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을 경험한 한국인들 중 한인잡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대부분 워홀 초반 적응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등등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한국인 사장의 밑에서 일하는 한인잡의 경험이 한 번쯤을 있을 것이다.
한인잡을 꺼려하는 이유
너튜브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한인잡 관련 영상을 검색하면 한인잡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한인잡에 부정적인 내용의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먼 타지에서 같은 민족을 만난다면 반가울 텐데 경계하라니.. 호주로 떠나기도 전에 겁을 준다. 한인잡은 왜 대부분이 부정적이면서도 많은 워홀러들이 한인잡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한인잡이란 "한국인"과 "잡"두 단어를 붙인 단어로 쉽게 말해 한국인 사장 밑에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며 주 업종은 초밥집, 청소, 타일, 농장 등 다양했다. 한인잡의 대부분은 급여를 현찰로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캐시 잡이라고도 칭한다. 보통 급여를 계좌로 이체해주는 것이 보통의 일이지만 일일이 귀찮게 현금으로 급여를 지불하는 까닭은 뭘까?
바로 세금과 고용비 때문이다. 사업장의 고용주가 사업장에서 자신의 일을 도울 종업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때 고용주는 벌어들인 소득에서 사업장과 종업원의 세금까지 호주 정부에 지불해야 한다. 법정 시급에서 세금을 뗀 금액을 시급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내가 워홀 당시 호주 법정 시급은 19.49$ (세금 제외)였는데 지역마다 달랐지만 한인잡의 시급은 평균 16~17불의 구직공고가 많았다. 여기서 한인잡의 사장님들은 직원을 고용하지만 직원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직원의 세금신고는 하지 않고 캐시로 급여를 지급한다. 그러하여 호주 정부의 법을 교묘하게 꼬아 세금과 직원 급여를 낮추는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불법이며 고용법이 강한 호주에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인잡을 제제하고 한인잡이 사라진다 해도 마냥 좋아할 수 없다.
해외에서 오는 워홀러들에게 희망의 동아줄 하나를 잘라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많은 한국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처음부터 한국인들과 일하고 싶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글쓴이 역시 그랬고 어려운 상황도 잘 헤쳐나가며 그저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는 근거 없는 안주에 취해있었다. 그리고 현실은 냉혹했다.
많은 워홀러가 구직난에 허덕이며 구직사이트를 쥐 잡듯 찾아보나 일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결국 한인잡을 찾아보게 된다. 그 안에서 경쟁에 쉽지는 않은 편이지만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노동력이 부족한 호주에 워홀러들의 발길이 끊기는 엇은 호주도 그렇기 반갑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호주 정부에서 강력하게 뿌리째 뽑지않는 것 아닐까. 빛과 어둠이 공존해야 이 세상이 흘러가듯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한인잡을 해야 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호주까지 가서 한국인들과 한국어를 쓰면서 한국식으로 일할 거면 뭐하러 그 먼 호주까지 가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왕 할거 좀 더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과 돈 많이 주는 일을 하면 좋으니까 하지만 호주에 도착하고서 한인 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냉정하게 나는 영어도 못하고 이렇다 할 경력도 없었다. 검트리, 씩 닷컴에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넣어도 연락은 잠잠했다. 당연한 상황이다 말도 못 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누가 데려다 쓰려고 할까?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드는 잔고처럼 마음의 여유마저 줄어버린다.
지나고서 돌이켜보니 그 당시에는 나에게 한인 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호주 워홀을 오기 전 지인만 믿고 해외생활에 대한 로망에 사로잡혀 영어공부와 워홀 계획에 소홀했다. 그 결과 무수한 난관 앞에 부족한 나 자신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워홀러들에게 한인잡은 피해 가기 어려운 관문이다. 영어가 유창하고 능력이 있음에도 일을 구하지 못하는 워홀러들도 허다한 상황에 나는 한인잡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한인잡을 구했고 돈을 벌면서 생활에 안정감을 되찾았다. 안정을 되찾으며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주변의 정보를 모으며 천천히 준비의 시간을 가졌다. 어느 정도 생활비를 마련한 뒤 오지잡을 구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일을 그만둔 후 순탄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오지잡을 구해 호주 워홀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한인잡의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무리 준비를 해온다고 해도 우리의 인생은 좀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미디어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제로 마주했을 때 기대와 달리 별로일 수도 일고 생각보다 마음에 들 수도 있다.
마냥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한인잡을 통해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모을 수 있는 호주 생활의 적응을 위한 정착의 시간을 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