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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조와 제4조가 말하는 ‘한반도와 평화통일’

우리는 아직도 하나의 땅일까, 두 개의 나라일까?

The Raft of the Medusa is an oil painting of 1818–1819 by the French Romantic painter and lithographer Théodore Géricault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I. 대한민국 영토조항의 의미

"우리 땅은 어디까지일까요?"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국가가 특정 지역에 주권을 미치며, 그 영역 내에서는 독립적 통치권을 가진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중요한 규정입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휴전선 이남 지역만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어, 이 조항이 표방하는 ‘전체 한반도’와 실제 통치 범위 사이에 괴리가 존재합니다.

과거 ‘대한제국’을 계승해 성립한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로 인식해 왔다는 점도 헌법 제3조 해석의 배경이 됩니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휴전선 이북도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는 지역이지만, 현재 남북 분단으로 인해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상태라는 점에서 <미수복지역>으로 이해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38선 이북 지역에도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의 효력이 미친다”고 여러 차례 판시하였고(대법원 1954.9.28. 4286형상109 등),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남북 간의 접촉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영토조항만을 들어 북한을 무조건 불법단체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7·4 남북 공동성명(1972년)이나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년, 이하 ‘남북합의서’) 등 일련의 합의를 통해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으로도 인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헌법 제3조는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 주권에 귀속된다”는 상징적·원칙적 선언이면서도, 남북관계가 실제로는 대립과 공존을 교차하며 전개되는 복합적 현실을 담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II. 영토의 구성: 육지·바다·하늘

"영해와 영공은 어디까지가 우리 땅일까요?"


(i) [영토]
일반적으로 <영토>는 국가 영역의 근간을 이루는 ‘육지 부분’을 말합니다. 한국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명시했는데, 이는 일종의 ‘분단 전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세계 여러 국가 중에는 헌법이나 법률에 영토 범위를 직접 규정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나, 우리 헌법은 명확히 헌법 차원에서 이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ii) [영해와 접속수역]
<영해>란 영토에 인접한 일정 범위의 바다입니다. 예전에는 포탄이 닿는 거리라는 ‘착탄거리설’에 따라 3해리나 6해리 등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서 한반도와 부속도서 주변 12해리까지를 영해로 정의합니다. 더 밖으로는 24해리 범위에서 <접속수역>을 인정해 세관·출입국 관리 등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국가는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국제법상 권리를 가집니다. 예컨대 우리가 ‘대륙붕’에서 천연자원을 개발할 권한을 가진다는 점이나, 외국 선박은 우리의 안전과 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무해통항권> 범위에서 영해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iii) [영공]
<영공>은 국가가 지배하는 하늘 영역을 뜻하는데, 흔히 영토와 영해의 수직 상공까지로 봅니다. 정확히 어디까지가 영공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실효적 지배가 가능한 범위>로 한정한다는 점이 국제사회의 다수 견해입니다.


III. 영토 변경과 그 법적 효과

"영토가 바뀌면, 그곳 사람들의 국적과 법 체계도 함께 달라질까요?"


(i) [영토 변경의 원인]
국가는 <자연적 변화>나 <조약 체결>, <전쟁> 등으로 인해 영토가 확장 또는 축소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무주지(無主地)를 먼저 점령하는 경우나 화산 폭발로 땅이 새로 생기는 사례는 <원시 취득>으로 설명됩니다. 전쟁이나 병합·합병 등으로 타국의 땅을 양도·할양받는 경우 역시 대표적인 변경 원인이죠.

(ii) [법적 성격]
영토 변경이 일어나면, 그 지역의 이전 주권이 통째로 승계되는지, 아니면 새로 편입하는 국가가 자신의 고유 통치권 범위를 넓히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뉩니다. 실무적으로는 <해당 지역의 주민이 어느 국가의 국민이 되는가> 그리고 <이전의 법령이 언제까지 효력을 갖는가> 등이 중요 쟁점이 됩니다.

(iii) [인적 지배와 물적 지배]
<대인고권>이라 불리는 영역은 사람에 대한 국가의 권력 행사 범위를 말합니다. 국가가 편입되면, 병합된 지역 주민은 대체로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되, 일정 기간 ‘이주나 국적 선택’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영토가 바뀌면 원칙적으로 기존 법령은 새 국가법령이 제정되기 전까지 유효한데, 이것도 정확한 합의가 없으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IV. 헌법 제4조와 ‘평화통일’의 지향

"통일, 총 대신 대화로 할 수 없을까요?"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합니다. 한마디로 폭력에 의한 통일이 아니라 ‘평화’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조항은 대한민국이 남북 간의 관계를 두고 무력대결을 지양하고, <대화와 교류를 기반으로 한 평화공존>을 목표로 삼음을 헌법 차원에서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전쟁과 국제 사회의 분쟁이 수차례 벌어졌던 한반도 역사에서는 매우 큰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 가운데 하나로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대해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고(헌법 제66조 제3항 등) 못박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제92조) 같은 기구가 설치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V.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 충돌일까 상호보완일까

"북한은 반국가 단체? 아니면 대등한 또 다른 정부?"


