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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의 "사랑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위험 관리와 돌봄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애기획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I. 근대적 ‘사랑하기’의 그림자

- 현대 여성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난관


근대 이후 오랫동안 여성의 삶은 결혼을 통해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는 과정을 ‘당연한 생애코스’처럼 받아들이도록 요구받았습니다. 실제로 본 논문은 근대 산업사회에서 여성의 생애가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 각본에 맞추어 ‘때가 되어 결혼하고 아이를 한둘 낳고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사람들의 생애과정은 젠더화된 노선을 따르고 있었다”라고 밝힙니다(논문 p.318). 그러나 현대에 들어 이런 구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20~30대 한국 여성들은 결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지로 여깁니다. 나아가 “여성들은 근대적 젠더 분업 체제가 해체된 조건 속에서, 가족화된 돌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친밀 관계를 통해 ‘사랑하기’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라는 분석(논문 p.317)이 드러내듯, 더는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전통적 생애 모델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겨났습니다.


그렇다고 ‘사랑하기’를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이 연구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여성들이 새로운 ‘사랑하기’를 열망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다양한 관계 맺기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는 참조점을 마련하였다”라는 결론(논문 p.317)이 보여주듯,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기존 제도나 관습적 기대치를 거부하고, 자기 주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I. 신자유주의적 주체성과 ‘사랑하기’

- 위험 관리와 자율성 욕구가 만나는 지점


오늘날 20~30대 여성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확산된 ‘페미니즘 리부트’를 거치며 이성애적 친밀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크게 키웠습니다. 본 논문에 따르면 “인터뷰 참여자들 중에는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여성일지라도 ‘안전이별’이나 ‘스토킹’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함으로써, 페미니즘적 시각이 젊은 여성의 일상적 감수성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합니다(논문 p.329). 즉, 여성의 눈앞에 놓인 위험 요소가 훨씬 선명해진 것입니다.


한편,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청년 여성에게 ‘자기 삶의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큽니다. 본 논문은 “청년 세대 여성들은 신자유주의적 주체로서 제도나 규범으로부터 벗어나 고유성을 가진 자아(self)에 대한 상호인정으로서의 친밀 관계를 희구하는 동시에, ‘사랑하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해서 성공적인 삶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껴안고 있다”고 짚어냅니다(논문 p.317).


이처럼 낭만적 사랑을 원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더는 ‘운명’에만 맡기지 않습니다. “낭만적 사랑 각본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위험을 계산하고 효용을 따지는 태도가 나타난다”는 점은 논문 전반에서 부각됩니다. 이는 “한편에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젊은 여성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담론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사랑하기’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급진적인 실천이라고 보는 담론이 있다”는 사회적 대립(논문 p.321)과 맞물려 있습니다. 결국 여성들은 모순된 시선 속에서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치밀한 계산과 고민을 반복하게 됩니다.


III. ‘사랑하기’에서 나타나는 좌절과 기대

- 낭만적 사랑을 넘어 인정받고 싶은 욕망


논문에서 제시된 심층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오늘날 여성들은 “자신의 고유한 자아를 온전히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크다고 합니다. “한편에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담론이 있고, (중략) 다른 한편에는 결혼·연애 자체를 부정하는 페미니스트 담론이 있다”(논문 p.321)라는 지적처럼, 청년 여성들은 이 사이에서 ‘진정한 나’를 존중받으면서도 상대방의 자아 역시 인정해 주는 상호 인정의 관계를 갈망합니다.


이처럼 남성과의 연애가 단순 낭만을 넘어 “개인성이 드러나는 취향과 정체성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과정”(논문 p.337)을 담보해야 한다는 기대치가 커졌습니다. 이는 과거 낭만적 사랑 복합체가 전제했던, “영혼의 반쪽을 찾고 한 몸으로 융합된다”는 식의 흐릿한 개념과 다릅니다. 오히려 ‘파트너’가 서로 독립된 개체임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낭만이 추구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IV. 근대적 여성성의 흔적과 균열

- 성역할 규범에 대한 협상과 새로운 시도


20세기 중반 이전 산업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던 전형적 성역할, 즉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아내이자 어머니”상은 이제 흔들리고 있습니다. 본 논문은 “한편에는 결혼을 유예하고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하려는 여성들에 대한 비난이, 또 한편에는 ‘맘충’ 등 가정에 머무르는 여성을 향한 혐오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결국 이러나저러나 여성들의 선택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논문 p.3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성역할 규범에 무조건 끌려가지 않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일부 인터뷰 참여자들은 “이성애 연애 관계 내에서 통용되는 성역할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논문 p.339). 예컨대 스스로 ‘여성적 역할’을 수행하되, 그것이 남성 파트너에게 ‘당연한 일’처럼 굳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식입니다.


