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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의 체계-계속비·예비비·추가경정예산·국채발행

알고 보면 흥미진진한 헌법 이야기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I. 계속비(헌법 제55조 제1항)

‘오래 걸리는 공사비용, 매해 새로 승인받아야 할까요?’


계속비란, 한 해 안에 모든 공사를 끝내지 못하고 여러 해에 걸쳐 진행해야 하는 사업(대표적으로 건설·제조·연구개발 등)에 드는 비용을 미리 국회가 한꺼번에 승인해 두는 제도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예산일년주의]에 따라 한 회계연도 단위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건설공사나 연구개발과 같이 1년으로 끝내기 어려운 사업은 해마다 계속 비용이 듭니다. 이럴 때마다 매년 국회의 별도 동의를 구하면, 행정 효율이 떨어지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도 힘듭니다.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계속비 제도]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 사업은 5년이 걸리니 총 얼마가 필요한데, 이 범위 안에서 연도별로 나누어 지출하겠습니다”라고 한 번에 국회 동의를 받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국가재정법 제24조 제1항]에서 “수년에 걸쳐 완성해야 하는 공사나 연구개발사업의 경비는 총액과 매해 쓸 금액(연부액)을 미리 국회가 의결하면, 그 기간 동안 지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합니다. 이를 통해 △긴 연한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 안정성 확보 △복수연도 예산운용을 통한 효율적 재정 집행 등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계속비로 승인된 총액을 초과하거나 사업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쓸 수는 없습니다. 이 금액이나 기간을 바꾸려면 역시 국회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며, 통상 그 사용 연한은 최초 5년 이내로 제한됩니다(국가재정법 제24조 제2항).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가 끝나지 않으면, 다시 국회에 들어가 추가 연장을 승인받아야 합니다.


1. 계속비의 역사와 의의

우리 헌법에는 1948년 제헌헌법 때부터 이 제도를 뒀는데, 예전에는 사실상 제대로 쓰이지 않다가, 예산회계법이 개정되면서 활발히 적용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사·제조뿐 아니라 연구개발도 포함되면서, 국가가 좀 더 폭넓은 분야에서 장기간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지요.


2. 계속비와 다른 제도와의 관계

[명시이월비]와 달리, 계속비는 처음부터 ‘여러 해에 걸친 지출’을 전제로 국회에서 한꺼번에 의결을 받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1년짜리 예산을 넘어서 지출한다는 점에서 [회계연도독립의 원칙]에는 예외가 되지만, 그 대신 국회 동의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합니다.


3. 계속비를 둘러싼 개정 논의

헌법 제55조 제1항은 “정부가 한 회계연도를 넘어 계속해서 지출할 필요가 있으면, 연한을 정해 계속비로 국회 의결을 받으라”고 합니다. 이 제도 자체가 국가 정책에 있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투자를 가능케 한다는 장점이 커, **현재로서는 ‘굳이 폐지하거나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II. 예비비(헌법 제55조 제2항)

‘갑자기 터진 일, 그때마다 국회를 열어야 할까요?’


국가 예산은 매년 편성될 때 정확하게 ‘앞으로의 수입과 지출’을 추정하지만, 현실에서 늘 딱 들어맞기는 어렵습니다.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재난, 전염병 확산, 경제 여건 급변 등등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 국회가 추가로 열려서 또 예산을 의결해 줘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사건이 자주 발생하거나 액수가 비교적 적다면, 매번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건 실무상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이런 소규모나 긴급성 있는 사안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헌법 제55조 제2항은 [예비비] 제도를 둡니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예비비 총액을 미리 국회에 올려두고 승인받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예비비를 썼다면, 그 다음해 국회에 “이렇게 썼습니다” 하고 승인을 다시 얻어야 합니다.


1. 예비비의 개념

헌법은 “예비비는 총액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고, 나중에 그 사용내역에 대해 국회의 승인을 다시 받아라”고 규정합니다.

[국가재정법 제22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이나 초과지출’을 위해, 예산총액의 1/100 이내로 편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리 용도가 특정된 예비비도 있어, 그건 별도로 계상합니다.)


2. 예비비의 사용 제한

국회가 이미 “이 용도는 부결”이라고 결정한 사업에 다시 예비비를 쓰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국회 예산심사권을 무력화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죠.

국회가 열려 있는 중에 아주 큰 액수를 예비비로 지출하는 것도 스스로 자제해야 합니다. 큰돈이라면 임시국회를 개최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비비를 집행했다면, 다음 해 5월 말까지 “예비비로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 국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함은 물론입니다(국가재정법 제55조 등).


3. 예비비의 역사

1948년 제헌헌법에서도 예비비를 두었는데, 그 당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에만 써야 한다”라고 되어 있어 논란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지출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현행 헌법은 이 문구를 삭제해 딱딱한 제한을 완화했지만, 하위 법령인 국가재정법에서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지출’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4. 향후 개정 여부

예비비 제도는 국민 혈세를 매년 조금씩 모아 긴급 대응에 쓰는 장치라, 늘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예측할 수 없는 지출’인가 같은 실무적 논란이 있으므로, 법령이나 규정에서 더 세부적인 제한·지침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III. 추가경정예산(헌법 제56조)

‘이미 예산은 끝났는데, 중간에 바꿔도 될까요?’


