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까? 걸을까?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아니 지난주 주말부터 수요일까지 달렸다. 이번 주 스케줄은 그랬다. 오전에 연달아 이번 분기에 제일 중요한 미팅을 몇 개씩 한다. 그리고 나면 점심시간, 오후에는 기운이 쫙 빠져서 반만 깬 정신으로 단순노동적을 하고 저녁에 에너지를 회복할 때쯤 다시 불을 붙여 달린다. 이제 좀 쉬어야지 하면서 좋아하는 책 읽기를 하려고 할 때쯤 나는 겨우 한두 페이지 읽다가 잠에 든다. 매일 7시간을 자도 에너지가 충만한 시간은 오전 3시간+정도. 이후에는 다시 방전이 된다. 아무리 마음은 에베레스트산을 오를 것 같아도 체력적인 에너지는 고갈되는 자원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부모님께서 정신력이 모든 것을 이긴다고 하셔서 지금까지 그 말을 믿고 살았는데 40되니 그도 한계가 있음이 드디어 느껴진다.
이번 주 그렇게 달리고 수요일 저녁이 되었다. 전쟁을 마친 기분… 잠시 와인 한잔 놓고 내 정신도 잠시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뇌를 쉬게 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아직 평일인걸? 다시 오늘 아침에 달리려고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한번 쉬었다 가니 시동이 걸리는 데에 2시간이 걸린다. 어제 마신 와인이 좀 오래 된 거라 상한 것 같기도 하다. 속도 쓰리다. 두 시간 지나니 좀 정신이 들기는 하는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에너지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는 것. 마음은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는 것.
처음 구글 들어와서도 일 년 반은 매일을 달렸다. 그렇게 일 년 반 지나니 엔진에 시동이 안 걸린다. 다시 거는데 1년 걸린 것 같다. 그래서 휴식이 중요하다고들 하나보다. 이렇게 월요일에서 수요일 달려봤자, 목요일 금요일에 쉬면 차라리 가늘고 길게 일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싶다. 무엇이 나에게 힘을 주고 어떤 것이 나를 방전시키는지 알아야겠다. 나를 잘 알아야 나를 잘 사용한다.
내가 에너지를 얻는 일
- 전략 짜는 일, 어디서 무엇을 해야 비즈니스 기회가 있는지 그런 것들을 파트너사들에게 보여주는 작업
- 내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 연습, 공부하는 시간 (영어 스피킹, 책 읽기, 계획하기, 목표 점검하기)
-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일
나를 방전시키는 일
- operational 한 직무.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닌 일.
- 나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내 업무가 아닌 거의 모든 문제를 그냥 다 아무 필터 없이 가져오는 사람들
- 내가 계획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나, 상황들.
에너지를 얻는 일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도록 확장시키고 방전시키는 것들은 어떻게 보완할지 또는 포기할지 살펴보아야겠다. 솔루션이 있는 문제도 있고 솔루션이 있어도 마음에서 내키지 않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다.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면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오늘만 잘 살면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