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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라윤 Jan 02. 2022

진짜는 어필하려 애쓰지 않는다.

컨버스화 신는 디렉터

지금은 미국지사로 옮기신 우리 조직의 디렉터, 피터의 트레이드마크는 컨버스화이다. 내가 보니까 그냥 컨버스화는 아니고 커스터마이징 한 컨버스화인 것 같은데 분명 편하기도 하고 bulky하지 않아서 디자인이 크게 부각되는 신발이 아니니까 꽤 괜찮은 캐주얼 오피스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down-dressed 도 아니고 또 너무 dressed-up 한 것으로도 안 보이는 딱 좋은 접점의 신발이랄까? 나는 평발이라 컨버스화가 너무 불편하지만 그에게는 참 잘 어울렸다. 


회사에서 마크와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 피터와 마주쳤다. 인사를 하고 나서 헤어졌는데 마크 말이 피터가 엄청난 주식부자라고 라며 그의 컨버스화 패션은 사실상 파워플레이 (power play)가 아닐까? 하고 화두를 던졌다. 


웃기게도 나조차 그 말을 듣자마자 무슨 말인지 느낌이 왔다. 그에게 돈은 이미 있을 만큼 있기 때문에 회사가 단순히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과 디렉터라는 의미 있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굳이 비싸고 화려한 아웃핏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강 8만 원 정도 하는 신발을 신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위치와 자신감을 피력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회사라는 분위기에서 다들 자기 자신을 피력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러는 동안 몇몇 동료들은 주눅이 들기도 하고 잠시 잠깐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런 친구들은 그런 것에 괘념치 않는 나를 보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상담을 하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그렇게 나를 봐주세요!라고 소리치는 것이 성과와 동의어라던가 실력과 비등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발표 내용에 따라 내 주관적으로 그 일의 무게를 가늠한다. 그래서 미동하지 않는 것 같다. 한 꺼풀 들어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을 제대로 하면 굳이 저를 좀 봐주세요 하지 않아도 보인다. 실력자는 가만히 있어도 나는 보이더라. 너무나 잘 보인다. 그러니까 겉보기에 일 잘하는 것 같은 사람, 겉보기에 똑똑해 보이는 것, 잘나 보이는 것 등등에 현혹되지 말고 내 갈길을 가자. 묵묵히 너는 네 방향이 있고 네 생각이 있으면 그것이 너의 커리어에 필요충분조건이다.


진짜 강한 자만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나를 어필하는데에 시간과 노력을 쓸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묻고 이해하는데에 시간을 써라. 싸움 못하는 사람이 목소리가 크고 일 못하는 사람이 말이 많은 법이다. 그런 경쟁에 연연하지 말고 너는 네 갈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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