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리셔스 Dec 02. 2023

아름다운 사회는 학교에서 시작한다.

장애가 있어도 괜찮아.

며칠 전, 학교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내가 있는 교담실은 5층이다. 올라가려고 계단으로 향했다. 마음에는 약간의 원망을 함께 했다. 

하필 바쁜 아침 시간에 고장 날 게 뭐람.

터덜터덜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있을 때였다.

  

A는 두 어른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세 명은 모두가 땀을 뻘뻘 흘리는 듯했다.

5학년인 A는 다리가 불편하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다.나는 그들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머릿속에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가득 차서 앞질러 갈 수가 없었다. 


영어수업시간, A는 한 단어를 쓰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른 친구들이 영어 10 문장 쓰는 시간에 2 문장을 간신히 완성한다. 온 에너지를 다 써야만 이렇게 영어 2 문장을 쓸 수 있다. 손아귀에 힘도 많이 부족하여 글씨 쓰는 것이 힘들다.


이 아이는 보조기구를 잡고 움직인다. 평소에는 항상 두 친구가 도우미 역할을 하며 이동을 도와준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친구들에게 자기 사정을 말해야 한다.

체육시간에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A는 포기하지 않는다.

2학기가 되자, 느리지만 혼자서도 조금은 걷는다. 보는 이들마다 감탄을 했다. 학기 초만 해도 휠체어를 타고 올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글자 쓰는 것도 포기하지 않는다. 삐뚤삐뚤 최선을 다해서 한 문장이라도 완성한다. 나는 그런 A가 대견해서 옆에서 물끄러미 봐준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진심으로 말해준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거든.


친구들도 A를 도와준다.

다른 교실로 이동하는 와중에는 쉬는 시간을 써야 한다. A는 걸음걸이가 느리기 때문에 10분의 시간을 통째로 써야만 다른 교실로 이동할 수 있다.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의 쉬는 시간도 덩달아 쓰게 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당연한 자신의 일이라고 여긴다. A를 부축해 주고 책을 들어준다.


영어 역할극을 할 때였다.

다른 반과 다 같은 내용을 수업하다 보니 미쳐 A를 배려하지 못했다. 연습을 하고 앞에 나와 역할극을 발표할 때가 되어 아차 싶었다. 하지만 A를 배려해 준 건 같은 모둠의 아이들이었다. A를 배려한 세심한 동선이 감탄을 자아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무슨 일을 하든 장애는 불편할지언정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 반 아이들이 모두 대단하고 사랑스럽다. 



오늘 영어그림책 소개는 장애 아이가 마음껏 춤을 추는 이야기이다. 


태어날 때부터 손과 발이 불편하게 태어난 주인공은 춤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상상을 한다.



Maybe I could roll my chair between, around,

아마 나는 나의 의자(전동휠체어)를 이리저리 굴리고

while the other dancers glide past me, tumble over me, until we are all mixed together,

다른 댄서들은 나를 스치듯 지나가고, 나를 던지고, 함께 섞이고,

one beautiful laughing heap. 

아름다운 웃음더미가 생긴다. 


어느 날, 이 아이는 한 댄스 스튜디오를 찾는다. 


그곳에는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꽤나 있다.

하지만 장애는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다.



아름다운 영어 그림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A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이전 03화 나도 오리를 키울 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