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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Sep 11. 2021

소중한 인연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

동네 베이커리에 파트타임으로 알바를 했었다. 5년을 파트타임을 하다 보니 어느 날 무력감에 빠지게 되었다. 초심을 잃어버린 걸까? 하며 처음 시작하던 마음으로 감사하며 일하자고 나에게 최면도 걸었다. 그러다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던 그 무력감에 제과, 제빵 자격증도 따 보고 스스로에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하였다. 

이젠 다른 일로 베이커리는 파트타임은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나에겐 좋은 경험으로 진행 중이다.

동네 파트타임이다 보니 주로 단골손님들도 골목길 사람들이다. 오가며 인사도 하고, 열심히 산다고 격려해주시는 어르신들도 계셨다. 평소 빵을 좋아하던 내가 베이커리에 파트타임 한다 할 때, 그럴 줄 알았다며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직업의 귀천을 따지듯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나를 내려놓기로 하고, 경력이 단절된 난 그렇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였다. 타고난 서비스 정신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한결같이 대해 주었으니, 사장님께서도 최저임금보단 조금 더 주셨다. 나 스스로에게도 부끄럼 없이 성실하게 일할수 있어서 감사한 곳이었다. 


하루는 단팥빵을 자주 사가시는 단골 할아버지께서 딸내미 집에 가신다며 손주들 먹일 빵을 사 가셨다. 따님이 일하는 관계로 손주들 봐줘야 한 다시며 아침마다 분주히 다니시던 할아버지는 늘 인자하셨다.

어느 날 집 근처 공원에서 우연히 단골 할아버지를 만나 뵙게 되었다. 한눈에 나를 알아보시곤 내가 있는 쪽으로 오시더니 나와 함께 있는 둘째에게 용돈을 덥석 쥐어 주시었다. 나를 그저 빵집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신 게 아니신 거다. 당신의 딸 같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예뻐 보여 그러신다며 친절을 베푸시는 할아버지께 몸 둘 바를 몰랐다.

내가 나이를 먹어도 남편에게 아이에게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나이 먹고 있구나를 응원받는 기분이랄까.?
그 이후 할아버지께선 오가다 나를 보시면 언제든 반가워하시고 그냥 지나치시지 않으신다.

당연한 게 아닐진대, 나를 기억해주시고 언제나 한결같으신 단골 할아버지를 뵐 때면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 고민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에게 책임감 있게 살 수 있는 시간들이 더 깊어지는 걸 의미하는 거 같다. 나를 기억해주고,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함부로 살 수 없지 않은가. 


친정엄마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들기름 한병 들고 추석 되기 전 찾아뵈야겠다. 단골 할아버지 집을 우연히 알게 되었으니 나의 감사의 마음도 정성껏 전달해 보려고 한다. 어느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게 없기에 소중한 일상에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신 단골 할아버지께도 감사함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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