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호주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12월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당시 나는 브리즈번에 일을 구해 새로운 집을 구하고 새로운곳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가고있었다. 새로운 지역에서 다시한번 화이팅을 다지며 초반에 뭐든 열심히 하려고했다.
브리즈번의 12월은 정말 뜨거웠다. 온도는 38도를 육박했고 아침에 눈을뜨면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야했다. 이글대는 태양아래 있으면 녹아버릴것만 같은데 신기하게 그늘에 있으면 정말 시원하다 계속있다보면 으슬할 정도다.
아침10시쯤에 일어나 아침을먹고 오전일과는 타운하우스내 수영장으로 출근이다. 수영장에서 헤엄치면 잠시 더위에서 벗어날수있었다. 수영을 끝내고 샤워를한후 점심을 먹으며 도시락을싼다. 출근전까지 거실에서 에어컨바람을 맞으며 늘어진다. 오후출근으로 생활패턴이 바뀌니 여간 피곤한게아니다. 시간에맞춰 가방을챙겨 도시락을 넣고 자전거로 향한다.
시간은 오후2시 태양이 작렬할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너무 더워서 스포츠타월을 물에 적셔 머리에 두르고 자전거헬멧을쓴다. 20분정도를 달려 도착하면 일하기도 전에 땀이 줄줄흐른다. 출근도장을 찍고 유니폼을 갈아입고 일하고 해가 지고 어두운 아무도 없는 텅빈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서 집으로 향했다.12월의 일상이었다.
호주의 크리스마스
지금까지 보내온 겨울은 볼빨개지는 겨울바람에 연말분위기를 내며 크리스마스트리가 밤을 밝혀주고 연말을 맞아 데이트를 나온 커플들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이게 내가 보내온 크리스마스였다.
호주에서의 겨울은 지금까지 내가보내온 겨울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비키니복장의 미녀들과 많은 사람들이 산타모자를 쓰고 해변에서 다 같이 파티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연말이 연말같지않은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내온 겨울과는 다름이 이상하고 신기했다.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뜨거웠다.
브리즈번으로 넘어온지 얼마되지않아 친한사람이 없었다 크리스마스에 약속이없어 우울했다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보내고 싶지않았다.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생각하고 여행커뮤니티를 찾아보던중 하나가 눈에들어왔다.
'스카이다이빙'
스카이다이빙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크리스마스에 스카이다이빙이라니 기념적인 날이 될것같았다. 바로 여행사에 문의해서 남은 자리를 물어보고 예약을 마쳤다. 근무중 쉬는시간이었는데 일하는동안 속으로 '미쳤다 미쳤어'를 외쳤다.
스카이다이빙 당일이 왔고 픽업장소로 나가보니 스카이다이빙 회사에서 마중나와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예약확인체크후 탑승하였다. 크리스마스에 스카이다이빙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승객들이 픽업차량에 있었다. 시간에 맞춰 픽업차량은 선샤인코스트를 향해 달렸다.
선샤인코스트 스카이다이빙장에 도착해 서류작성및 기초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순서에 맞춰 안정장비를 하고서 대기했다. 내순서가 오고 담당 다이버와 연결되어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경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붕 뜨더니 이내 단숨에 날아올랐다. 이때까지만해도 하늘에서 뛰어내린다는게 전혀 감이 오지않았다. 비행기로 보이는 선샤인 코스트의 경치를 감상하며 기분좋은 긴장감을 은은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중 갑자기 비행기가 수직으로 날아올라 단숨에 구름을 뚫었다. 태양만이 보이고 사방에는 아무것도 있지않았다. 비행기 문이 열렸다. 비행기가 순간 흔들린다. 바람소리가 억세게 들려온다. 첫번째 승객과 다이버가 열린문으로 다가간다. 이모든게 3초안에 이루어졌고 기분좋은 긴장감은 소름돋는 긴장감으로 둔갑했다. 첫번째승객은 영문도 모르고 이끌려 문앞으로 이끌려 Three, Two, One !하는 순간 아래로 떨어지는게 아니라 비행기 옆으로 날라가 버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날라갔다. 손에 땀이났고 내차례인지 뒤에서 다이버가 앞으로 움직이라며 지시한다. 정신차릴틈없이 문앞으로 이동한다. 문앞에 앉아 비행기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내시야는 하늘색으로만 가득찼다. 뒤에서 다이버가 비행전 사전에 준비했던 카운트를 센다. 숨이 가빠 호흡조절하는데 다이버가 뒤에서 상체로 앞에있는 나를 밀면서 우리는 같이 뛰어내렸다.
이내 150,000피트 상공에서 지구의 중력을 맞으며 다이빙했다. 떨어질때 그 느낌은 이루 말할수없을정도로 이상한 느낌이다. 절벽에서 뒤에서 누가 밀면 이런느낌일까.. 지상에 온전히 붙어 생활하던 육체가 기댈곳이 사라지니 어찌할지 모르고 공황상태에 빠진 느낌이랄까.. 나의 필력으로는 표현 할수 없다.엄청난 스피드로 눈뜰새 없이 떨어지던중 다이버가 어깨를 툭툭치며 날다람쥐포즈를 취하라고 지시한다. 곧장 팔을 펼쳐보였고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잠시 떨어져서 감상해본 지구는 그크기가 얼마난지 잠시나마 실감할수있었고 바다와 산은 끝없이 펼쳐져있으며 구름들은 하늘에 솜사탕을 얇게 뜯어 널어놓은듯 떠있었다. 작게 나열된 건물들이 개미집을 보는 기것처럼 흥미롭게 정말 자그마하게 느껴졌다. 날다람쥐처럼 하늘을 날며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꺄하하하 완전 재밌다!!"
동심으로 돌아간 아이처럼 마구 소리지르며 비행을 즐겼다.
해변에 다다르자 낙하산을 펼쳐 이리저리 돌아 안전하게 착륙했다. 땅과 5분정도 떨어져 있어본 소감은 환상적이었다. 이 재밌는걸 왜 이제 했을까? 살면서 하고싶은것을 시간이 없어서, 마음만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귀찮아서 미뤄둔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날의 짜릿함과 느낌이 가끔씩 떠오른다. 호주워홀중 최고의 순간중 하나이다. 하고 싶었던일을 미루지 않고 그냥 했기에 더욱 뜻깊은 도전이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미뤄둔채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갈때가 많다. 이런 생활에 적응되다 보면 내가 하고싶은 것들은 안중에도 없어질지도 모른다. 나역시 그렇고 하고싶은일때문에 고민될때가 많다. 그럴때 그날의 크리스마스에 자유롭게 하늘을 비행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