이는 아직까지 돌봄 노동이나 임신·출산에 따른 ‘전업주부’ 정체성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돌봄이 여성에게만 당연히 맡겨지는, ‘가족화된 돌봄’ 체제는 여전히 강고하다”라는 논문의 표현(논문 p.341)처럼, 청년 여성들은 커리어를 유지하며 아이를 키우는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곧이어 나올 부분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V. ‘가족화된 돌봄’의 경계를 넘어

- 반려동물, 임신, 출산을 둘러싼 여성의 고민


돌봄을 기피한다고 해서, 여성이 ‘사랑하기’ 자체를 기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논문에는 “여성들은 근대적 젠더 분업 체제가 해체된 조건 속에서 … 가족화된 돌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친밀 관계를 통해 ‘사랑하기’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논문 p.317)는 구절이 있듯이, 돌봄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가족화된 돌봄’을 넘어서 … 확장된 돌봄에 대한 염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는 표현(논문 p.341)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무조건적 사랑을 체득하는 여성들이나, 직접 출산하지 않고 입양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례들(논문 p.342)을 보여줍니다. 이는 낡은 가족 제도·혈연에만 기댔던 돌봄이 아닙니다, 누구든 원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보살피는 새 형태의 친밀성을 모색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VI. ‘사랑하기’의 확대와 가능성

- 입양, 동거, 다양한 친밀성 실천하기


논문 속 인터뷰 사례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젊은 여성들은 ‘이미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는 것도 사회적 책임감’이라 여기며, 부계혈통주의를 벗어난 친밀성을 상상하고 있었다”라는 서술(논문 p.342)도 있습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정관수술 등을 통해 임신 위험을 낮춘 뒤, 여건이 되면 입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형태로 드러납니다.


또 “이 연구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오늘날 젊은 세대의 여성들이 ‘사랑하기’에 대한 꿈과 열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젊은 여성들이 생애를 기획할 때 친밀성과 노동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라고 정리되듯(논문 p.346), 동거와 같은 새로운 생활양식을 택하면서도 자기 커리어를 놓지 않고, 여기에 사회적 돌봄까지 결합시키려는 작은 실천이 감지됩니다. 이는 근대적 공·사 구분에 대한 도전이자, ‘나’뿐 아니라 다른 존재까지 돌보는 관계 맺기의 혁신이기도 합니다.


VII. ‘사랑하기’를 통한 미래 기획

- 노동 중심 생애에서 친밀성의 의미 찾기


청년 여성들에게 노동은 생계와 자기계발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오늘날 젊은 세대의 여성들이 ‘사랑하기’에 대한 꿈과 열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밝힘으로써”라는 문장을 통해, 여성들의 생애기획에서 ‘사랑하기’가 여전히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논문 p.346).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면이 있지만, 사랑이야말로 인생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토대가 됩니다.


따라서 청년 여성들은 “커리어를 어느 정도 확보하면 그다음에는 연애나 결혼을 행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논문 p.345)는 식의 이중적 감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재정적·사회적 안전판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궁극적인 행복은 대인 관계 속에서 꽃핀다고 보는 것이지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혹은 결국 다른 인간에게서 온다”(논문 p.344 인용 요약)는 다수 인터뷰이들의 목소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VIII. 한국 청년 여성의 ‘사랑하기’, 무엇을 남기는가

- 새로운 생애모델을 위한 제안


현대사회에서 청년 여성들의 ‘사랑하기’는 “가족 제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와, 사랑을 아예 거부하지 않는 태도”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본 논문은 이를 두고, “여성들은 근대적 생애과정을 벗어나는 중에도 돌봄·사랑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진단합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주체가 된 여성들이, 낡은 규범에서 벗어나 ‘사랑하기’를 자기식대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결론에 가깝습니다(논문 p.347 참조).


아직 근대적 성역할 규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반려동물을 돌보거나 입양을 고려하는 흐름, 동거와 다양한 파트너십을 고민하는 실천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다양한 관계 맺기에 대한 청사진”(논문 p.317)을 보여주는 하나의 참조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의 평가와 일독을 권하는 이유]


이 글이 다루는 ‘사랑하기’와 여성의 생애기획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근대적 틀을 벗어나는 전환기적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입니다. 논문이 제시한 “한편에서는 결혼·출산을 거부하는 여성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성애를 완전히 거부하자는 급진적 흐름”(논문 p.321)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지적은, 여성들이 처한 선택의 딜레마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렇듯 상충되는 담론 속에서 청년 여성들이 취하는 새로운 ‘사랑하기’ 실천과 생활 양식을 구체적으로 포착했다는 점이 이 논문의 미덕입니다.


결국 “여성들은 근대적 젠더 분업 체제가 해체된 조건 속에서 … ‘사랑하기’의 역량을 키워나간다”(논문 p.317)는 핵심 진술이 시사하는 것처럼, 전통 제도를 넘어서 자신의 정체성과 돌봄을 더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가는 움직임이 명확해집니다. 이 연구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적 고민과 선택을 깊이 있게 보여주므로, 사랑과 가족의 의미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유용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본 글은 [임국희, “한국의 청년 세대 여성에게 사랑은 왜 어려운가?: ‘사랑하기’를 통한 생애기획의 곤란과 가능성” <한국여성학> pp.317-353 (2024), KCI 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저자와 출판연도는 정확히 기재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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