(i) [전통적 시각: ‘반국가단체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상당 기간, 북한은 <불법으로 휴전선 이북 지역을 점유하는 무장세력>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대법원도 “북한지역엔 대한민국 영토가 미치고, 북한은 반국가단체에 불과하다”고 판시해 왔는데(대법원 1961.9.28. 4292형상48 등), 이는 유엔이 남한만의 정부를 합법정부로 승인한 것(1948.12.12.)에 힘입은 법적 판단이기도 합니다.

(ii) [변화된 현실: 남북 교류협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후 남북 당국 간 접촉이 늘고, 1991년 남북이 동시에 UN에 가입한 뒤에는 북한을 ‘단지 불법단체’로만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부상했습니다. 남한 법원 역시 남북이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는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북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일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병존적으로 해석합니다(대법원 1992.7.24. 92도1148 등).

(iii) [이중적 지위]
결국 헌법 제3조가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선언하고, 제4조가 평화통일을 지향함을 천명한다는 점은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지금은 분단돼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함께해야 할 한민족”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는 근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인 동시에 대화 상대>라는 이중적 지위로 파악하는 현재의 법원 판결과 정부 정책은, 이 두 조항이 갖는 긴장과 조화를 나름대로 해석해 적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VI. 남북한 ‘특수관계’와 헌법 제4조

"적도 파트너도 아닌, 묘한 관계에서 통일을 준비할 수 있을까?"


(i) [특수관계란?]
1991년 체결된 <남북합의서>에서 남북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서로를 대등한 외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단일 통치가 이뤄지지 않는 묘한 상태입니다.

(ii) [법적 지위와 합의 이행]
특수관계란 개념 덕분에 대한민국은 영토조항(제3조)에 따른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평화통일조항(제4조)을 근거로 남북 교류협력을 합법적으로 확대해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남북 간 합의는 ‘신사협정’ 정도로 볼 것인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조약’으로 볼 것인지 여러 논란이 있기도 합니다. (예: 남북합의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iii) [헌법재판소와의 해석]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4조가 선언하는 평화통일은 국가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추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즉, 남북이 교류하는 것은 헌법상의 보호를 받되, 이를 빌미로 오히려 국가 기반을 위협하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헌재 1993.7.29. 92헌바48 등).


VII. 해외 사례: 독일 통일의 방법론

"독일은 어떻게 하나가 되었을까요?"


독일은 과거 동독·서독으로 분단됐다가 1990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통일을 이뤘습니다. 당시 서독의 헌법(기본법)에는 통일을 상정한 조항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는데,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는 방식(기본법 제23조)과 새 헌법을 제정해 통일국가를 새로 여는 방식(제146조)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결국 동독 주민들이 자유선거로 구성한 인민의회가 서독 가입을 결정, 두 국가가 빠른 시간에 통합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독의 법질서가 큰 틀로 유지되었고, 동독 주민들은 대대적인 제도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죠. 이처럼 통일을 ‘합의’에 의해 신속하게 처리하면, 제도나 법 영역에서 생길 수 있는 공백이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사회·경제적 격차를 극복하는 비용이 커지는 면도 있다는 점이 독일 사례가 주는 교훈입니다.

우리 역시 헌법 제4조가 지향하는 평화통일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남북 양측 주민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사 존중>이 핵심이고, 충분한 준비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VIII. 맺음말

"영토와 평화, 그리고 미래"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제3조)과 평화통일조항(제4조)은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현실을 온전히 담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 영역이라는 선언은 민족 통합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주지만, 북한이 현실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치와 협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함도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헌법 제4조가 말하는 ‘평화적 통일’은 결코 수사적 표현에 그치지 않습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들이 증언하듯,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법적 근거이자, 국가안보와 협력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의 기준으로써 실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평화공존이 심화하고 궁극적으로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영토와 통일에 대한 헌법적 체계가 어떻게 현실에 적용될 것인지 늘 성찰이 필요합니다. 어떤 식이든 북한이라는 상대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으니, <정치·사회·경제 전 영역에서 탄탄한 법적 준비>가 필수적일 것입니다.


(본 글은 [헌법 주석서(법제처 연구용역), 한국헌법학회, 헌법 제3, 4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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