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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이냐 능력이냐? 행복한 사람이 더 엄격한 이유

사회적 신용 점수로 본 인간 가치의 비밀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I. 블랙 미러 속 ‘소셜 크레딧’, 현실이 되다

- 드라마가 던지는 인간 가치 평가의 불편한 질문을 살펴봅니다


“‘오지 마. 네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지만, 2.6점짜리를 내 결혼식에 초대할 수 없어.’” - (원문, p.357) 이 대사는 드라마 <블랙 미러(Black Mirror)>의 한 에피소드 ‘Nosedive’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극 중에서는 사람 간의 모든 소통이 소셜 크레딧(사회적 신용 점수)으로 이어지고, 그 점수로 상대방의 ‘가치’가 판단됩니다. 곧잘 “별 몇 개짜리 인간”인지를 보고 사람을 대하는 모습입니다. 흥미롭게도 본 논문에서는 이처럼 수치화된 ‘인간 가치 평가’를 실제 실험 맥락에서 구성하여, “인간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사람들이 4가지 주요 대인 지각 차원(유능함, 따뜻함, 도덕성, 매력)을 어떻게 저울질하고, 평가자의 행복 수준이 이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직접 검증했습니다(원문, p.357). 결과를 미리 말하자면, “도덕성(morality)이 인간 가치 평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행복한 사람일수록 그 도덕성 정보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원문, p.357).


II. 연구 설계와 4가지 평가 차원

- 한 사람을 바라볼 때 ‘어떤 점’을 근거로 가치를 매기는지 알아봅니다


본 논문은 미국과 한국에서 동일한 절차로 진행된 두 연구(연구 1, 연구 2)를 통해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먼저 “평가 대상”을 가상의 인물로 설정하고, “4가지 차원(competence, warmth, morality, attractiveness)” 각각에서 긍정적·부정적 특성을 지닌 8개 버전의 인물 설명을 무작위 순서로 제시했습니다(원문, p.357; p.362). 참가자들은 각 버전의 인물에게 일종의 ‘사회적 신용 점수(Social Credit Score, 이하 SCS)’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구체적 예시로, “Joe(또는 Minjoon)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지만 유독 ‘정직하고 신뢰할 만하다(honest and trustworthy)’ 혹은 ‘부정직하고 신뢰할 수 없다(dishonest and untrustworthy)’”와 같이, 특정 차원에서만 크게 긍정·부정 특성을 띤다는 식으로 기술했습니다(원문, p.362). 이로써 “어떤 차원의 특성이 얼마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지에 따라 인물 가치가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했으며, 이는 곧 ‘인간 가치 평가’를 수치로 가시화한 시도였습니다(원문, p.379).


III. 도덕성: 인간 가치 평가의 열쇠

- 실험 결과, 사람들은 부정적 도덕성에 가장 ‘가차 없이’ 낮은 점수를 매깁니다


“‘In both Studies 1 and 2, the valuation difference between the positive and negative conditions was greatest for the morality dimension.’” - (원문, p.357) 즉, 도덕적 특성이 긍정적으로 제시된 경우와 부정적으로 제시된 경우의 SCS 차이가 다른 차원(유능함, 따뜻함, 매력)보다 컸다는 뜻입니다(원문, p.365). 실제로 “부도덕하다”라고만 설명돼도 참가자들이 한 인물을 가장 낮은 점수로 평가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기존 사회심리학 문헌에서 말하는 ‘도덕적 특성의 우선성(moral primacy)’과 부합합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따뜻하고 매력적이라 해도, 부도덕하다고 인식되면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 (원문, p.367) 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도덕성이 긍정적이라면 해당 인물을 상당히 가치 있게 보기도 했습니다.


