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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터 조약까지, 헌법이 알려주는 국가와 국민의 약속

헌법 제59조와 제60조를 중심으로 조세와 조약 살펴보기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I. 헌법 제59조: 조세법률주의란 무엇인가요?

- “대표 없이 과세도 없다”라는 역사의 교훈과 함께 떠오르는 원칙


조세에 관한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선언하여 조세법률주의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재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하게 만드는 과세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세를 새롭게 도입하거나 기존 세제를 변경할 때는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가 필수라는 원리이지요.


이런 취지는 중세 시절 영국에서 왕이 자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던 관행을 막기 위해 “대표 없이는 과세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라는 역사적 구호가 등장한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후 “보스턴 차사건(1773년, Boston Tea Party)”으로 이어지는 미국 독립운동 과정에서도 이 원칙이 재확인되었고, 여러 민주국가의 헌법이 이를 받아들여 오늘날 [과세자주권]과 조세법률주의라는 근간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1) 조세법률주의의 역사와 취지


조세법률주의는 국민의 재산권을 국가권력의 자의적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입니다. 과거 전제군주의 ‘거둬가고 싶은 대로 세금을 거두는’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험한 후, 시민들은 과세를 의회에서 통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영국의 ‘대헌장(Magna Charta)’부터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까지 이어진 조세 투쟁의 역사를 떠올리면, 과세는 곧바로 재산권과 연결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그 결과물을 명확히 하여 제59조 및 제38조를 통해 [조세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세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하고 재정을 꾸리기 위해 반대급부 없이 부과한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그만큼 강제력이 강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법률의 형식이 요구됩니다.


(2) 과세요건법정주의와 핵심 판례


과세요건법정주의란 납세의무자(누가 낼 것인지), 과세물건(무엇에 대하여 세금을 낼 것인지), 과세표준(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 세율(구체적 세금비율) 같은 핵심 요소를 반드시 법률이 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또한 부과·징수의 절차 역시 국민의 권리의무에 큰 영향을 주므로 법률 기반이 필수라고 합니다(헌재 1990.9.3. 89헌가95).


과거 소득세법 시행령 등 하위 규정에서 과세 대상을 사실상 확장해 버리는 일이 문제가 되어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는 소송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모법(母法)의 구체적 위임을 벗어나서 과세 요건을 하위 규정이 새로 만들거나 바꾸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7.9.8. 86누64 등, 헌재 1998.7.16. 96헌바52).


(3) 국가의 과세권과 위임입법


법률이 과세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다 해도, 그 모든 세부 사항을 직접 나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정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시행령)이나 부령(시행규칙)에 위임하기도 하는데, 이때 포괄위임금지라는 헌법 원칙이 적용되어 위임의 범위와 기준이 반드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헌법 제75조).


특히 조세법규나 형벌법규는 국민의 재산권과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크므로, 명확성 원칙과 엄격한 위임근거가 더 강조됩니다. 예컨대 ‘고급’ ‘사치’ 등의 개념만 덜렁 위임받아 지방세를 중과세한다면, 납세자가 무엇이 어떻게 과세대상이 되는지를 사전에 예상하기가 불가능해집니다(헌재 1998.7.16. 96헌바52).


(4) 조세평등주의와 소급입법금지


조세는 단지 법률에 근거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평등원칙에도 부합해야 합니다(헌법 제11조). 즉, 조세는 납세자의 담세 능력, 신분, 경제적 형편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비슷한 처지면 비슷한 세금을, 다른 처지면 차등을 두어’ 조세 형평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 불리한 조세법을 소급 적용해 과거행위까지 세금을 물리는 것은 법적 안정성예측가능성을 해치는 대표적 사례로서 헌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다만 납세자에게 유리한 소급은 예외적으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5) 향후 개정 논의: 예산 법률화 문제


일부 학계에서는 예산 통과가 단순한 의결 형식이 아니라 별도의 [지출승인법률]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합니다. 조세법률주의가 세입을 엄격히 법률로 정하는 취지라면, 세출 역시 법률 형식을 통해 투명하게 통제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는 [조세 징수부터 예산 지출까지] 국회가 폭넓게 심사·승인함으로써 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하자는 헌법개정 논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II. 헌법 제60조: 중요한 조약, 국회가 결정한다?

