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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라윤 Oct 07. 2021

난 슬럼프에 빠지면 라면을 먹는다.

마음이 허할 때는 라면이지

마음이 허할 때는 라면이지

배가 고픈 건 아닌데 뭔가 채워주어야 할 것 같은 어디 한 구석이 허한 느낌, 외로우면 가슴에 찬 바람이 부는 건가? 찬 바람이 가슴에 부는 것 같다. 그러니 더욱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 뜨거운 밥을 먹어줘야 좀 훈훈해지는데 밥솥은 없고 그렇게 뜨거운 걸 찾다 보면 결국 라면이다.


오늘은 내가 만든 이 라면을 보고 있는데 잘 먹히지도 잘 않고 오히려 둥근 대접을 보고 있노니 대접조차 외로워 보인다. 이런 날이 나는 너무 무섭다. 한번 슬럼프 또는 향수병에 빠지면 얼마나 벗어나지 어려운지...

2011. 8. 11. 21:54에 내가 만든 타라 특제라면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눈물 젖은 라면을 나는 몇 번을 먹었을 거다.얼큰한 라면, 국물이 먹고 싶어서 끓여놓고 못 먹는 거다. 문제는 나도 왜 눈물이 나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냥 그렇게 눈물이 나는 날이 있다.


이 시절은 부모님도 내 남동생도 모른다. 나는 가족들에게는 한 번도 외로움이라던지 그 어떤 어려움도 입밖에 낸 적이 없다. 가족들이랑 통화하면 기쁘기만 하지 그런 생각이 전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나 몰라서 매주 금요일 저녁을 가족들과 통화하는 날로 정했다. 그건, 금요일은 술을 마실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 주 동안 업무던지 동료와의 일이던지 그 어떤 일이 있었던지 간에 혼자 방에서 캔맥주를 반 정도 마시고 기분을 업시켜서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안다. 정말 힘든 사람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못 한다.

그 이야기에 목이 막혀 입이 안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슬럼프에 빠지면 그냥 한국에 한번 갔다 오면 대부분 해결된다. 하지만 돈 벌러 간 외국에서 비행기 값으로 돈을 그렇게 쓸 수 없어서 슬럼프에서 벗어나려 각고의 노력을 했다. 혹시 슬럼프에 빠졌다면 힘들겠지만 이렇게 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6시든 5시든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 한이 있어도 이른 아침에 눈을 떠보라. 그래도 한번 일어나기는 한 거지 않은가? 일어났다가 다시 잤어도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인 거다. 그런 아주 작은 성취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뿌듯할 수 있는 것 해보자.


둘째, 운동은 가능하면 회사 일 시작하기 전에 아침에 해라. 회사에 늦어도 좋고 업무를 좀 늦게 시작해도 된다. 야근이 있지 않은가? 거창하게 운동이 아니라 걷기라도 20분 빠르게 걸어서 약간의 땀이 나면 그게 바로 우울증 치료 제고 그 어떤 슬럼프 약보다 강력하다. 걸어라. 약간의 땀을 흘려라. 그러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어지고 뭔가 해볼 만한 의지와 에너지가 생긴다. 아침에 이걸 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 가서 기운 내서 일할 수 있다.


셋째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에 빠져라. 반드시 나의 발전이나 뭔가 좋은 것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무엇. 나는 그게 독서다. 업무랑 상관이 없던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무엇이든지 간에 나는 책을 읽으면 그 안에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현실을 잊어버린다. 그렇게 잠시라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 조금은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라면 먹지 마라. 좋은 거 만들어서 또는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비싼 음식을 시켜 먹어라. 내가 괜히 눈물의 라면을 먹은 게 아니다. 우울할 때 슬럼프에 혼자 앉아서 라면 먹고 앉아 있으면 그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나는 라면에 브로콜리를 넣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정말 비추한다. 그래서 더 못 먹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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