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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Sep 14. 2021

감이홍시 되면

긴 장대를 어깨에...

8살 터울의 친정언니는 홍시를 좋아한다.

두 살 아래 남동생과 학교를 마치면 하는 일이 있다. 나보다 몇 배나 긴 장대를 어깨에 들쳐 메고는 밭 가장자리에 우뚝 서있는 감나무로 향한다. 다른 한 손에는 빨간 바구니가 손에 들려있다. 남동생과 난 각자의 시선에 빨간 홍시를 찾는다. 긴 장대가 닿을 수 있는 거리의 홍시가 눈에 들어오면 바로 장대를 투입시킨다.

장대의 끝은 감나무 가지를 잘 잡게 반으로 쪼개고 화살처럼 뾰족이 깎아진 상태다. 빨갛게 익은 홍시의 나뭇가지를 향해 장대의 벌어진 부분을 집게 잡듯 걸어본다. 딱 걸리는 순간 장대를 빙그르르 돌리듯 꺾는다.

나뭇가지가 똑 부러지며 나뭇가지에 달린 홍시가 나에게로 온다. 이렇게 하면 성공이다. 만약 가지를 걸려고 장대로 나뭇가지 집는 순간 홍시가 먼저 바닥으로 뚝!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간혹 나뭇가지를 걸었다고 해도 빙그르르 돌리며 꺾는 순간 홍시가 바닥으로 내동댕치 쳐질 수도 있다.

바닥에 질펀하게 떨어져 퍼져버린 못 먹게 된 홍시가 마냥  야속하다. 빨리 잊고 다음 홍시를 겨냥한다.

빨간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긴 말랑말랑한 홍시를 정성껏 집으로 가져온다. 사실 홍시를 따면서 몇 개 먹기도 했기에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다.

언니가 맛있게 먹어줄 생각에 뿌듯하다. 퇴근하고 들어온 언니 앞에 홍시 바구니를 내놓는다. 매년 가을이면 감나무 아래에서 홍시를 따듯 추억을 따고 있었다. 말랑말랑 달콤한 홍시는 그대로 추억이 되어 아직도 감나무 아래 있는듯하다.

대나무의 긴 장대만 있으면 든든했던 가을이 아침 저녁 바람이 말해주는듯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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