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어떻게 마련될까?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I. 해고예고 제도의 의의
"해고는 되도록 미리 알려주거나, 아니면 보상을 해줘야 한다!"
노동관계에서 <해고>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갑작스러운 해고는 근로자에게 중대한 생계 위협을 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해고를 하기 최소 30일 전에 예고를 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대신 지급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6조).
이 제도를 두는 이유는, "다른 직장을 찾을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하거나, 그 기간의 생계비만큼 급여를 지급해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근로자가 해고 직후 바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최소 30일치 임금에 준하는 금액을 미리 지급해 불이익을 줄이려는 것이지요.
예컨대 사용자가 근로자를 느닷없이 내보낸다면, 해당 근로자는 당장 가계비나 주거비를 마련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해고예고제도>는 이런 점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적 장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제나 다 적용될까? 계약 만료일이 정해져 있으면 어떨까?"
● 근로계약 기간 만료 시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6개월짜리 프로젝트에 딱 맞춰 채용된 근로자가 있다면, 계약이 종료되는 날 바로 근로관계도 끝나기에 별도의 예고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계약서상의 기간이 형식적이기만 하고 실제로는 기간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경우, 또는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는데도 사용자 측이 단지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내보낸다면 이때는 실질적으로 해고가 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해고가 이루어지면 30일 전 예고나 해고예고수당 지급이 필요합니다(대법원 2009도4648 등 참조).
● 합의퇴직, 당연퇴직, 시용(수습)기간 종료 등
합의퇴직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가 "그만두는 시점을 서로 합의해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면 통상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합의퇴직의 ‘실질’이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 특수 사정이 있다면 예고제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대법원 1988.2.9. 선고 등).
당연퇴직(예: 휴직자가 복직 서류를 제때 내지 않아 자동 퇴직되는 경우)도 근로자의 귀책사유만으로 보기 어려우면 ‘실질적 해고’로 보아 예고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3다7464).
시용(수습)기간 중 해고의 경우도 <예고가 면제되는 아주 짧은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해고예고제도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용자가 단순히 "수습이라 해고예고가 필요 없다"고 주장해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무조건 적용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 해고가 무효인 경우
근로자의 입장에서 "해고가 무효인지"와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어떤 해고가 설령 무효 판정을 받아도, 사용자가 해고예고수당을 미리 지급했다면 그 반환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18다49945 등).
●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
한편 4인 이하 사업장이라도 1999년부터 해고예고 규정이 적용됩니다. 예전에 소규모 사업장은 예외였으나, 지금은 규모와 무관하게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사전예고나 예고수당 지급을 해야 합니다.
"ILO도 해고예고 기간이나 수당을 강조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58호 협약> 등에서 "근로자가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합리적인 예고 기간이나 예고수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고 기간 중에는 <임금을 깎이지 않고> 다른 직장을 구할 시간을 제공하라고도 권고합니다.
다만 해외 입법은 해고예고 기간이 근속연수에 따라 달라지는 추세입니다. 예컨대 독일·영국 등은 장기근속자의 해고 시, 예고 기간을 점차 늘리는 방식으로 보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퇴직금제도>가 별도로 운영되므로 외국의 해고예고 기간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단일 기준(30일)"만 두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거론되곤 합니다.
"글로, 말로?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
● 예고 방식
해고예고는 통상 <문서든 구두든> 모두 유효한 것으로 봅니다. 다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반드시 서면으로 기재해 통지해야만 해고가 유효하다는 별도 규정(근로기준법 제27조)이 있으므로, 최근에는 서면 통지를 권장하는 해석도 다수입니다.
사용자가 예고 통지 시 구체적으로 "언제 해고된다"는 시점을 근로자가 알 수 있어야 하며, 무조건적·불확정적("상황 봐서 그만두게 할 수 있어")인 방식은 효력이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1다53638 등). 예고 자체를 서면으로 해두면, 법 제27조 제3항에 따라 바로 해고 통지도 겸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도 명확합니다.
