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으로
이른 시간에 일어나 졸려서인지 인천공항에 도착하였지만 실감하지 못했다.
엄마랑 고모가 배웅을 해주었고 내가 떠나는 걸 실감한 엄마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다. 호주에 친척누나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침울한 엄마를 다독였다. 호주로 떠난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여행으로 가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들뜨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엄마와 고모에게 1년뒤를 기약하는 인사를 하고 나는 발걸음을 서둘었다. 엄마가 울까봐 나는 급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비행기 시간에 맞춰 탑승수속을 밟고 홍콩을 경유해서 호주의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한번도 비행기를 타본적이 없어서 바짝 긴장했다. 인터넷이나 주위 친구들에게 비행기 탑승과정에 대해 묻거나 정보를 구했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그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정도 였다. 전광판을 확인하고 표지판을 따라가니 늦을까봐 일찍 도착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남아돌아 2시간동안 공항을 서성였다. 시간에 맞춰 탑승게이트가 열리고 여권과 티켓을 확인받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다행히 문제없이 일사천리로 통과하였고 내가 예매했던 좌석까지 무사히 도착하니 겨울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나의 첫비행기는 당연히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일줄 알았는데 호주로 가는 비행기라니....
해외여행 해본적도 없는 놈이 해외에 살러 간다니...
구름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안에서 창밖의 구름을 바라 보았다. 구름이 눈이 부시게 밝고 뚜렸했다. 구름을 이렇게 가까이 바라보는 것이 신기했는지 한동안 구름을 감상하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긴장감에 눈을 붙이고 싶어도 잠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몇시간을 날아 비행기가 어느덧 홍콩에 도착하자 짐과 여권을 챙기는데 옆에 앉아있던 승객이 내 여권을 보고서는 말을 걸어 왔다.
옆에 앉은 승객도 한국분이었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분도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무슨용무로 브리즈번에 가는지 물었다. 내 옆자리 승객은 2년동안 호주워홀을 경험하고서 한국에 귀국후 휴식시간을 가지던 중 호주가 너무 그립고 보고싶은사람들을 만날겸 이번에는 여행으로 호주에 간다고 했다. 워홀 입문자와 워홀 마스터의 만남이었다. 나는 워홀로 호주에 간다고 하니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며 이미 워홀을 경험했음에도 나를 부러워하는 눈빛은 보내왔다.
서로 같은 비행편이기에 나는 그분을 졸졸 따라다녔다. 낯선 해외공항에 바짝 긴장했지만 그분덕에 일사 천리로 게이트를 찾아 통과할 수 있었다. 2월의 홍콩은 인천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입고있던 코트를 벗게 만들었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의 영역을 지나간다는 무의식때문이지 게이트 하나를 지나는데도 긴장감이 웃돌았다.
환승게이트를 지나며 휴대폰을 꺼냈다가 여권을 꺼냈다가 마구 잡이로 꺼내고 집어넣기를 반복하니 순간은 여권을 잃어버린 줄알고 심장이 덜컹내려앉지도 했다. 다행히 다른 주머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낯선환경에서 새로운 자극들이 나를 더욱 움직이게 만들었다. 환승게이트를 무사히 통화하고 비행기 탑승게이트와 번호를 몇번이고 확인하고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아서 의자에 앉아 쉬는중 비행기 옆자리 승객을 다시만나 브리즈번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다. 브로콜리 농장에서 일한 경험이야기를 들려주고 호주에서의 여행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눈빛에서 호주워홀생활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낄수 있었다. 신이나서 이야기 하는 모습에 덩달아서 나까지 신이났다.
괜스레 기대되고 나도 모르게 자꾸 입고리가 올라갔다. 나의 호주 워홀에 첫번째 인연이었다. 우리는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수다를 떨어데니 어느세 비행기시간에 다다르게 되었고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2번째 비행이다. 홍콩에서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비행은 새벽비행에 운항시간이 길었다. 2번의 기내식과 2번의 딥슬립을 한 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피곤함에 부스스한 눈을 뜨고 도착한 브리즈번 공항은 홍콩보다 기온이 더 높았다. 입고있던 후드티 마저 벗어버리고 인천에서 코트를 입고있던 나는 어느세 티셔츠 한장만 걸친채 눈부신 태양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