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계획 짜주는 일을 하다 보니 내 삶의 계획도 짜게 되더라.
10년 넘는 기간 동안 내 업무 중 큰 부분이 바로 플래닝이다. 게다가 나는 그 일을 꽤나 좋아한다. 전략을 세우고 액션플랜을 짜고 진행하는 과정이 사실 제일 재미있다. 좀 웃기지만 솔직히 짜릿함을 느낄 정도다. 전략팀으로 이동을 할까 생각을 하는 정도로 계획과 연관된 모든 과정을 즐긴다.
아마 그래서 이브닝 다이어리며 플래닝을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을 크게 보자면 3가지 순서로 진행된다.
1. 전략 세우기
읽은 전략 연관 책중에 "Good Strategy Bad Strategy by Richard P. Rumelt" 이 지금까지 읽은 전략 연관 책중 알고는 있는데 말로는 정리가 안 되는 것을 명쾌하게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전략과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혼재하여 생각한다. 그런 점들을 짚어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지금 세우는 전략을 다시 한번 리뷰해 볼 수가 있다. 전략은 사실상 간단하고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대단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그것을 해나가야 하는 액션플랜이자 execution인 "어떻게 하느냐"이다.
2. 어떻게 하느냐 = action plan
그래, 타라 좋다 이거야. 맞는 말이야.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그것을 타개할 건지가 더 중요해.라는 말을 매니저들한테 종종 듣는다. 그렇게 액션 플랜을 설명하는 슬라이드로 넘어간다.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예전에 하던 것과 다르게 하는 행동들 루틴과 숙제들을 어떻게 하게 만드냐 이거다. 어렵지 않겠는가? 어렵다. 당연히 어렵다. 게다가 나의 일은 내가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내 계획대로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 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첫째, 잘게 나눈다.
천리길도 한 걸음이다. 마이크로도 아니고 나노레벨로 계획을 잘게 나눈다. 예를 들어 새벽 기상을 하고 싶으면 내가 지금 그걸 하기 위해 무엇이 문제인지 나열하고 그것부터 한다. 중심으로 가기 위해 주변부를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잠을 9시에는 자려고 노력한다던지, 새벽반 "가능하면 매우 비싼"수업을 등록해버린다던지 말이다.
둘째, 평가한다.
책이 300페이지이면 한 달 동안 다 읽으려면 하루에 몇 장만 보면 되는지를 계산해서 못 읽은 날은 전날 것까지 2배를 읽으면 되니 하고 안 하고를 적어둔다. 그러면 오늘 못해도 내일 할 양이라도 알면 스스로가 그것을 하기 위해 시간을 더 빼두지 않겠는가? 결과를 추적하고 평가하는 과정 없이는 결국 알맹이 없는 구호만 된다. 반드시 매일 체크 표시해야 한다.
셋째, 계속 수정한다.
되게 만드는 것이 계획이지 계획대로 안되면 파기하고 포기하는 것의 역할이 계획이 아니다. 점점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바꿔라. 목표, 어디로 가야 할지만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모로 가도 도로 가도 괜찮다. 아마 그래서 내가 계획을 계속 짜고 그런 것을 즐기나 보다. 결국은 가게 되어있음을 안다면 (한번 경험해보면) 계획에 실패에 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계속 나는 하던 것을 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액션플랜이 이브닝 다이어리이고 계획이다.
3. Execution 실행
실행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즉 묶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나는 아침에 기상하면 기상-화장실-몸무게 재기-사랑이 데리고 산책-집에 와서 찬물 끼얹기-책상에 앉기 이렇게 쭈욱 연결되어 있는데 이런 것은 이제 정확하게 이 순서대로 로봇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이것조차 나는 사실 내 다이어리에 적고 했는지 안 했는지 적는다.
아주 작은 행동의 연속이지만 이 순서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것도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묶어서 하다 보면 모두 한 번에 지키기 수월하다. 유기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계획 그대로 하지 말고 지금 마음에 동하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을 하고 싶으면 계획의 초반에는 마음이 하고픈대로 (그것이 목표와 연결만 되어 있다면) 두어라. 더 나은 액션플랜을 짜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보통 나는 아침에 글쓰기를 하는데 평일 근무하는 날에는 눈 뜨자마자 일 생각이 나서 글이 잘 안 써진다. 주말에는 그와 반대다. 그러면 그렇게 바꾸면 된다. 계획을 지킨답시고 너무 나를 괴롭히지 말고 나에게 맞는 계획을 짜라. 너무 나를 괴롭히지 말고 나에게 맞는 계획을 짜라.
마지막으로 계획한 것을 이행하는 데에 있어서 그 과정을 내가 즐기지 못한다면 잘못된 계획이다. 과정이 즐거워야 결과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