IV. 행복이 가져오는 ‘엄격함’: 부도덕함에 대한 가혹한 평가

- 행복도가 높을수록, 도덕성 정보에 민감해집니다


본 논문에서 두 번째로 주목한 요소는 ‘평가자의 행복도’였습니다. 저자들은 “웰빙(행복) 수준이 높은 사람이, 부정적 도덕성을 지닌 대상에게 더 낮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예측했고, 실제 분석 결과로 확인했습니다(원문, p.373). 구체적으로 “행복도가 높은 평가자는 부도덕하게 묘사된 사람을 더 가차 없이 평가”했고, 이를 “웰빙과 도덕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 그리고 개인이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느낄수록 타인의 비도덕성을 더 거슬려 하는 심리적 경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원문, p.374). “여기에서 말하는 행복은 주관적 웰빙(SWB)뿐 아니라 심리적 웰빙(PWB) 모두에서 유사한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 (원문, p.377)


V. 문화적 맥락: 한국 vs. 미국의 미묘한 차이

- 한국 참가자들은 ‘유능함’도 크게 중시했지만, 결국 부도덕함을 가장 낮게 봤습니다


본 논문의 연구 1(미국)과 연구 2(한국)를 비교했을 때, “부정적 도덕성의 영향력이 특히 강한 것은 동일”했습니다(원문, p.369). 다만 “긍정적 도덕성 정보가 주어졌을 때, 미국 참가자들이 도덕성과 유능함을 거의 동등하게 높이 평가한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유능함을 도덕성보다 약간 더 높게 보는 경향” - (원문, p.371) 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그 배경으로 “생존 압력과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유능함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질 가능성” 등을 추정하지만, “결국 부도덕한 사람을 가장 낮게 본다는 점에서는 문화적 차이를 막론하고 일치”한다고 덧붙입니다(원문, p.369).


VI. 매력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미?

- ‘외모 지상주의’와 달리, 매력은 인간 가치 평가에서 가장 영향이 작았습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4가지 차원 중에서 매력(외모)이 인간 가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은 유난히 작았고, 긍정·부정 조건 간의 점수 차이가 매우 적었다.” - (원문, p.371) 라고 합니다. 이는 “외모가 사회적 지위나 소득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들과 달리, 인간의 근본적 존엄이나 ‘생존 자격’에 관해서는 도덕·유능함 같은 특성이 훨씬 더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동”한다는 함의를 줍니다(원문, p.372). 실제로 “‘The primacy of moral considerations’ (도덕적 요소의 우선성)”이 인간 가치 평가에서 뚜렷하게 확인된 반면, 매력 자체는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원문, p.357; p.371).


VII. 본 논문의 시사점과 한계

- ‘가격표 매기기’ 꺼려지는 인간에게서 가치를 묻는 실험의 의미


연구자들은 인간의 가치를 수치로 환산하는 시도가 “본질적으로 반감을 살 수 있으므로, 돈이 아닌 ‘사회적 지위나 권리를 좌우하는 점수’라는 은유적 방식”을 활용했다고 설명합니다(원문, p.379).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불편한 질문”에 대한 직접적·체계적 측정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내립니다(원문, p.380). 물론 이런 설정이 “참가자들이 사회적 규범이 요구하는 답변을 했을 가능성” 또는 “도덕성 조건에서 긍정/부정의 강도가 다른 차원보다 훨씬 극단적이었을 가능성” 등 한계도 지적됩니다(원문, p.380). 하지만 “행복도가 높은 사람이 부도덕함에 더욱 가혹한 점수를 준다”는 사실은 두 문화권에서 재현됨으로써 그 신뢰도를 높였고, 이는 “웰빙(행복)과 도덕적 평가를 함께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줍니다(원문, p.382).


독자의 평가와 일독을 권하는 이유

- ‘행복하면 세상을 다 좋게 본다’는 통념을 뒤집는 연구


무엇보다 본 논문은 우리 삶에서 껄끄럽지만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인간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실험실로 가져왔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나 이론적 논의로만 다뤄졌던 ‘소셜 크레딧’ 개념을 실제 평가 항목으로 바꾸어, 도덕성·능력·따뜻함·매력 중 어떤 요인이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평가자가 부정적 도덕성을 지닌 사람을 더욱 낮게 본다”는 결과는 흔히 알려진 “행복하면 세상을 다 좋게 본다”는 통념을 뒤엎으며 사유거리를 던져줍니다. 정책과 일상생활에서 누구를 더 우대하거나, 반대로 배제할 때, 우리의 ‘행복감’이 어떤 편향을 낳을 수 있는지도 돌아보게 만듭니다. 유능함·도덕성·외모 등 사회 일반이 중시하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살펴봤다는 점에서도, 이 논문은 폭넓은 독자층에게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본 글은 [Jennifer Hyunji Kim, “What determines human value? Well-being and the primacy of moral considerations in human valuations” pp.357-383 (2024),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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