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꿈을 붙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다짐
졸업 by 브로콜리 너마저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벌써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
사회라는 바다 위에 던져진 작은 배처럼, 많은 청년은 불안과 방황 속에서 자신만의 항로를 찾으려 애씁니다. <표류>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청년들에게 강요해온 경쟁과 탈락의 구조,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예민한 감정적 동요를 상징합니다. “졸업”이라는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단순히 학업을 마치는 순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사를 살펴보면 그 졸업이란 통로가 곧 새로운 불확실성을 향해 나아가는 문턱이기도 함을 암시합니다. 가령 Ⅰ절의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같은 구절은,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과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이 사회적 분위기에 눌려 지쳐가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선명하게 그려냅니다.
이 곡이 탄생했던 시대적 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꾸준히 이어졌던 경기 침체와 함께 취업난이 심화되던 시기였고,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각종 스펙 쌓기에 몰두했습니다. 해외로의 어학연수, 무의미해 보이는 인턴 활동,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목표에 대한 맹목적 질주 등, 이러한 모습은 가사 속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라는 대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 말 그대로, 청년들을 편안히 안아주기보다는 오히려 불안과 압박을 증폭시키는 사회적 환경이 있었기에, “졸업”은 단순히 학교를 떠나는 것 이상의 의미로 읽히게 됩니다.
이 노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불확실성>입니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같은 가사의 구절(Ⅱ절 부분)은 청년들이 스스로를 증명할 무대를 애타게 찾아 헤매지만, 도무지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는 심리를 담담하게 표현합니다. 동시에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후렴구는, 혼란스럽고 광기 어린 세계에서도 서로를 응원하고 잊지 않겠다는 집단적 희망을 보여줍니다.
이런 이중적인 정서—겉으로는 ‘어쩔 수 없는 절망’을 노래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붙드는 태도—는 동양과 서양의 여러 문학 작품 속에도 자주 등장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명연설이었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Martin Luther King Jr., 1963)도, 당시 극심한 인종 차별의 불확실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를 힘주어 외쳤습니다. 그런 점에서 “졸업”의 가사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절망적인 현실’을 노래하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건네는 다정한 인사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결고리가 생깁니다.
가사의 운율을 살펴보면, 특정 구절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대표적으로 후렴구에서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가 반복되고, 이어지는 “잊지 않을게” 부분 역시 곡 전체에 걸쳐 여러 번 등장합니다. 이처럼 특정 문장을 여러 번 강조하는 기법은, 노래를 듣는 청자에게 강한 각인 효과를 줍니다.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라는 가사의 한 대목(Ⅱ절 후반부)은 직설적 표현과 비유가 교차되는데, ‘팔려간다’는 말이 주는 충격적 어감은 어느덧 개인의 의사가 무시된 채 사회적 제도와 경쟁 속으로 내몰리는 현대 청년들의 무력함을 상징합니다. 이와 맞물려, “서글픈 작별의 인사”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는 단순한 슬픔 이상의 묘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중구조적 표현, 즉 ‘기약 없는 이별’을 노래하면서도 곡 후반부로 갈수록 ‘함께 버티자’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환기시키는 점이 돋보입니다.
가사를 따라가 보면, Ⅰ절에서 시작해 Ⅱ절로 이어지는 전개 과정이 마치 여정을 묘사하는 듯 보입니다.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라는 Ⅱ절 초반부는, 청자가 익숙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더 크게 움직이는 세계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는 특정 인물이라기보다 ‘집단적 목소리’에 가깝습니다. “이 미친 세상”이라는 직설적 표현이 반복됨으로써, 개인적 한탄이 아닌 공동체적 탄식을 전합니다. 그러면서도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처럼 1인칭 화자가 등장해, 노래 전반에 섞인 내면 독백을 강조합니다. 이 <집단적 목소리와 개인적 시선의 결합>은, 서사적으로 보았을 때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방황 속 연대>라는 테마를 한층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졸업”의 가사에는 직접적으로 다른 작품이나 문학을 거론하는 구절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방황의 정서와 결의는 수많은 예술 작품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라티우스(Horace)가 노래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 기원전 23년경)은 결국 ‘지금을 살아라’라는 강력한 선언입니다. 불안정함이 당연시되는 현실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는,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후렴구와 묘하게 겹칩니다.
또한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라는 가사의 반복(후렴 마지막 부분)은 미국 민권운동 당시 자주 불렸던 “We shall overcome”(20세기 미국 민권운동가요)이라는 노래 구절과 대조적인 울림을 줍니다. “We shall overcome”은 궁극적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겠다는 희망을 노래하지만, “졸업”에서는 그런 거창함보다는 ‘더 이상 이 세상에 휘둘리지 않겠다’라는 회의 섞인 다짐으로 바뀌어 나타납니다. 상호텍스트적으로 보았을 때, 하나의 희망이 다른 절망과 교차하며, 결국에는 새로운 형태의 <의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가사는 일면 자조적이고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 밑바탕에는 공동체적 책임의식과 희망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라는 표현을 통해, 청년들이 시장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서로를 경쟁 상대로만 보게 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동시에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라는 간절한 바람은, 자칫 잊어버릴 뻔한 인간적인 따뜻함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듭니다.
이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비추면서도, <단절된 개인이 결국 다른 사람의 존재를 통해 위안을 얻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암시합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Martin Luther King Jr., 1963)라는 말이 거대한 사회운동의 동력이 되었듯이, 이 노래의 화자 역시 무너져가는 듯 보이지만 작은 꿈의 씨앗을 끝내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꿈은 바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열망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졸업”은 단순히 ‘학업을 끝낸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들’의 심리를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미로 같은 현실에서 청년들이 서로를 다독이고 응원하며 버텨내는 과정 자체가 곡의 예술적 성취를 이룹니다.
음악을 듣는 우리는, 이 가사가 던지는 질문에 즉각적인 해답을 얻기보다는 스스로의 경험과 감정으로 노래를 재해석하게 됩니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후렴구를 마음 깊이 새길 때, 우리의 감정은 공감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수많은 청춘이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이 곡과 연결되고, 그 연결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현상—이는 현대 음악사의 흐름 속에서 대중가요가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의 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졸업”은 대중음악 안에서도 독특한 지점을 차지합니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그저 청년의 방황을 노래하는 곡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가사 속에는 시대의 그림자와 함께 ‘너와 나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가’라는 커다란 울림이 존재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현대적 의의를 지니며,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음미할 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2010, 트랙 5)]의 가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더 다양한 시각을 원하신다면 아티스트 인터뷰나 다른 리뷰도 참고해보세요. 음악의 매력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