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계층, 인지부조화, 그리고 고용형태에 대한 현실적 통찰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에 대한 책임을 주로 떠안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복지패널의 8개년 자료(2008-2015년)를 이용하여, 소득계층별 부부의 성역할 태도와 기혼여성의 실제 경제활동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고 밝힙니다. - 『한국사회학』 제51집 제2호, pp.191-192
본 논문은 특히 [“취업 여부에는 남편의 의견이 중요하고, 고용 형태(정규직 여부)에는 여성 자신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 『한국사회학』, p.193]고 요약하여, 우리가 흔히 간과해 온 “부부 관계” 안에서의 심리적·문화적 역학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역할 태도(gender role attitude)”라는 개념은 단순히 여성이 일에 찬성하느냐, 아니냐를 넘어, <“남녀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고, 얼마나 이를 지지하는지”>를 포함합니다(원문 “roles... socially expected behaviors...” - Presser, 1994, p.350). 저자는 이 성역할 태도를 세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여성이 전일제로 일할 경우 가족의 일상생활은 힘들어진다”, “미취학 아동의 어머니가 일을 할 경우 미취학 아동에게 부정적이다”, “남성의 임무는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이고 여성의 임무는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라는 세 문항을 중심으로 분석했다고 밝힙니다(『한국사회학』, p.203). 따라서 여성 스스로는 경제활동에 우호적이어도, 남편이 여성을 ‘엄마이자 가사전담자’로 규정할 때 두 사람이 느끼는 갈등과 불편함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기혼여성이 아이에게 쏟는 시간이 남편의 ‘당연한’ 기대치와 충돌할 경우, 여성의 직업 경로는 크게 흔들립니다. 저자는 이를 인지부조화 개념을 사용해 풀어내며 <“상반된 생각이나 정보를 동시에 지니게 될 때, 개인은 이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행동 혹은 인식을 변화시킨다” - 『한국사회학』, p.201>고 설명합니다. 하위계층 여성은 생계를 위해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자신의 태도를 더욱 ‘일 중심’으로 조정하는 반면, 고소득 가정의 여성은 ‘굳이 취업하지 않아도 되는’ 여러 조건 때문에 남편이 반대하면 의외로 쉽게 비취업을 선택하게 된다는 식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아울러 이 모든 과정을 좀 더 정확히 살피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가설 설정(가설1, 가설2)과 함께 ‘PA(Population-Averaged) 추정’ 및 ‘패널분석’을 활용했다고 덧붙입니다(『한국사회학』, pp.197-208 참고).
이 연구가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가구소득별로 부부의 성역할 태도가 여성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성의 경제활동에 있어 상위소득층 유지 가구는 남편의 생각이, 하위소득층 유지 가구는 여성 자신의 태도가 중요했다.” - 『한국사회학』, p.191]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중산층 가정에서는 <“부부가 함께 진보적인 경우 취업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까지도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진다” - 『한국사회학』, p.194>고 합니다. 중산층 여성은 어느 정도 학력과 기회가 있어서 본인도 취업 의지가 크고, 동시에 남편도 가사분담이나 육아 참여에 우호적이면 ‘정규직으로 계속 일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반면, 고소득층 가정은 여성이 더 평등적·진보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도, 남편이 보수적이면 그녀의 취업 기회가 크게 줄어듭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진보적인 여성이라도 보수적인 남편과 살면, 오히려 부부가 둘 다 보수적인 경우보다도 취업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 - 『한국사회학』, p.219]고 말하며, 이 아이러니를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해석합니다. 즉, ‘여성의 태도’와 ‘남편의 전통적 기대’가 충돌하는 게 불편해져서, 결국 여성은 자신의 행동(취업)을 포기해 부조화를 해소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단순히 “취업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가정 내 성역할 태도가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고용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여성의 정규직 여부는 남편보다는 여성 자신의 성역할 태도와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 『한국사회학』, p.197]고 합니다. 남편이 아무리 진보적이어도 정규직 취업을 지속하는 데에는 여성 스스로의 확고한 일에 대한 의지, 돌봄노동과 임노동을 함께 감당해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보수적인 태도를 가진 여성이 남편 때문에 억지로 비정규직이 된다”라고 단순화하기보다는, 한 번 취업을 결정한 후에도 “계속 정규직으로 갈 것인지, 비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인지”가 여성 스스로의 내적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이냐 정규직이냐가 임금수준·복지 등에서 큰 차이가 나는 한국적 현실을 본다면, 궁극적으로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 강화’가 고용 안정으로 이어지는 길이 될 수 있다” - 『한국사회학』, p.207]는 함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성역할 태도를 갖고 있다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수·진보가 뒤섞인 태도를 가진 부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 논문의 주된 발견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도입합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은 자기 생각과 실제 행동이 모순될 때 불편감을 느끼고, 이를 줄이려 하죠.
