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음식에 담긴 소박하지만 진솔한 사랑 이야기
밤양갱 by 비비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잠깐이라도 널 안 바라보면 머리에 불이 나버린다니까'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
상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넌 떠나가다가 돌아서서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이 글은 노래 가사를 선정해 하나의 사사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작사가의 원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으니,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원곡을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니 편하게 읽어주세요!)
비비가 부른 “밤양갱”은 한국 전통 간식인 양갱을 메인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떠나는 길에 네가 내게 말했지 /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라는 첫 소절(가사 1줄)로 시작합니다. 화려한 이벤트나 거창한 표현 대신, 작은 간식 속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주목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한국 문화에서 “밤양갱”은 예로부터 정겨운 간식이었습니다. 어릴 적 집안 어른이 건네주던 양갱은 단지 단맛 이상의 향수를 선사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작사가가 이 전통 간식을 화자의 내면적 갈망과 연결했다는 점이 이 가사의 매력으로 보입니다.
노래가 탄생한 맥락에서, 작사가는 군더더기 없는 어휘를 통해 현대인의 관계 갈등을 전통적 소재와 맞물려 풀어냅니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도 사람들의 사랑 방식은 여전히 소박한 교감을 갈망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과잉되기 쉬운 감정을 절제된 표현으로 보여주며,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같은 반복 구절(후렴구)로 일상의 온기를 부각하는 기법이 돋보입니다.
이 곡에는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라는 말(1절과 2절 모두)과 화자의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이라는 답변(가사 후렴)이 대조적으로 반복됩니다. 여기서 밤양갱은 크고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작지만 꼭 필요한 소망을 암시합니다. 이 노래에서 강조되는 “달디단”이라는 표현은 어린 시절 누군가와 나눈 달콤한 정서를 연상케 합니다.
동서양 문학을 살펴보면, 음식은 때때로 어떤 감정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예컨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play on”(만약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계속 연주해주오)라는 명대사에서(희곡 『Twelfth Night』, 1602년경) 사랑을 음식에 비유했습니다. 이는 한 끼 식사처럼 삶에 꼭 필요한 사랑을 음악에 빗댄 것입니다. 이 곡에서 밤양갱은 그보다 한층 구체적인 음식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작고 달콤한 한 입이 주는 위안”이야말로 지친 현대인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감정이라는 점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가사 후렴)으로 이어지는 반복입니다. 언어 유희처럼 들리는 이 리듬은 입에 착 감기는 음율을 만들어, 마치 동요를 듣는 듯한 감흥을 줍니다. 실제로 몇몇 어린이 동요도 동일 음절 반복으로 안정감을 주는데, 이 곡 역시 “달디단”을 되풀이하여 사랑의 달콤함을 강조합니다.
작사는 단순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화려한 수사 대신 연속되는 모음과 자음을 활용하여 리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기법은 가사를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달달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게다가 밤양갱이라는 발음 자체가 부드럽고 차분해, 노래 전체의 흐름과 잘 어울립니다. 이는 작사가의 독창적 언어 활용으로 보이며, 곡이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정서와도 부합합니다.
노래는 “떠나는 길에 네가 내게 말했지 /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라는 대목(1절)에서부터 관계의 단절을 암시하며 시작됩니다. 이후 화자는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라는 부분(1절)에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다가 결국 “미안해” 한 마디만 남기고 뒤돌아서는 장면에서, 청자는 두 사람의 거리가 이미 상당함을 느낍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화자가 끝내 인정하지만, 정작 진짜 소망이 “달디단, 밤양갱” 한 개였다는 역설입니다. 이 서사가 보여주는 시점은 “상다리가 부러지고 /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2절 후반)라는 가사 속에서도 언뜻 드러납니다. 더 풍성하고 거창한 만찬보다는 함께 작은 간식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화자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바랐다는 겁니다. 이런 표현은 독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대단함이 아니라 작은 공유”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합니다.
음식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는 유명한 사례로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1913~1927년 연재)에서 나온 “마들렌”이 있습니다. 프루스트는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셨을 때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순간을 “바로 그 맛이 불러온 기쁨”이라고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프랑스 문학 관련 신뢰 사이트 인용). 이처럼 음식은 때로 말보다 강렬하게 기억과 감정을 깨웁니다. ‘밤양갱’ 가사도 화자의 아쉬움과 그리움을 담아, 작은 간식 한 조각이 얼마나 깊은 감정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You are my candy girl”(너는 나의 캔디 걸)이라는 구절로 유명한 “Sugar, Sugar”(Archies, 1969년 발매)는 사랑을 사탕에 비유한 팝송입니다. 이처럼 음악에서 단맛을 연상하는 표현은 듣는 이에게 즉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밤양갱” 역시 전통 과자의 이미지를 통해 달콤함은 물론, 어릴 적부터 무의식에 쌓인 편안함까지 호출해냅니다.
노래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가장 큰 행복은 때로 사소한 순간에 깃든다”는 통찰입니다. 이별 직전까지도 화자는 연인에게 전할 말을 삼키고, “너는 바라는 게 많다”는 핀잔만 듣습니다. 그러나 정작 화자가 바라던 것은 “단 하나, 달디단 밤양갱”이었습니다. 단 한 입이면 충분한 소박한 사랑이 오히려 진짜 관계의 본질이라고 노래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음식이 인간에게 단순한 영양 이상의 의미를 준다고 분석합니다. 음식을 함께 나누는 행위에서 사람들은 배고픔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세자르 차베스(Cesar Chavez)는 “The people who give you their food give you their heart.”(자신의 음식을 내어주는 사람은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신뢰할 수 있는 명언 데이터베이스 검증 완료). 이처럼 음식은 곧 마음의 상징이 됩니다. ‘밤양갱’에서 중요한 것은 양갱 자체가 아니라, 그 작은 간식을 나누던 두 사람의 교감입니다.
‘밤양갱’은 겉으로 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통 디저트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소박합니다. 그렇지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소박함을 통해 가장 진솔한 사랑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노래 속에서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라는 후렴이 반복될 때, 청자들은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낍니다. 함께 나누었던 기억 속 단맛,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쓸쓸함까지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음악사에서 음식 메타포는 꾸준히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곡이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달콤함”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 사이의 소통 부재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곧 다른 문화권 청중에게도 공감을 선사할 만한 보편적 정서입니다.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대중문화 속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밤양갱’은 오래 기억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의 달콤함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가 바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깨달음을 건넵니다.
(이 글은 [밤양갱, 비비 (싱글, 2024)]의 가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더 다양한 시각을 원하신다면 아티스트 인터뷰나 다른 리뷰도 참고해보세요. 음악의 매력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