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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라윤 Oct 18. 2021

나 사용법

새로운 매니저에게 알려주기.

새로운 매니저와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었다. 지난주는 첫인사와 같은 가벼운 일대일 미팅 (1:1)이었고 내일이 제대로 된 업무 미팅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내일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생각해놓은 그 모든 일들을 다 해놓고 자고 싶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계속 스스로에게 되뇌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매니저에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 도움이 필요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 간극을 미리  빨리 보여주어야 매니저가 나의 능력, 장단점을 빠르게 파악해서 나를 잘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어디까지 그림을 그릴 줄 알고 볼 수 있고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은 어디까지 인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여줄지 고민하느라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첫째로 그동안 같이 일했던 매니저들은 나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겼기 때문에 미팅 후에 굳이 회의록을 전달하지 않았다. 회의록에서 내가 처리할 일들만 뽑아서 보고를 했는데 이번 매니저는 우리 지역으로 처음 오는 것이기도 하고 오늘 같이 한 미팅은 우리 둘이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리를 했다. 나는 이메일이 너무나 많이 오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함께하는 모든 업무내용은 우리 둘이 사용하는 주간 회의록에 적어 두는데 차차 그분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방법은 바꿀 생각이다. 주간 회의록을 마치 내 개인적인 업무노트처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면 일을 빼먹지 않게 되고 상사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효과가 있다. 업무에서 제일 안 좋은 것은 상사에게 (좋은 일이던 안 좋은 일이던지 간에) 서프라이즈~를 주는 것이다. 업무를 내 손안에 있어야 한다. 어느 것도 예상치 못한 게 있는 것은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업무 다이어리처럼 1:1 미팅 노트를 쓰면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두 번째 우선 이번 달이 끝나기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의 그림이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하려고 또는 완벽하게 해서 보고하려고 하지 말자. 이 모든 일들의 윤곽 및 구조/ 논리를 보고하자. 완성도를 너무 높여버리면 매니저는 그 위에 피드백을 편히 주기 난감해진다. 왜? 그러면 내 팀원이 피드백에 맞게 수정하느라 또 시간을 쓰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미 써버린 시간은 낭비가 된 것이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결국 "나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회사에서 인정을 안 해준다"는 소리를 한다. 피드백은 회사원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피드백을 잘 그리고 많이 받을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고 딥 워크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매니저이니 절대적으로 해야 되는 모든 업무를 건드려서 보여주되 거기까지만 하는 거다. 예를 들어 파트너 소개 미팅을 준비할 때 내 파트너사 소개 파일을 완벽히 다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 또는  매우 다른 부류의 비즈니스라면 그것 포함 두 개면 된다. 분기별 비즈니스 보고 미팅도 하나만 준비해서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우선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일을 확장해라.


세 번째 경력이 8년 정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일을 나열하여 오늘 무엇 무엇을 끝냈다 라는 성취감의 중독에서 멀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하나의 업무가 아닌 전략을 가진 장기적 관점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리자. 그리고 그 안에서 성공할 경우 나오는 결과에 대한 명확한 그림은 있되 그것에서 벗어난 경우에도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무슨 업무나 과제를 끝내야지 하는데 몰입하다 보면 장기적인 전략으로 회사에서 이득을 가져다주는 즉, 더 큰 성과를 가지고 오는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일은 보통 상대방의 카드를 읽는 것뿐 아니라 한 수 또는 두 수 앞서서 생각할 줄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 파트너사 또는 당신의 클라이언트가 나의 이득을 위해서 기꺼이 할 수 있는 그런 전략과 제품, 서비스는 무엇인지 고민하면 그 교집합에 대해서 일을 해나가는 것이다. 


내일 오전 10시가 미팅인데 너무나 기대가 된다. 그녀는 일을 제대로 하고 싶어 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보인다. 일이 정말 재미있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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