- 대통령 혼자서 못 정하는 국제 약속


(1) 입헌취지와 개념


헌법 제60조는 국가 간에 체결되는 조약 가운데 특히 국가의 안전보장, 국민의 권리·의무,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조약의 체결·비준에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합니다. 대통령이 헌법 제73조를 근거로 조약 체결권을 갖긴 하지만, 대외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진 중요한 합의는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가 함께 관여하라는 것이지요.


특히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나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등은 국가 정책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통상협정이나 군사협정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려면, 헌법 제6조 제1항이 정한 <합헌적 절차와 공포>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2) 조약에 대한 국회 동의, 왜 중요한가


조약은 단지 외교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내법상 새로운 의무나 권리를 만들어냅니다. 예컨대 무역·투자 분야 협정 하나가 관세나 세율 조정, 산업 보호정책, 심지어 개인의 노동권과 사회권 등 폭넓은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에도 모든 조약을 무조건 국회가 심사·동의하기에는 실무 부담이 크므로, 헌법 제60조는 ‘상호원조·안전보장·우호통상항해·중요한 국제조직·주권 제약·재정 부담·입법사항’ 등 7가지 유형만을 열거했습니다. 나머지 전문적·기술적·관리적 내용의 조약은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비교적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지요.


(3) 국회동의 대상: ‘중요한 국제조직’과 ‘중대한 재정 부담’


가장 논쟁되는 부분이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과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입니다. 한 예로 어느 국제기구에 가입하면 회원국 분담금 등을 납부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규모가 매우 커지면 곧바로 국고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사항은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합니다.


반면 활동 범위가 작은 행정적 기구, 혹은 재정부담이 극히 소액이라면 국회 동의 없이도 진행되는 협정이 있습니다. 헌법은 ‘중요한’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실무적으로 이를 확정하는 일은 정부와 국회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4) 체결과 비준, 어떻게 다른가


외교실무에서는 조약에 서명했을 때 발효하는 유형도 있고, 서명 후에 다시 비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확정되는 조약도 있습니다. 특히 양국 간 (또는 다자 간) 합의로 ‘비준서 교환’을 발효 요건으로 정해둔 경우, 서명만으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헌법 제60조 제1항이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이라 하면서도, 이를 꼭 <두 단계 동의>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곧바로 발효되는 조약이면 국회 동의가 ‘서명’ 이전에 이루어지고, 비준을 거치는 조약이면 ‘서명 후 비준 전’에 동의를 얻는 식으로 단 한 번의 동의만 거치면 충분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5) 국회 동의 시기와 절차


주로 <조약문이 확정된 뒤, 실제 발효(서명·비준) 전>에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표결을 받습니다. 서명 후에 국회에 동의를 구할 수도 있지만, 만약 국회가 거부하거나 수정 요구를 하면 중대한 외교 갈등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서명으로 조약문을 잠정 확정한 뒤 국회의 동의를 먼저 받아 둔 후 정식 서명·비준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사후동의를 받을 수도 있느냐를 놓고 학설이 나뉘는데, 현행 실무에서는 가급적 사전동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국회가 이미 부정적으로 판단한 조약안을 일단 서명부터 해 놓고 동의를 구했다가 거부되면 국제법적으로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수정동의 가능성? 국회와 정부의 역할분담


국회가 “조약안 일부를 고치고 나머지를 동의한다”는 이른바 ‘수정동의’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논쟁거리입니다. 다수 견해는 헌법 구조상 국회가 조약을 일괄 수락 또는 일괄 거부만 할 수 있을 뿐, 직접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외교협상은 상대 국가와 협의해야 하므로, 국회가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 없는 부분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정이 필요하다면 국회가 “거부”라는 방식으로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권력분립적 해석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7) 결론과 시사점


결국 헌법 제60조 제1항은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조약을 이끌되, 그중 국가에 큰 영향을 주는 분야만은 국민 대표기관의 승인을 받아라”라는 국가운영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중요한 국제조직 참여, 방위조약, 통상조약 등에서 국민 생활과 권리에 커다란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국회가 함께 심사한다는 점이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지요.


다만 [국회가 조약의 추진 과정 전부를 강하게 구속할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라서, 정부와 국회 간 균형 잡힌 견제·협력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본 글은 [헌법 주석서(법제처 연구용역), 한국헌법학회(2008), 제59-60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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