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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라윤 Jan 10. 2022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의 장애물

"위계질서, I don't care"

2006년 11월에 처음 싱가포르에 왔으니 한국을 떠나 일한 지 오늘로 15년 2개월이 되었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경력에 비해 내가 빠른 승진 track을 밟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아직도 위계질서 아래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상사를 서포트한다는 생각, 그(녀)를 존중하고 지시에 200% 따른다는 생각을 아직도 밑바닥 어딘가에 깔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런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면 그 누구도 나를 리더로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일이다. 리더는 그 누가 봐도 리더답다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마음가짐이 일의 전부라고 믿는다. 매니저를 내가 서포트해주어야 하는 것은 맞는데 나의 상사로서가 아니라 내 팀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는 나는 내 팀원 및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끔찍이 챙기는 편이기 때문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가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약간 엄마 같은 느낌이다. 그건 그들이 사랑스러워서라기보다 그것이 내가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의 매니저가 내 팀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일을 주는 것을 delivery 하는 것을 넘어서 제안하고 리드하고 피드백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 같다. (그동안은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매니저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싶었다.)


직장에서는 나만의 명함이 있다. 회사에서 주는 직함과 조직의 이름이 아니라 다들 생각하는 나의 닉네임 말이다. 저 친구는 미래의 리더감, 저 친구는 data-person 등등. 새해 들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올해 네가 습득하고 싶은 그 닉네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그 닉네임은 네 마음가짐에서 시작하지만 제대로 인쇄돼서 인정받으려면 너의 조직, 동료, 매니저의 승인이 필요하다. 나는 그 새로운 명함을 파기 위해 올해 노력할 것이다.


첫째, 나는 내 매니저가 내 팀원이고 내가 이 팀을 이끈다로 정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가이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매니저가 나에게서 도움을 받고 기대며 의지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더 많은 책임이 지워진다. 둘째, 이 팀 자체가 더 많은 조명을 받으려면 이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지에 비중을 두고 그런 프로젝트들을 공유해야겠다. 이미 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공유는 안되고 있었으니까. 셋째, 시간을 덜 써도 되는 보고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 추가 프로젝트 및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게 될 테니 나도 시간을 덜 쓰고 그녀도 나에게 일을 맘 놓고 맡길 수 있도록 말이다. 


싱가포르에 온 지 15년이 넘었는데도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미국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조금 더 ownership을 가지고 "위계질서 I don't care"가 필요함을 스스로에게 계속 주입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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