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앞에 선 대한민국 사람들
"여러분 이제 목을 구부리고 '꽥꽥'이라고 말하세요."
아기 오리들은 시키는 대로 하더니, 누군가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봐요, 저 친구는 정말 이상하게(queer) 생겼어요. 우리는 그가 여기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한 오리가 날아가 그 친구의 목을 물었습니다.
"그를 내버려 두거라"라고 엄마 오리가 말했습니다. "너희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잖니"
"네, 엄마. 하지만 쟤는 너무 크고 못생겼잖아요"라고 독기 어린 오리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쟤는 여기서 쫓겨나야 해요, 참아줄 수가 없다고요"
-안데르센, <미운 오리 새끼>
"아이들이 매우 예쁘네요, 저 아이는 빼고요." 지나가던 늙은 오리가 말했습니다.
"네. 예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성격도 착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예쁘게 수영하고, 심지어 솜씨도 좋아요. 앞으로는 예쁘게 자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몸집이 작아질 수도 있고요. 아마도 알 속에 너무 오래 남아 있어서, 몸매가 갖춰지지 않은 거겠죠." 그녀는 그의 목을 쓰다듬고 깃털을 매만지며 말했습니다. "그런 건 중요치 않아요. 저는 그가 튼튼하게 자랄 것이고, 자신을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뭐 어쨌든 다른 아이들은 충분히 우아해 보이네요." 늙은 오리가 말했습니다.
- <미운 오리 새끼> 중.
오늘날 인정은 우리의 세계를 설명하는 개념어가 되었다. 페미니즘, 퀴어, 문화적 다양성 등을 내세우며 세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다양한 투쟁들은 이제 인정의 개념 아래 정체성 인정을 위한 투쟁으로서 파악된다. 호네트(Axel Honneth)는 헤겔과 미드의 통찰을 통해 자신의 인정 개념을 정립하고, 그것을 하나의 투쟁 이론으로 구성한다. 세계의 각 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투쟁은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충족되길 원하는 인정 욕구로부터 기인하며, 투쟁을 통해 그들은 자신에게 합당한 인정을 쟁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는 좋은 삶의 이념이 함축되어 있다. 인간은 정서적인 존재로, 권리의 담지자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때 자기실현에 도달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이는 단지 심리적 불안이나 사소한 박탈감에 그치지 않는다. 인정을 통해 긍정적 자기관계에 도달하지 못한 개인은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좋은 삶을 위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호네트가 규정하는 “인정을 둘러싼 투쟁(Kampf um Anerkennung)”이다.
-장성빈, <악셀 호네트에서 인정과 순응의 문제: 이데올로기적 인정 개념을 중심으로>, 학위논문(석사)
인생에서 중요한건 우정, 의리가 아니야. 니들 위치야. 피라미드 어디에 있느냐라고.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세상이 왜 피라미드야. 지구는 둥근데 왜 피라미드냐고!
피라미드에서는 미라가 맨 꼭대기에 있는 게 아니라 (가운데를 가리키며) 요기, 요기에 있대. 요기가 제일 좋은 거지. 중간이 최고야.
엿 같은 피라미드.
-<SKY캐슬> 중.
양반은 아무리 가난해도 늘 지위가 높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늘 비천하여 감히 말도 타지 못하고, 양반을 보면 바로 허리를 숙이고 종종걸음쳐야 하며, 길에서는 엎드리고 뜰에서는 절하며 코를 처박고 무릎으로 기어야 한다. 우리 신세가 항상 이렇게 욕되다. 지금 양반이 쌀을 갚지 못해 매우 난감하게 되었으니, 그 꼴이 그 양반 자리를 보존치 못할 듯하다. 우리가 그 신분을 사서 가지도록 하자. - 박지원의 <양반전> 중.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