[추가경정예산]은 간단히 ‘추경’이라고 부릅니다. 정부가 매년 예산을 짜고 국회가 통과시켰는데, 이후 국내외 상황이 달라지면 그 예산이 맞지 않을 때가 생깁니다.
예컨대, 국회 통과 후에 큰 자연재해가 생긴다든지, 경제사정이 급변해 나라가 긴급히 돈을 더 써야 하는 경우 말이지요. 그럴 때 정부가 국회에 다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해서 기존 예산을 고치는 절차가 바로 [헌법 제56조]가 말하는 핵심입니다.


1. 수정예산 vs 추가경정예산

수정예산: 아직 국회가 예산을 확정 짓기 전, ‘제출 후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스스로 수정하는 것.

추가경정예산: 이미 국회가 예산을 확정(성립)한 뒤, 불가피한 사유로 예산을 변경해야 하는 것.


2. 허용 사유

원칙적으로는 “연중 예산을 마구 고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국회의 사전심의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어서죠.
그러나 △전쟁·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중대한 상황 △법령상 국가가 새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 등이 생기면, [국가재정법 제89조]를 근거로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3. 문제가 되는 부분

실제로는 “이미 예상됐던 지출도 추경에 슬쩍 끼워넣는다”거나, “본예산에서 깎인 항목을 추경으로 다시 부활”시키는 등 편법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회가 매번 추경 예산안을 꼼꼼히 심사해 불필요한 증액을 막으려 합니다.


4. 개정 가능성

추가경정예산은 매우 긴급하거나 예측 불가능했던 일에 한정하여 쓰도록 엄격히 통제해야 합니다. 사실상 정치적·행정적으로 남용되기 쉽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추경은 어느 사유에만 가능하다’는 식으로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논의가 계속됩니다.


IV. 국회 증액 및 신비목 설치 금지(헌법 제57조)

‘국회가 막 돈을 늘려버릴 수도 있을까요?’


헌법 제57조: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이 조항을 보고, 어떤 분들은 “아니, 국회가 정부보다 힘이 센 거 아닌가요? 왜 국회 맘대로 예산을 늘리지 못하게 하지?”라고 의아해합니다. 그 이유는, 무분별하게 증액하면 국민 조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도입 취지

전통적인 의원내각제 국가(예: 영국)에서도 의회가 과도하게 예산을 키우는 바람에 국가 재정이 엉망이 되지 않도록 **‘증액·신비목 설치는 정부 동의를 거쳐라’**라는 원칙이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헌법도 이 전통을 받아들였지요.

정부가 예산안 편성권을 독점하지만, 국회는 감액·삭제는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증액이나 새 항목을 만드는 건 정부 동의가 있어야 가능해요.

국가 재정의 안정성과 책임 행정을 위해 “국회가 하고 싶은 걸 몽땅 밀어넣는 것”을 막으려는 장치인 셈입니다.


2. 총계주의와 예산 통합 문제

헌법 제57조 아래서도,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려면 정부의 모든 수입·지출을 예산에 반영해야 합니다. 이를 [예산총계주의]라 하지요.
다만 현실에서는 특정 사업이 기금으로 운영된다거나, 정부 산하기관에서 별도로 자금을 굴리는 등 여러 예외가 존재합니다. 이런 회계 밖 활동이 많아지면, 정작 국회가 심의해야 할 예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근래에는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등 모든 재정 운용을 최대한 통합해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V. 국채 발행과 국가부담계약(헌법 제58조)

‘국가도 돈을 빌리는구나? 그럼 나중에 누가 갚죠?’


헌법 제58조는 “정부가 국채를 모집하거나 예산 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을 맺으려면, 미리 국회의 의결을 받아라”라고 규정합니다.
이는 국채 발행도 결국 미래 세대 혹은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일이므로, 반드시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산으로 잡히지 않은 “국가가 빚을 져야 하는 계약”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1. 국채의 의미

국채란, ‘국가가 빚을 지고 그 빚을 증서(채권)의 형태로 발행해 투자자에게 파는 것’입니다. ‘수익성 있는 건설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고, ‘일시적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발행할 수도 있지요.
조세와 달리 강제로 거둬들이는 게 아니라, 민간이나 기관이 “채권을 사겠다”고 지원하면 그 대가로 이자를 주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상환합니다.


2. 국가부담계약

굳이 ‘채권 발행’ 형태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앞으로 수십 년간 돈을 지불하겠다”고 약정하는 계약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장기간에 걸쳐 민간 사업자에게 예산 밖 비용을 떠안기는 사업 같은 게 대표적이지요. 정부로서는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도 되니 재정 적자가 표면화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국민 세금 부담이 미래로 전가되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헌법과 [국가재정법 제25조] 등은 이런 “국고채무부담행위(국고부담계약)”도 사전에 국회 동의를 받도록 요구합니다.


3. 국채 발행의 방식

[공모발행] :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

[인수발행] : 금융기관이나 증권사 등 특정 주체들이 미리 큰 덩어리를 인수·매입.

[교부발행] : 정부가 원래 줘야 할 현금을 ‘채권’으로 바로 지급. 일종의 물물교환(?) 개념이지만, 결국 나중에 이자·원금 상환 문제는 남습니다.


4. 논쟁점과 개정 논의

전통적으로는 “국채는 국민과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길 위험이 있다”는 반론과, “재정 정책에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수단”이라는 찬성이 대립합니다. 어찌 되었든 국회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발행할 수 있다는 건 변함없습니다.
다만, 지방채나 공공기관·정부 보증채 등 다양한 변형 형태가 늘어나면서 헌법상의 ‘국채 모집’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 글은 [헌법 주석서(법제처 연구용역), 한국헌법학회(2008), 제55-58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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