[“부부가 같은 입장이라면 갈등이 적겠지만, 예컨대 아내는 진보적이고 남편은 보수적일 경우 아내는 취업을 원함에도 남편의 반대를 감수해야 한다. 이때 부조화가 커지면 아내가 결국 취업을 포기하거나, 남편을 꾸준히 설득하는 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 『한국사회학』, p.202] 이때 고소득 가정에서는, 아내가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는 편이 더 쉽습니다. 굳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삶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남편이 완고하게 전통적 성역할을 고집하는 경우,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을 설득하는 것보다 “내가 취업을 포기해버리는 편이 낫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편 가구소득을 계속 중간계층으로 유지해온 부부 중에서는, <“둘 다 전통적 성역할 관념에서 벗어나 여성의 경제활동을 당연하게 여길수록, 아내가 정규직으로 일할 가능성도 유의하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 『한국사회학』, p.220 이는 중산층 여성일수록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이나 고용 기회를 가진 경우가 많고, 남편도 가부장적 태도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맞벌이가 오히려 ‘가족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즉, 가정 내 성역할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남편이 주도적으로 육아·가사에 참여하거나 적어도 공감해 줄 때, 여성은 정규직에서의 업무 몰입도도 유지하기가 쉬워집니다.
하위소득층 유지 가구에서는 반대로 [“기혼여성의 의지가 더 중요하게 나타났다” - 『한국사회학』, p.196]는 분석이 인상적입니다. 즉, 이미 남편의 소득만으로는 생계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취업 의지를 갖고 있으면,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일을 계속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하위층 여성은 자신의 성역할 태도가 진보적일수록, 즉 경제활동에 긍정적일수록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 『한국사회학』, p.205]
그러나 이는 결코 “하위층 여성의 삶이 더 낫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편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적 필요 때문에 여성이 자신의 가치관까지 ‘일 중심’으로 강하게 세팅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충분한 사회·제도적 지원이 없는 한,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육아·가사를 동시에 떠안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저학력·저소득층 여성들이 일하는 동시에 엄마 역할까지 감당하며 매우 힘겨운 ‘이중 노동’을 수행하는 현실” - 『한국사회학』, p.228]도 함께 지적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흔들리고 맞벌이가 일반화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대부분 담당하길 기대하는 남성의 태도도 강고하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성역할 태도가 점점 진보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성역할 규범의 세부 항목, 성, 소득계층별로 중첩되어 다를 수 있다” - 『한국사회학』, p.231>고 분석합니다.
예컨대 ‘여성이 전일제로 일할 경우 가족의 일상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문항에는 여성 스스로 더 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반면, ‘남성은 밖에서, 여성은 집에서 일해야 한다’는 전통적 분리는 또 부정하는 식의 서로 상충하는 생각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여성들은 아이와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일을 이어가고자 하는 열망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모순이 커질수록 부부 간 혹은 개인 내부에서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고, 그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과 가족, 일자리를 둘러싼 선택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결국 이 논문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여성의 경제활동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부부관계와 사회적 맥락의 종합’이라는 점입니다. “여성 본인의 의지가 강해도 남편이 보수적이면 고소득층조차 쉽게 취업을 포기”하거나, “하위층에선 남편 태도가 보수적이어도 여성 자신이 일을 해야 한다면 정규직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는, 한국 사회가 가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반추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이중노동, 여성 경력단절, 낮은 출산율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부 모두 성역할 규범을 재검토하고, 제도적으로 돌봄 부담을 나누며,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 『한국사회학』, p.227]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현재의 가족 안에서 여성만 혼자 태도를 바꾸거나 희생을 감수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입니다. 부부 둘 다 진보적 가치관을 공유할 때 고용 유지율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바로 그 점을 방증합니다. 여성이 온전히 사회활동과 가사노동을 병행할 수 있으려면, 가정과 제도가 함께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이 논문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단지 여성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남편의 태도, 여성 자신의 진로 의지, 소득 수준에 따른 구조적 여건, 나아가 부부가 서로 가치관을 어떻게 공유하는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인지부조화라는 심리학 개념을 사회학적으로 끌어와, 여성이 겪는 갈등과 그 해소 양상을 분석한 시도도 돋보입니다. 거시적 차원과 미시적 차원이 잘 어우러져 있어, “여성 노동”이 왜 이렇게 복잡한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만합니다. 부부 사이의 성역할 태도 차이가 실제 취업과 고용형태에 얼마나 분명히 드러나는지를 정량·정성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가정 내 권력관계나 젠더 갈등에 대한 살아 있는 시사점을 얻고자 하시는 분들께 이 논문을 일독하길 권합니다.
(본 글은 [문지선, "부부의 성역할 태도로 본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한국사회학> pp.191-232 (2017),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