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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Jul 01. 2022

마늘과 며늘사이

"주말 시간되면 내려올래~"

시어머니 부름에 거절을 할수없다.

시골은 한창 농번기. 바쁘신 농삿일 주말에라도 도와드려야 하는거 알기에 마음이 살짝 무겁다.


얼마전 잡아둔 약속부터 다시 잡아야하기에 단톡방에 양해를 구해본다. 이번주 시골가면 어떤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눈앞에 그려진다.


지난번 마늘캐고 건조를 위해 걸어두었던 마늘들을 다시 내려 마늘대가리를 잘라야 한다. 잘려진 마늘은 크기 별로 선별하여 망에 담고 수매에 나선다.


주말. 우리가족이 도착했을땐 이미 정오가 지난시각.

점심밥을 먹고 한숨 돌리자마자 마늘이 쌓인곳으로 갔다. 바로 집옆이라 쌓여있는 마늘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이 마늘들 대가리 다 잘라야 나의 미션이 끝날듯하다. 게으름 피울세도 없다. 돌격! 마늘이 산처럼 쌓인들 다 잘라줄테다.!


농사일이 힘든건 단순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해야함에 몸이 힘듦에 있다. 단순한 작업은 때로는 매력이 있다. 머릿속 잡념들을 휘발시키기에 말이다. 몸이 힘들다보니 정신을 쓸 여유가 없다. 단순해진다.


복잡한 도시생활속에 신경쓸일이 생기면 꼬리에 꼬리가 물린다. 그럼에오는 생각들은 가끔 나를 조이기도 한다. 웬만하면 금방 잊어버리는 내가 요즘 나이 먹는지 괜한 걱정도 늘었다.


마늘대가리 자르며 무상무념으로 이 일의 끝을 상상한다. 생각보다 마늘 대가리 자르는 일이 중독이다. 싹둑! 잘라지는 소리에도 중독을 느끼며 내앞에 마늘들에게 집중한다.


자리를 옮겨가며 더위랑도 싸워가며 내앞에 마늘들을 차례대로 마늘대가리 산을 만들어 주었다. 마음의 산이 무너지기를 바라며...


주말 이틀간 도와드린 마늘작업에 어르신들께서는 한시름 놓았다며 흐믓해 하신다. 두분도 매년 힘에 더 부치시는 농사일엔 장사가 없으니. 그래도 도와드릴수 있음에 감사드리자. 농사일 놓기 쉽지 않음을 알기에 두분 하실수 있을때까지 도와드리는건 내몫이라 생각한다. 자식들은 주말에 잠시 다녀가면 그뿐이기에...남은 일들이 훨씬 많다는것을 알기에 엄살피울세도 없다.


힘들어 입맛없던 참에 집앞 자두나무에 익어가는 자두 한알 베어 물었다. 역시 일하다 먹는 맛은 꿀맛이다.


농사일에도 밀당이 있는듯한게 매력도 있으니 힘들다가도 시원한 바람에 한땀 식히는 여유와 또 힘들다가도 먹는 간식에도 여유가 또 뒤따르니...


마늘과의 싸움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그사이 며느리 노릇함은 올해도 무르익어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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