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와 죽은 시인의 사회
그녀의 죽음을 통해 나는 무언가를 깨달아야 했고 그걸로 내 삶이 변화해야 했다. 깨닫지 않고서는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일 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동생의 죽음의 교훈을 알아내었다. 그 교훈은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당연해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시시한 진실.
-<빛나는 오늘의 발견, 빛나는 오늘의 나> 중, 요조(신수진)
레우코노에, 아무도 제 운명을 알 수 없다오.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몰라요. 묻지 말아요. 찻잎이나 손금을 읽어
알아볼 생각도 말고요. 무슨 일이 닥치든 담담히 받아들여요.
이 겨울이 우리의 마지막 겨울일 수 있어요. 아니면 토스카나 바다를
저 벼랑에 내던져 그 힘을 앗아갈 더 많은 겨울이 기다릴 수도 있고요.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지혜롭게 살아요. 포도주를 걸러 마시고
희망에 대해선 잊어요. 시간은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에도
달아나고 있어요. 현재를 붙잡아요. 미래는 마음에 두지 말고요. - 호라티우스의 송시 중
이번 조사는 공룡이 얼마나 운이 없었던가를 밝혀낸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사에 참여한 지질학자와 생물학자 등은 소행성이 몇 분 늦게, 혹은 몇 분 일찍 충돌했더라면 공룡이 멸종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카탄반도를 비롯해 멕시코는 좌우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끼고 있다. 혹시 1분이라도 빠르거나 늦게 충돌했다면 소행성은 이런 대양의 깊은 물속으로 처박혀, 공룡 멸종을 초래할 정도의 대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소행성이 깊은 바닷속으로 처박혔다면 우리는 지금 박물관의 화석이 아니라 쿵쾅거리며 뛰는 공룡을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거대 파충류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다. 몸집이 작고 숨기가 쉬워 생명을 보전한 현생 포유류의 조상들은 공룡이 사라진 지구에서 번성할 수 있었다. 공룡이 여전히 지구를 배회한다면 지금의 인류는 존재하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출처: 한겨레신문, 이본영 기자, “공룡은 단 1분 차이로 멸종했다”)
도로시: 오 글린다 님,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글린다: 당신은 더 이상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당신은 항상 캔자스로 돌아갈 힘이 있었거든요.
도로시: 제가요?
허수아비: 그럼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글린다: 그녀는 나를 믿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녀는 스스로 그것을 배워야만 했답니다.
허수아비: 도로시, 너는 뭘 배웠니?
도로시: 글쎄요, 저는 단지 헨리 숙부와 엠 숙모를 보고 싶어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의 소망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 앞으로는 제 뒤뜰보다 더 멀리 나가서 찾아다니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만약 그곳에 없는 거라면, 애초에 그건 내가 잃어버린 게 아니니까요. 그렇죠?
글린다: 맞아요 그게 전부랍니다.
허수아비: 하지만 그건 너무 쉬운 거잖아요! 내가 도로시를 위해 대신 생각해 줄걸 그랬네요.
양철 인간: 내가 마음속으로 느껴서 알려줄걸 그랬네.
글린다: 아뇨, 그녀는 스스로 그것을 알아내야 했답니다. 좋아요, 이제 그 마법의 슬리퍼가 2초 안에 여러분을 집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청량리역에서 사진을 찍던 동생은 이유 없이 포클레인에 깔려 즉사했다. 병원에는 경찰도 오고, 포클레인 회사 사람, 철도청 사람, 방송국, 신문 기자들이 왔다. 3일이면 충분한 장례식장에 11일을 머물렀다.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것은 엄마가 했던 말이었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 거야. 밤이 오면 옥상에 올라가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녀가 죽기 바로 전 날, 새벽까지 우리가 그렸던 내일이 난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 거야' 하고 이야기했던 엄마는 조금 틀린 것 같다. 수현이는 그날, 행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원했던 사진을 그날도 찍을 수 있어서, 찍고 싶었던 청량리역을 찍고 있어서, 내가 쥐어준 만원으로 맛있는 밥을 먹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요조의 같은 글
나는 계속 '내일'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내일은 뭐 해?' 하고 물어오면 '내일? 내가 어떻게 알아. 바로 죽어버릴 수도 있는데.' 하고 이야기했다. 동생을 잃고 나서 얼마간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관론자가 되었다. 죽음은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쪼글쪼글 할매가 되어서야 맞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바로 코앞에서 나를 언제나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두렵지도 않았고, 늘 내일 죽을 사람처럼 굴었다.
얼마 전 차 안에서 그냥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을 듣고 나는 엉엉 울었다. 이제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흘린 눈물이었다.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내일모레 공연을 위해 오늘 합주를 할 것이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길 바란다. 당신의 내일 같은 건 관심도 없다.
-요조의 같은 글