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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란가 Nov 26. 2023

아프지 말자!

유아기가 지나면 아이 보살피기는 한층 수월해집니다. 특히, 병원에 갈 일과 관련해서는 말이죠.

어느 정도 크고 난 후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어느샌가 느닷없이 열이 오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먹은 것 게워내는 일이나, 응급실로 뛰어다니는 일도 이제는 언제 그랬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네요. 물론, 수년을 지나면서 엄마와 아빠의 경험치가 쌓인 덕도 있겠습니다. 엄마는 이제 집에 쌓인 약을 갖고 간단히 투약 처방을 하기도 하고, 열을 떨어트리는 응급 처치를 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인지 정확한 진단도 합니다.

아이들 병 뒷바라지하던 아내를 생각하니, '어느 구직 광고 영상 콘텐츠'가 기억납니다.

"하루 24시간 근무입니다. 기본적으로 조리사, 청소부, 운전기사, 코디네이터, 매니저 등 역할을 해야 하고, 때로는 의사, 물리치료사, 간병인, 여행 가이드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다른 자격도 있는데,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고용인의 투정을 받아 주기도 하고, 위로도 해줘야 합니다. 기분 좋게 칭찬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별도의 근로계약서나 급여는 없습니다."

지원자들은 한창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구인 직업은 '엄마'였습니다. 다들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째 아이, 아들 K(10)가 오랜만에(?)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고생을 했습니다. 갑자기 몸 구석구석에 두드러기가 올라왔습니다. 음식, 옷 어느 하나 의심되는 것 없는데 갑자기 붉은 점이 올라오니 가렵다고 난리입니다. 잠 못 자는 아들을 엄마가 밤새 보살폈습니다. 간지럽다고 긁으려 하는 손을 잡고, 부채로 살살 열을 식혀 주었고, 정도가 심해지면 수건으로 싼 얼음팩으로 정성스레 닦아주기도 했답니다.

아빠는 아침 출근을 핑계로 엄마에게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곁눈질로 칭얼거리는 아들을 걱정하고, 분주한 아내를 응원할 뿐입니다.

자식이 아픈 것만큼 부모 마음을 날 선 칼로 도려내는 일이 있을까요?

표현 못 하고 내색하지 않아도, 아픈 자식 보고 있으면 가슴이 메일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억만금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중증 장애인을 키우는 어머니의 소원이 "아이보다 딱 하루 더 사는 것"이겠습니까?

아이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부모의 유일한 기도일지도 모릅니다.

"아들아!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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