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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의 의의와 체결 범위, 쌍방의 권리와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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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I. 근로계약의 의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약속, 어떤 의미일까?"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계약입니다. 이때 계약의 "형식"에 큰 제한이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즉, 글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서면 계약'뿐만 아니라 말로만 합의하는 '구두 계약'도 성립할 수 있죠. 다만 <서면으로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이를 교부해야 할 의무>가 사용자의 책임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17조).

근로계약과 민법상 고용계약이 같은 것인지 여부는 전통적으로 학계에서 논의돼 왔습니다. 민법의 고용계약도 대체로 사용자의 지시에 종속되어 일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 등을 위해 노동법이 강행 규정으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근로계약은 고용계약을 토대로 좀 더 강화된 사회법적 성격>을 띠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용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 대등한 교섭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명령 아래 종속적으로 일하므로,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법이 특별한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II. 근로계약의 기본 내용

"'일을 해야 하고, 임금을 받아야 하고'… 그 이상이 있을까?"


(i) 주된 의무: <근로제공 의무>와 <임금지급 의무>

근로자는 약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자신이 가진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가능한 상태"에 둠으로써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게 됩니다. 꼭 실제로 몸을 움직여 일하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으면 그 자체로 근로제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3.11. 선고 2010다13282 판결 등).

사용자는 근로제공에 대해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근로자가 스스로 결근하여 일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사용자가 부당하게 근로제공을 거부하거나 해고해버리는 바람에 근로자가 일하지 못한 경우에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죠.


(ii) 부수적 의무: <근로자의 성실의무>와 <사용자의 배려의무>

근로자는 조직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성실·충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를테면 회사의 영업비밀을 함부로 외부에 누설하지 않는 비밀유지의무, 회사와 경쟁업체를 직접 운영하거나 핵심정보를 넘기는 등 "경업"을 하지 않을 의무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배려의무(안전배려의무)>를 집행해야 합니다(대법원 1989.8.8. 선고 88다카33190 판결). 사업장 내 시설물, 위험 여부 등을 적절히 관리하여 근로자가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고, 만일 회사 측이 이런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나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II. 취업청구권

"회사가 임금만 주고 일 안 시킨다면? 근로자는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i) 문제 제기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근로자는 일을 할 의무, 사용자는 임금을 줄 의무>가 쌍방에 있는 계약입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그냥 월급만 줄 테니 출근하지 말라"고 한다면, 근로자는 실제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해 경력 관리나 커리어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죠. 이처럼 근로자가 "회사에 나와 일할 기회 자체"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켜 "취업청구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ii) 학설과 판례

전통적으로는 "근로자의 취업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일하는 권리를 회사가 강제로 수령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논리이죠.

그러나 최근에는 "노동자의 인격 실현이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사용자가 임금만 지급하고 일시켜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취업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특히 <회사의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이 결정된 근로자가 실제로 일을 못 하도록 방해당할 때> 이를 막기 위해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1996.4.23. 선고 95다6823 판결 등 참조).

실제 사건에서 법원은 "일 시키지 않고 출근만 막으면서 임금을 주는 방식"이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보아, 불법행위로 위자료를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계약 단계에서 "무조건 근로자를 취업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 또한 강력합니다. 정리하자면, <취업청구권을 원칙적으로 폭넓게 인정하지는 않되, 부당 해고나 복직 방해 같은 위법한 경우에는 근로자가 '일 시킬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IV. 채용내정과 시용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정식 입사가 취소됐다면?'"


(i) 채용내정

의의: 회사가 입사시점을 앞두고 미리 "귀하는 합격입니다"라고 통보하는 것을 채용내정이라고 합니다. 주로 졸업예정자를 선발할 때 많이 쓰이죠.

법적 성질: 오늘날 다수 견해와 판례에 따르면, <채용내정 통보 시점에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아직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기에 "본격 입사 시점까지 졸업에 실패하거나 중대한 질병으로 근무가 불가능해지면, 내정을 취소할 수 있다" 같은 형태로 <해약권을 유보>해 둔 상태죠(대법원 2000.11.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하지만 사용자가 무분별하게 내정을 번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약권 행사는 곧 해고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 입장입니다. 예컨대 경영상 어려움으로 대규모 채용을 취소한다면, 그것도 정리해고와 유사하게 <공정한 기준과 적절한 절차>를 준수해야 하며, 졸업예정자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 입사 기회를 상실하는 등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번복하면 무효로 볼 수도 있습니다.


(ii) 시용(수습)

시용기간은 <채용 후 일정 기간 동안 근로자의 업무적합성을 실제로 시험하기 위해> 설정됩니다. 이 시기에 업무 성격을 파악하면서 인성·성실성·전문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만약 심각한 부적합성이 드러나면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할 수도 있죠(대법원 1992.8.18. 선고 92다15710 판결).

다만 <시용기간이라도 이미 근로계약은 성립>했으므로, 시용 중 해고나 본채용 거부를 하려면 여전히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당사유가 필요합니다. "그냥 마음에 안 든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시용제도가 <업무 능력과 태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 만큼, 주관적 편견이나 일방적 보복을 이유로 해고가 이루어지면 무효가 됩니다.


V. 채용의 자유

"'회사 마음대로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그 한계는 어디까지?"


(i) 채용 자유의 원칙
사용자는 어떤 사람을 얼마나 뽑을지, 어떤 방법으로 모집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채용의 자유"를 가집니다. "비대면 면접으로만 뽑겠다"든가, "고용 전형에서 특정 시험을 치르게 하겠다"는 식의 결정 역시 일반적으로 회사 재량이죠.


(ii) 채용 자유의 제한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고용촉진법> 등은 성·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채용을 금지합니다. <연령차별금지법, 고기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로 합리적 이유 없이 고령자·청년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듯 헌법상 평등권과 인권 보호의 가치가 우선하기 때문에, 사용자라고 해서 채용을 전적으로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특정 노동조합에만 가입해야 채용한다> 같은 "조합가입 강제"는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됩니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그 외 <공공기관운영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서도 채용비리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법원은 회사의 영업 자유와 근로자의 인격권·평등권을 조화롭게 해석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채용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근로기준법 주석서(노동법실무연구회) 공동편집대표 김선수&김지형, 제2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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