● 예고 기간
해고 예정일 30일 전에는 분명하게 통지해야 합니다. 이 30일은 달력 날짜로 계산하며, 휴일·휴가를 포함해 역일 기준으로 봅니다. 때로는 "20일간만 예고하고 나머지 10일분 통상임금을 줄 테니 즉시 해고한다" 같은 절충이 가능한지가 문제 될 수 있으나, 법에 그런 단축 규정이 없으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견해도 많습니다.
"예고 대신 받는 30일분 임금, 그 성격은?"
● 해고예고수당이란
사용자는 30일 전 예고 대신,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고 즉시 근로자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근로자가 갑작스러운 해고로 생활고에 빠지지 않도록 한 것이지요. 다만, 이 수당은 <근로 대가>가 아니므로 ‘임금’ 자체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판례는 임금 채권처럼 보호하여 <소멸시효> 등은 임금채권 규정에 따른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65다877 등).
● 지급 시기
즉시해고라면 당일 해고와 동시에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퇴직 후 14일 이내에 주면 되지 않느냐"는 논의도 있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즉시해고 이후 며칠 동안 수당이 없는 상태가 발생해 해고예고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3도4557 판결 등 참조).
"예고 기간 동안에도 일을 해야 할까?"
해고예고가 이루어진 시점부터 실제 해고일까지는 근로관계가 유지됩니다. 즉, 근로자는 출근하고 사용자는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근로자 입장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면접이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 기간 중 부득이한 결근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는 실무에서 종종 문제가 됩니다. 학설 중에는 "기본적인 생계 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 임금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고의로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일용직, 수습 직원, 계절 노동자는 어떻게?"
●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나 근로자 책임이 큰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태로 회사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면, 굳이 30일간 예고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근로자 측에도 ‘고의적’으로 회사 재산에 큰 손실을 입혔다면 해고예고 없이 즉시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 법의 태도입니다(근로기준법 제26조 단서).
행정해석과 고용노동부 시행규칙(별표)에서는 <구체적인 예시>들을 들고 있으나, 아무 사유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고의’이면서도 ‘상당히 큰’ 피해가 발생해야 예외로 인정됩니다.
● 계속 근로기간 3개월 미만인 자(2019년 이후 법 개정)
이전에는 ‘월급제 근로자로서 6개월 미만인 자’, ‘일용근로자’, ‘2개월 이내 계약 근로자’ 등 다소 복잡한 예외 규정이 있었습니다(구 근로기준법 제35조). 그러나 2019년 법 개정으로 이들 예외조항이 대부분 삭제되거나 통합되어, <근로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은 근로자>에게만 예고의무가 면제됩니다(개정법 제26조 제1호). 즉, 특정 기간제·월급제 등 형식을 따지지 않고 "근무 연속기간 3개월 미만"이면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바뀐 것이죠.
다만, 이 개정법에도 부칙 적용 문제가 있어, 2019년 1월 15일 이전에 이미 계약한 근로자들에게는 기존 법이 적용되는 등 과도기에 혼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고 없이 해고하면 무조건 무효일까?"
해고예고를 하지 않고 진행된 해고가 아예 무효인지, 아니면 유효이되 사용자가 별도의 책임만 지면 되는지에 대해 학계와 판례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현재 판례 다수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라도 예고 없이 이루어지면 사용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봅니다(대법원 1993누4199 등 여러 판결).
즉, 예고 위반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처벌받고 근로자가 예고수당을 청구할 수 있지만, 해고의 효력 자체가 무효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해고예고 안 하면 처벌도 가능"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에 따르면, 정당한 예고 없이 해고하면서 예고수당까지 지급하지 않은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점은 "예고를 하지 않아도 수당을 지급했다면" 처벌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예고’ 자체와 ‘예고수당 지급’이 서로 대체적 관계라는 제도의 취지를 재차 보여줍니다.
또한 해고예고제도 예외 규정에 위헌결정이 선고된 뒤(헌법재판소 2014헌바3 등),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 공백 기간에 어떤 법령이 적용되는지 문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판례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법 개정 시점과 부칙에 따라 예외 규정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예고와 수당 지급 없이 해고>를 진행한 사용자를 처벌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9도15457).
(본 글은 [근로기준법 주석서(노동법실무연구회) 공동편집대표 김선수&김지형, 제26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