가한 아이는 갑자기 내게 다가와 푸념하듯 말한다.

딸: "나 수학 망했어.!"
나: "망하다니? 어떻게 단정지을수 있는거지?"
딸: "애들보니 쉬는 시간에 문제집 푸는거 보니 번접불가야. 벌써 중2 문제집 풀고 있더라."
나: "..."


대화는 여기서 한템포 쉬어졌다.
나: "왜? 수학이 자신없어 졌니?"

딸: "우리반 애들 다들 장난아니야, 쉬는시간마다 문제집을 푸는데 난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렇다. 선행을 하지 않은 첫째는 학습지 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여느 아이들처럼 대형학원으로 옮기지 않은채 자신에게 맞다며 곧잘 학습을 따라가는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수학에 자신있어 하던 아이였는데,  친한 친구들은 대형학원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가고 싶다란 말을 못한건지...가기 싫은건지 모를 감정을 내비치곤 했지만 막상 대형학원으로 보내면 따라갈수 있을거같은 믿음을 주는 아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난 굳이 등떠밀지는 않았다. 선택은 아이가 하는것으로 스스로 원한다고 할때까지 지켜봐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낼과 모레있을 수학시험에 아이는 이번주 내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자신감이 좀처럼 스며들지 않은 모양이다. 문제를 풀면 풀수록 모르는 문제가 많다며 처음보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같은반 마음에 드는 남자아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 남자아이는 쉬는 시간이면 학원 숙제를 하느냐 쉬지도 않고 앉아만 있다고 했다. 슬며시 옆으로 가서 어떤 문제를 푸는지 들여다 보다가 현실타격이 왔다고 한다. 자신의 학습 속도를 말해주었더니 그 남자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사친: "너 그러다 내신 망해~"

딸: '(속으로 속삭임) 니가 뭔데~! 망한다 말하는거야~',  "..."

대꾸도 할수 없는 숨막힘이 였다고 한다. 그러고 주위를 돌아보니 그렇게 쉬는 시간마다 학원 문제집 푸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난생처음보는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는 아이들, 수학선행으로 도무지 알수없는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는 모습들이 낯설고 불편한 감정들이 생겼다고 한다.



수학단원평가가 있을 낼과 모레를 위해 벼락치기를 하고 있는 첫째아이는 스스로도 그동안 많이 놀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학교 입학하면서 놀았다고 생각하는 딸아이에게 난 조심히 한마디 건네본다.

나: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찬찬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거야. 그러니 넘 초초해하지마."

딸: "오~~!!!"


드라마 스타트업의 한 대사로 조바심이 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사실 내가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한다. 이 계기로 아이가 원한다면 대형학원으로 테스트 보러 갈수도 있겠지만 선택은 아이가 하는 것으로 기회를 주어야겠다.



'공부의 기본은 버티는 것이다. 포기는 끝끝내 버텨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중략..

놀라운 건 시간의 힘이었다.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니 어느순간부터 지지해주는 이기 하나둘 생겼다. 묵묵히 기다리면 세상도 변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되었다. 무모해 보이는 일도 같은 생각으로 꾸준히 게속하면 '한결같다'는 평가를 얻게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버티는 시간이 가져가준 선물이다.

정호승 시인은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고 했다. 우리 인생에는 오로지 버텨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의 자리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 응원을 보낸다. 고통의 시간은 결국은 지나가며, 버팀의 시간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 中- 이광형 지음, 인플루엔설 2022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아이에게 건네본다. 잠들기전 삼심분만 조금씩 읽어보라고 말이다. 그리고 너만의 속도로 끝기있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너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을거야! 열렬히 응원한다고 말해 주고 아이 방에서 나왔다.



아직은 봄이기에 찬찬히 기다려 내아이만의 꽃을 피우는 시간을 바라봐 주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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