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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Jun 30. 2022

장마 신고식...

갑자기 하늘 뚫린듯 쏟아지는 빗소리에 열린 창문 너머로 비가 요란스럽게 느낄 정도로 내린다. 일기예보에서 이미 예보했지만 오랜 가뭄 끝에오는 장마가 조금은 반갑기도 하다.




시간을 거슬러 30여년전. 6학년 3반.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순간 교실 스피거에서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전파된다.

"지금 비가 계속 많이오는 관계로 남대천 다리를 건너야하는 학생들은 귀가 조치 바랍니다.!"


방송은 같은말 두어번 반복후에 종료되고 이내 다소 긴장된 목소리의 선생님은 두리번두리번 남대천 다리 건너야하는 아이들을 손들어 확인하시고 가방을 싸라고 재촉하신다.


계속되는 장맛비에 남대천 다리가 범람위기에 놓인것이다. 언제부턴가 매년 여름만 되면 반복되는 자연재해가 싫었다. 속수무책으로 자연재해 앞에 쓰러지는 인간이 자연앞에선 그저 하나의 작은 미물같게 느껴졌었다.


'나도 집에 가야하는데...'속으로 말을 삼키며 남대천을 건너지 않는 난 그대로 수업을 마주 듣고 하교한다.

집을 가야했던 타임을 놓쳐서 이런걸까? 건너야할 실개천이 잔뜩 화가 난듯 누런 흙탕물을 품고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평소같았음 한발로 폴짝 뛰면 건널수 있던 실개천이였기에 잔뜩 불어난 이순간이 낯설지많은 않다. 감히 엄두를 낼수없는 흐름이기에 우회해야 한다.


돌아가는길은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고 논길따라 다른집 집앞들을 지나다보며 나의 집 가는길이 나온다.


내가 건너야할 실개천을 남대천과 비교할수 있으랴. 그렇게 장마가 시작되는 날이면 신고식같은 일들이 반복되었다.


집에 도착했을땐 이미 신발이며 옷이며 가방속 책들도 젖어있을때가 많았다. 신발은 부뚜막 제일 잘 마를것같은 곳을 선점해야 한다. 다음날 아침 등교길에 덜마른 신발을 신고갈수 없기에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다. 내위로 2살터울 (법적으로 3살터울)작은오빠도 나랑 같은 처지이기에 서로 잘마르는 자리에 신발을 두려했다.


저녁밥짓는 군불에 연기가 매캐하다. 장마에 장작들도 습기를 먹어 불이 잘 붇지도 않은 모양이다. 비오는 날이면 불편한 일들이 생길수밖에 없는 현실을 경험치는 알고있다.


그렇게 어쩔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속에 적응하며 살던 때가 있었다.


창문넘어 쏟아지는 빗소리에 나도 모르게 멍하고 있다.

요즘말로 비멍.

비멍속에 그려지는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때면 빗소리에 맞춰 아련한 기억의 잔상들이 눈앞에 그려지는듯 하다.


후덥지근하게 만드는 불쾌지수를 장맛비가 걷어가주기를 바라며...여름의 색은 이렇게 또 내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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