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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리셔스 Nov 25. 2023

나도 오리를 키울 걸...

우리 반만 오리 없어. 

옆반에는 오리가 살았다.

오리는 수업을 받는 학생들과 함께 있었다. "꽥꽥" 소리를 내던 오리는 신기하게도 수업시간에는 조용했다. 마치 수업을 듣는 학생처럼 말이다. 학생들은 매 순간을 오리와 함께했다. 점심시간에는 오리 산책을 시켜주고, 체육시간에는 오리와 함께 운동장에서 체육을 했다. 1반과 2반, 단 두 반만이 존재하는 4학년 아이들은 오리를 서로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지 1반은 오리가 사는 진짜 집이었다. 


오리가 처음 우리 학교에 온 날은 가을운동회가 있던 날이었다. 

학교 앞에는 오리를 팔러 온 아저씨가 있었다. 1반 아이들은 서로 돈을 모아서 오리를 샀다. 몇백 원 부족한 돈은 우리 반 아이들이 내주었다. 그렇게 오리를 공동육아하게 된 4학년들이었다. 진짜 엄마인 1반 아이들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오리의 이름을 '꽥꽥이'라고 지어줬다. 서로 역할을 정해 오리를 놀아주었다. 오리를 위한 집을 만들어주었고, 오리 먹이를 손수 구해왔다. 

 반면 옆집 이모 같은 우리 반 아이들은 오리를 키우는 1반 아이들을 항상 부러워했다. 점심시간에 오리를 잡으러 고군분투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괜히 그 뒤를 따라다녔다. 참지 못하고 한 아이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선생님, 우리도 오리 키워요."

"안돼, 선생님은 교실에서 오리 키우는 것 반대야. 이제 더 추워질 텐데 교실에 두고 가면 얼어 죽어."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한 마리 샀다. 삐약삐약 노란 병아리가 엄청 갖고 싶었나 보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맞벌이하는 아빠엄마는 절대 동물을 키울 수 없다고 하셨다. 그 시절만 해도 지금처럼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지 않았다. 특히 아파트에서는 말이다. 

일단 저질러봤다. 강아지를 살 돈은 없지만 몇백 원이면 사는 병아리를 일단 사고 본 것이다.  

'설마 이 작고 예쁜 병아리를 갖다 버리라고 하시겠어?' 

내 예상대로 엄마는 허락하셨다. 처음으로 내 반려동물이 생긴 나는 무척이나 신났다. 며칠 동안은 병아리가 잘 컸다. 밥도 잘 먹고 씩씩했다. 

며칠 후, 그날따라 밤에 병아리는 삐약 거렸나 보다.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병아리를 거실 밖 베란다에 뒀다. 괜히 가족들이 병아리 소리를 듣고 깨면 병아리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할까 걱정이 됐을 것이다. 아니면 잠귀가 밝은 엄마의 잠을 깨우기 싫었을 수도 있다. 쌀쌀한 가을이나 겨울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새 병아리가 잘 잤는지 확인하러 베란다로 뛰어갔다.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눈물을 흘렸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확신이 들었다. 동물이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는지 몰랐다. 

나는 병아리를 죽인 아이였다.

그 뒤로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절대 동물을 키우지 않을 거야. 동물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을 거야. 나는 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어.'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병아리가 죽고 난 후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처럼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아이들은 며칠간을 조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토론 수업 안건으로 오리 키우기 주제를 올려 활발하게 의견 피력을 했다. 이렇게나 열정적일 때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도 꽤 확고했다. 

"절대 안 돼." 

"옆반 가서 같이 놀아주고 매일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두 달 정도 지나고 난 뒤, 오리는 학교 영양사님의 시골 댁으로 가게 됐다. 아기 오리는 점점 커가고 있었다. 당연히 교실에서 키우기 역부족이었다. 밤의 추위도 한몫했다. 처음에는 반 아이들 중 희망하는 가정에서 밤에 오리를 돌봤다. 하지만 오리가 커갈수록 아파트에서 오리를 키우는 것은 서로 부담되는 일이었다. 


   


이 아이들이 벌써 대학생이 됐다. 지금도 연락하는 몇몇 아이들은 여전히 만나면 오리얘기를 한다. 나도 그 시절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오리를 키우고 싶다고 활발히 토론하던 열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 오리가 우리 반에도 있었으면 더 많은 추억거리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반려동물 키우기는 많은 아이들의 소망이다. 

내 추억을 소환하게 해 주었던 작품의 제목은 Negative cat이라는 영어그림책이다. 우리말로 부정적인 고양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쉽지만은 않은 고양이와의 만남이 그려진다.


주인공 남자아이는 고양이를 너무나도 키우고 싶어 한다. 아빠, 엄마만 보면 고양이 타령을 한다. 고양이 흉내까지 내며 별짓을 다한다. 부모님은 고양이를 키우는 대신 해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한다. 먹이도 네가 주고, 볼일도 네가 치워야 된다는 책임감을 말한다. 더불어 평소 책을 잘 못 읽는 아이에게 책 읽기 숙제도 내준다.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은 주인공은 무조건 YES를 외친다. 유기 보호소에서 고양이 Max를 만난다. 하지만 Max는 Negative cat이다. 말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다. 똥도 현관에다 싼다. 과연 주인공과 Max는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 

영어그림책 속에서 만난 영어문장


There are a million cats in the rescue shelter,

백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구조보호소에 있었다.

and I want to take them all home,

but Mom says,

Only one. 


The next day, I surprise Max with a toy mouse. 

(He is not surprised)


I tickle him with a feather.

(He is not ticklish.)


I tell him all my best jokes.

(He doesn't even smile.) 


I'm getting a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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